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잊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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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잊을 수 없어요"
  • 김하연(건양대 간호학과 1·홍성여고 졸)
  • 승인 2013.01.24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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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해외봉사활동 체험기
▲ 김하연(건양대 간호학과 1·홍성여고 졸)
대학에 입학하면서 세 가지 꿈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해외봉사를 가는 것이었고 이번이 첫 번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국내외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받고 있는 고통, 아픔과 슬픔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진심이 통했는지 200여명의 지원자 중에서 운이 좋게 50명 선발 인원에 포함돼 캄보디아로 처음 해외봉사를 가게 됐다. 2013년 1월 4일 '설렘 반 기대 반'으로 14일 간의 여정으로 비행기를 탔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하며 그 곳에 처음 내렸을 때 우리나라의 선선한 가을 날씨를 느꼈다. 왠지 앞으로의 여정이 보람차고 즐거울 것만 같았다.

교육 봉사활동을 갔었던 지역은 차선도 없고 도로마저 울퉁불퉁 비포장으로 이어진 라바옥 초등학교였다. 컹거리는 우리나라식 경운기를 타고 20여분 흙먼지를 마시며 도착한 곳은 정말로 작은 초등학교였다. 서로가 처음 마주하는 낯선 상황에서 수줍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주던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캄보디아 초등학교 아이들을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순수'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곳의 아이들은 우리가 무슨 물건을 주든지 호기심을 보여줬다. 거울을 보여주었더니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지다가 나중에는 거울을 보며 웃어보고 손을 흔들며 뽀뽀까지 하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 아이들은 시시해서 하지 않는 데칼코마니, 스크래치, 종이접기와 종이컵 전화기 등 단순한 놀이가 그곳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체험이며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라바옥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중에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소녀가 있었다. 영어로 먼저 인사해주며 질문하고 답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 소녀는 그림을 아주 잘 그렸고 미래에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도화지나 물감과 같은 번듯한 재료도 없이 묵묵히 꿈을 키워 나가는 소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라바옥 초등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했지만 돌아올 때는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는 걸 느꼈다. 우선 아이들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웃음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동생들을 챙기는 마음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호기심과 배운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라바옥 초등학교와 야학당에서의 봉사활동도 의미가 있었지만 가장 뜻 깊은 봉사활동은 아무래도 의료봉사라고 할 수 있겠다. 수상마을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그곳의 상황은 열악했다. 처음에는 아직 1학년이라 전문적으로 의료기술을 배운 것도 없는데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괜찮을까 걱정도 됐다. 그러나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그곳 사람들의 실상은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다. 한 명, 두 명 어린이들이 상처를 치료하러 오더니 나중에는 마을 주민들도 서로 치료를 받고 약을 타가셨다. 수상마을에 있는 학생들이나 라바옥 초등학교의 아이들 대부분이 신발을 안 신고 다니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실 신발을 안 신고 다닌다고 하기보다는 못 신고 다닌다는 표현이 맞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발에 상처가 심한 아이들이 많았다.

이제 막 3살이 되는 아이가 있었는데 빨간약(?)을 너무 무서워했다. 겁을 먹고서는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울먹울먹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지만 소독을 하고 치료를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를 달래고 사탕을 쥐어주니 얌전히 앉아서 치료를 받고 "어꾼(감사합니다)"이라고 말하며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합장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 사탕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정말 간호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같이 의료봉사를 했던 선배들과 함께 나중에 모두 의료인 면허를 따게 되면, 꼭 다시 찾아와 전문적인 의료봉사를 하자고 다짐했다.

한국에선 당연한 듯이 의료와 복지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었지만 캄보디아뿐만이 아니라 다른 제3국에서도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가슴 한 구석이 씁쓸해졌다. 이번 해외봉사는 사실 봉사를 하고 왔다기보다 배워온 점이 많았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시간들이다. 무엇이든지 먼저 나서서 참여하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지내던 선배들을 보며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는 머리로 생각하며 하는 것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진심을 다해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이번 해외봉사를 통해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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