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지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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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가 생각난다
  • 주호창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01.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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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창<br>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br>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

2024년 갑진년이 지나고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돼 ‘새로움’이란 글을 쓰고자 했는데 갑자기 ‘솔로몬의 지혜’가 생각난다.

지난해 갑진년을 ‘값진’ 해로, 올해 을사년은 사투리로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내는 소리인 ‘으싸, 으싸’처럼 모두의 힘을 합치길 바라며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지난 날 교직에 있을 때 어느 스승님의 말씀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아마도 보리 고개를 넘던 험난한 시절의 이야기인 것 같다. 어느 학교에서 아침 등교시간에 지각하는 학생이 담인 교사로부터 꾸중을 듣는데 얼굴은 술을 먹었는지 붉게 되어서 가중처벌을 받고 오후에 교무실로 오라고 했다.

그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갔는데 담임교사는 “지각을 한 놈이 술까지 먹고 왔다”며 종아리를 걷고 매를 맞는 순간에 이 학생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저희 집은 부모님이 안 계시고 가난해서 아침에 밥이 없어 할머니가 양조장에 가서 술을 빚고 술 지검을 밥 대신 먹고 오다 보니 늦었습니다. 저는 술을 먹지 않는데 술 지검을 먹어서 얼굴이 붉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이 말을 들은 담임교사는 들었던 회초리를 힘없이 내려놓고 학생을 끌어안고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는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우리가 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원인은 무시하고 겉에 나타난 결과만을 보고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인과 결과는 불가분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경우처럼 빙산일각(氷山一角)이란 말도 원인이 되는 바다 밑에 보이지 않는 얼음은 4분에 3이고 위로 보이는 4분에 1인 결과만 가지고 오판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운동경기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개인에게 불리한 판정을 하는 때도 많았지만 요즈음은 육안으로 판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비디오 판독으로 정확한 결정이 되고 있으니 우리네 삶의 현장에도 이런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솔로몬의 지혜에서 한 아이를 놓고 두 엄마가 서로 자기 아이라고 싸울 때 칼로 공평하게 반쪽씩 나눠주라고 했다.

이때 인간의 본성이 발로돼 가짜 엄마는 “그렇게 하자”고 승낙했고, 진짜 엄마는 “내가 그 아이를 차지하지 않아도 좋으니 결코 귀중한 생명을 버릴 수 없다”고 해서 그 엄마가 진짜 엄마로 판명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근한 예로 가로로 숫자 12, 13, 14를 쓰고 세로로 영어의 A, B, C를 써 놓으면 중간에 있는 숫자는 가로에서는 보면 13이 되고 세로에서 보면 B처럼 보인다. 이것은 자기가 보는 입장에서 가로로 보면 틀림없는 13이 되고 세로로 보면 B가 되기에 내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 입장에서도 볼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고 한 가지 사물은 상하, 좌우, 겉과 속을 보아야 어느 정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앞에서 말한 지각한 학생의 경우나 빙산일각에서 원인을 보지 않고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역지사지의 넓은 도량이 필요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네모진 흰 종이 중간에 점(.)을 찍고 무엇이 보입니까? 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이 보입니다”라고 답한다. 물론 점이 보이지만 그 점은 부분이고 종이가 전체인데 많은 사람은 전체인 종이는 무시하고 부분인 점만 보는 오류를 범한다.

산을 바라볼 때 나무도 보고 숲을 봐야 하는데 아름다워 보이는 숲도 가까이 가보면 그 안에 여러 가지 오물들이 많이 있기에 매사를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

수학에서 2+3=5가 맞는데 왜? 5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철학으로 당연한 일에 의문을 갖고 살펴보는 지혜와 심사숙고함이 필요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일방적인 시각으로 내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지 말고 비디오 판독의 결과처럼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올해 을사년에는 한 사람의 보는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가를 깨닫고 서로가 합심하며 사려 깊게 주위를 살피고 바른 판단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과거 새마을 운동에서 “잘살아 보세!”는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잘”이라는 말에는 착할 선(善)의 뜻도 있기에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올해는 온 국민이 바르게, 솔직하게, 정직하게 사는 을사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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