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공직사회 조성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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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공직사회 조성이 필요한 이유
  • 김진욱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2.22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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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시험 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직업공무원제도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일찍이 찾아볼 수 없는 특이 현상이다. 한동안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였는데, 최근에 반의 반 토막 났다. 고학력의 쏠림현상으로 우수인력의 편중까지 염려했었다. 100:1에 이르던 경쟁률은 20:1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지나친 과열로 공무원시험 낭인을 양산한다는 볼멘소리나 젊은 청춘을 허비한다는 자조까지 있었다. 

이제는 조직의 안정성과 자원 확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MZ세대 청년들의 변모양상이 다양하다지만 공직사회까지 심대한 영향이다.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은 직업공무원제 기반으로 정규직의 안정성을 충분히 누리면서 사회생활을 해왔다. 그 속에서 가족을 구성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던 것이다. 편안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장기 고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신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이념의 굴레를 강요하고 있다. 자신들이 향유했던 직업의 안정성과 고도성장으로 실현된 경제적 부(富)와 높아진 사회적 위상을 전수하기 보다는 박봉에 희생과 상관을 떠받드는 옛날을 추억하며 여전히 조직 내 희생만 강요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볼 때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상에서 자유와 평등을 핵심가치로 하는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작동되었다면 어림없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수권정부는 주요 의제(policy agenda)에 대해 반드시 토론과 공론화를 거치면서 분권과 자치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고 배웠다. 일찍이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값지게 얻은 민주화는 겸허한 민의(民意) 수렴을 천명한 것이 아니겠는가. 합리적인 제도와 절차로 국가 운영지침을 바로 제시해 준 것이다. 정권의 정당성은 쟁취 수단보다는 국익(國益)을 우선하고 자신의 치적보다는 민생안정을 담보하라는 엄명이었던 것이다. 전체 구성원들 모두 합의하긴 어려워도 다수가 동의하는 우호적 여론형성(national building)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여론에 아랑 곳 없고 의회민주주의는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 국면전환의 총선이 코앞이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높은 금리와 치솟는 물가에 불황까지 겹쳐 폐업이 속출하면서 사회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고용지표도 낮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서민생활은 날로 팍팍해졌다. 젊은이들에게 선망이었던 공직도 안전망으로 여겼던 연금제도를 개혁하면서 인기가 시들어졌다. 단순히 경쟁률이 떨어진 것에 그치지 않고 신규 공무원들의 이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형편이다. 일선에서 적잖은 행정공백이 우려된다. 그 불편한 결과는 모두 주민들이 받게 돼 있다. 

언제나 실적에 대한 보상은 적정해야지만 성과평가의 잣대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거대한 관료제 조직에서 자신만의 성과를 챙기기란 여간 어렵잖다. 계급으로 구조화된 공직사회에 성과창출을 위해 접목된 직위분류(팀제)는 층층시하다. 뭐 하나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서비스는 공익을 추구하면서 합법성이 담보돼야 한다. 즉 효율성보다는 규정에 없는 업무의 재량권은 매우 제한적이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비교적 자유분방하게 성장한 MZ세대들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태반 일게다. 

다만 입직과정에서 관료조직에 필요한 이론을 숙지해 필기시험을 통과했고 면접으로 공직관이 점검됐다. 신규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된 새내기 공무원들은 대규모 관료조직에 소속되면서 적잖은 자부심과 가족들의 칭송을 온몸에 받으며 자아실현을 꿈꿨던 것이다. 고등고시에나 합격해야 걸어졌던 현수막으로 주변의 시선을 온몸에 받으며 공직에 입문했지만 이제 그들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

국가사회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이 공직이다. 사회 안정과 선진국의 발돋움에는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일선공무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공익실현에 헌신할 때 좋은 행정과 살만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책임을 완수할 수 있을 때 건강한 사회가 조성될 수 있으며 국가와 주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복(公僕)의 역할을 다할 때 살기 좋은 나라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직도 수많은 공직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써주기 때문에 우리사회가 이렇게 안정적이고 굳건한 것이다. 

보다 건전한 사고와 보람으로 일생을 헌신할 수 있을 때 바로 민주주의 꽃도 활짝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몸담았던 조직에 우수자원 확보와 사회적 위상도 높아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장치 마련에는 인색했다. 제일의 가치로 여겼던 연금제도를 개혁하면서 노후보장은 물 건너갔고 사기업의 보상체계와 격차는 계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민원이 다양해지면서 고도의 업무처리 역량을 요구하지만 보상체계는 최저임금에 견줄 정도다. 고용지표 확대를 위해 급조된 공무직(무기 계약직)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책임만 커지고 업무의 강도와 부담은 가중되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체계는 더 이상 공직에 머무를 희망조차 잃게 만든 것이다.이제라도 지역소멸 예방책으로 공직 사회의 사기진작과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공직의 재구조화로 효율적인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복지국가에 걸맞은 조직으로 재편돼야 한다. 

둘째, 직업공무원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그에 걸맞은 적정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중요성만큼 우수한 전문 인력확보에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셋째, 우수자원의 민관(民官) 교류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교육 및 훈련을 통한 역량강화 기회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보람과 함께 자아실현 기반을 충분히 조성해야 한다. 

넷째, 우수인력유지에 필요한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상명하복으로 조직에 충성을 강요하기보다는 역량기반으로 적정한 직위를 부여하고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통해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 

끝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중요하다. 주민의 안전과 복지 파수꾼으로 역할에 맞게 예우하면 그만큼 공공서비스의 질은 높아질 게 분명하다. 내 자식같이 존중해야 사기진작이 극에 달할 수 있다. 미래 세대는 직업의 안정성과 함께 합리적인 댓가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보람과 긍지만으로 희생만 강요하는 일은 더 이상 멈춰야 한다.

김진욱 <혜전대학교 교양과 교수, 행정학 박사,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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