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운대학교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예로부터 곳간 열쇠는 죽을 때까지 며느리에게 넘겨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일단 자식에게 재산이 넘어가고 나면 그렇게 부모에게 잘하고 효성스럽던 자식들의 마음이 변해 부모에게 소홀해지고 왕래마저 뜸해지는 세태를 경계하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들어 자식들에게 재산을 선뜻 물려준 부모들이 효도는커녕 심지어는 학대까지 당하며 고통스러운 노후를 보내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뒤늦게 후회하며 재산을 돌려달라고 한들 자식들이 이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참다못한 부모들이 급기야 소송까지 제기해 보지만 현행법상 법원은 자식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부모들이 생전에 무상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것은 민법상 증여에 해당한다.
물론 대가를 받고 재산을 넘겨준 것이 아니므로, 증여를 서면으로 하지 않은 경우라든지, 수증자가 재산을 받은 후 증여자에 대해 부양의무 불이행, 학대, 범죄행위 등을 하는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일방이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해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으며, 반환대상이 금전인 경우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까지 가산해야 한다. 그러나 민법은 증여를 해제한 경우에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특별규정을 두고 있어 증여로 넘겨준 재산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법규정이 불효자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자 불효자방지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불효자방지법이란 증여 후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 학대, 범죄행위 등으로 증여자가 증여를 해제하면 증여받은 재산을 돌려주도록 민법규정을 개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사랑스러운 자식에게 생전에 재산도 물려주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부모의 고통도 막아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바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에 효도계약서 또는 효도각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민법은 단순증여와 달리 상대방에게 부담이 있는 부담부 증여에 대하여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부담부증여의 수증자가 약속한 부담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해제의 원칙으로 돌아가 당사자는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효도계약서에 증여재산, 수증자인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범위와 조건, 위반 시 반환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경우에는 부담부증여에 해당한다. 따라서 혹시라도 자녀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부모는 효도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증여를 해제하고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부모님을 한 집에 모시고 살면서 부양하며 이를 위반하면 돌려주기로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고 시가 20억 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증여받은 아들이 이를 위반한 사건에서, 효도계약서의 내용은 부담부 증여에 해당하므로 그 부담을 이행하지 않은 아들은 증여 받은 부동산을 부모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증여 대상 재산과 위반 시 반환조건은 물론이지만, 부모님 방문 횟수, 생활비나 의료비 금액 등 부담의 조건, 즉 효도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 효도, 부양, 심부름 등 막연하게 계약서 내용을 작성하는 경우 향후 문제가 됐을 때 부담부 증여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