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 대표
칼럼·독자위원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글귀다.
9월에 소개할 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가 쓴 자전적 수필 《이시형의 인생 수업》이다. 올해 5월에 출간돼 현재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듯이, 이 박사도 이웃집 황동할매 감나무에 띠를 길게 해서 묶인 채 놀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된다.
2007년에는 75세의 나이에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2009년에는 ‘세로토닌 문화원’을 건립해 국민의 건강한 생활습관과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90세를 살아온 삶의 여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서술해나가고 있다.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곧 인생’이라며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살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살려지고 있다.
이 박사는 길에서 다이아몬드를 주운 행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책을 펼쳐놓고 파는 아저씨로부터 선물로 받은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 의 대표적인 저서 《죽음의 수용소》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라면 프로이트와의 인연을 얘기해야 하는데, 실제 임상은 프랭클의 의미치료(logotherapy)에 더 의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엔 가난과 굶주림만 남아, 저자 역시 며칠을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읽고 몇 번이나 되뇐 말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래도 거기보단 낫지 않느냐.” 이렇게 길거리 헌 가판점에서 맺은 인연이 평생 전문직을 살리고 현실적 고통도 가시게 했으니, 생각할수록 얼마나 감사한 인연인가! 정신과 용어에 세렌디피티(serendifity)라는 말이 있는데, 예상치 않은 행운을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만날 때 쓰는 말로, 그는 그런 행운을 만난 축복 받은 사람이다. 인생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 살아보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하지만 끈질기게 길을 찾고 찾으면 이렇게 돕는 이가 나타나고 길이 보이게 된다.
지금 인생길이 평탄하지 않다고 하여 불평하거나 절망하지 않길 바란다. 평탄하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다. 지금 넘어지고 숨 막히는 상황에 놓였을지라도, 인생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조금만 더 힘을 내어 견디다 보면,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전혀 예상치 않은 행운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90세쯤 돼야 진단할 수 있다고 하니, 지금 힘들더라도 좀 더 용기를 내어보자.
그리고 젊을 때는 젊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점점 나이 들면 늙음은 빨리 오고 깨달음은 늦어지니 마음만 조급해진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매 순간 고민하게 되는데, 이 박사처럼 한 권의 책이 평생을 이끌어줄 수 있으니,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책 속에서 길을 찾자. 책은 인생의 험준한 바다를 항해하도록 마련해준 나침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산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며, 사람을 만나는 일은 배우고 성장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위대한 가르침을 주는 교사들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 가운데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골라 그것을 바로잡아라”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배우면서 성장하도록 노력하자.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한 삶, 성공하는 삶을 위해 배우라고 주어진 시간이니, 인생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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