홍천마을에 예술마을이 생긴다고?
상태바
홍천마을에 예술마을이 생긴다고?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11.16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업과 예술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명소 만들 계획


고암 이응노의 고향인 홍북면 중계리에서 지난해 문을 연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이 지난 8일로 개관 1주년을 맞았다. 홍성지역에 이렇다 할 전문미술관이 없던 상황에서 이응노기념관 측은 그간 '고암과 오늘의 시대 정신' 기획전과 더불어 '예술마실', '미술관 연극의 만남' 등 성인․아동 대상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홍성군민에게 새로운 예술문화 향유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의 가시적인 성과와 더불어 기념관의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기념관과 홍천마을을 중심으로 예술마을을 조성하겠다는 홍성군의 야심찬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2550만원의 국비를 확보해 '홍천 고암예술마을 조성'과 관련한 컨설팅 용역을 실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실시하는 이번 용역에서는 고암예술마을 조성에 필요한 시설 계획과 프로그램 계획 및 생활 재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지역문화컨설팅 지원을 통한 '고암 예술마을 조성사업' 추진으로, 이응노 생가 기념관 일원을 대안적 농촌 삶의 문화지대 구축으로 귀촌인구를 흡수해 자립형 예술문화마을의 모델을 제시하고, 농업과 예술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명소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 느리고 올바른 개발에 주목할 때

이즈음에서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은 고암예술마을은 기존에 없었던 마을을 새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홍천마을에 문화예술이라는 색을 입혀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중심에 이응노생가기념관이 바로 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단순한 행정절차를 넘어 폐허마저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다소 극적인 지역주민의 참여와 합의과정도 필요하다.

기념관이 개관 1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홍성, 답다' 기획전은 기념관과 홍성주민의 간극을 좁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홍성 사회에 지속적인 관심의 손길을 내밀며 각종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그러한 일련의 노력이 주민들로부터 인정받을 때 예술마을의 중심으로써 미술관이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응노기념관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실력 있는 지역작가와 국내외 젊은 작가들을 발굴․육성할 수 있는 창작스튜디오의 건립도 필수적이라는 중론이다. 입주작가들은 일정기간 동안 홍성을 기반으로 활동하게 되며, 미술관은 그들이 홍성이라는 지역을 작품에 녹여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의제를 던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홍천마을 주민들과 입주작가들의 벽 없는 소통을 통해 주민들이 예술을 친근감 있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예술마을이 성공하기 위해선 옹기종기 모인 몇몇 예술인들의 의지보다는 주민들의 인식제고와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술마을조성은 문화예술을 통한 마을만들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기반 인프라 조성에는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이겠지만 모든 마을만들기가 그러하듯 마을 구성원들의 합의와 공조가 없이는 예산만 들여 성과 없는 '공공의 적'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예술마을조성이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전개돼야 하며, 예술마을조성에 참여하는 예술인들도 그들만의 예술이 아닌 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을 창출해야 한다. 조성 의도가 '예술인마을'과 '예술마을' 사이에서 선이 명확히 그어지는 부분이다.


■ 나오시마 '집 프로젝트'를 주목하라

일본 나오시마 섬에서 1998년도에 시작된 '집(家) 프로젝트'는 비어있거나 버려진 집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건축물 내부에 예술가의 미술품을 설치하고, 지역주민들이 설치과정에 참여하고 완성된 이후에는 마을해설사로써 집을 하나의 관광아이템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며 지역의 애착을 갖게 된 사례로 유명하다. 예술가들의 자발적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전개된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섬에 미술관이 들어서고 지자체가 각종 제반시설을 조성하면서 마을의 원주민들은 자연스레 예술마을의 안주인이 됐다. 나오시마 섬은 나오시마 미술관과 집 프로젝트에서 발전된 아트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3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으며, 2010년도에는 주변 7개 섬과 연계한 '국제예술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나오시마 섬의 사례는 주민, 예술가, 지자체의 공조가 빛을 발한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시작은 소수의 예술가 집단에서 주도했지만, 그 과정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지자체의 미술관 활성화 지원책이 적절히 뒷받침 됐다. 홍성군이 꿈꾸는 '고암예술마을'의 조성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예술마을도 마을만들기의 일환이다.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는 순식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관주도로 실패한 공공디자인 혹은 공공미술의 실패는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때문에 문화예술 정책에 있어 '느리고 올바른 개발'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홍천 고암예술마을이 국내 곳곳에 자리한 이름뿐인 예술 혹은 예술인마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고암이응노기념관의 활성화에 따른 주민들의 인식변화, 역량강화가 선행돼야 하며 다소 지루한 그 시간을 인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암예술마을 조성은 이제 첫 발자국을 뗐다. 컨설팅 용역 마을만들기 조성에 커다란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며, 방향점을 제시할 것이다. 예술로 활력을 되찾는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을 중심으로 마을에 불어오는 예술이라는 미풍에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