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상태바
고발
  • 김선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04.03 10:09
  • 호수 884호 (2025년 04월 03일)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trong>김선옥<br></strong>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 대표<br>칼럼·독자위원<strong></strong><br>
김선옥
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 대표
칼럼·독자위원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로 있을 때,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미국의 정치가 패트릭 헨리가 리치몬드 연설에서 이렇게 외쳤다. “자유가 아니면 내게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이 외침이 온 미국인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고, 자유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오늘날 우리들의 가슴에까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자유! 그 고귀한 자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인데, 그 기본권마저 말살된 상태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참담한 실상을 국제사회에 고발한 소설이 있다. 북한 작가 반디의 소설 《고발》이다. ‘반디’는 ‘반딧불이’를 뜻하는 저자의 필명이며, 북한에 사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원고를 써서, 탈북자와 브로커 등 여러 사람을 거쳐 남한으로 반출시켜 출판된 북한 폭로소설이다. 제목에 나타나듯이 북한 인권사회를 국제사회에 고발한 고발장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반디!” 북한 2000만 주민들을 꼼짝 못 하게 묶어놓은 전체주의 체제 아래에서, 자유 없이 노예처럼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7개의 단편으로 고발하고 있다. 
 

《고발》 반디 저/ 리베르타스/ 2022년 11월/ 15,000원

김일성은 1948년 9월, 이씨 왕조의 세습군주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인민들에게 약속하고 권력을 잡았으나, 그 약속을 어기고 권력 세습의 기틀을 단단히 마련해놓고 세상을 떠났다. 울음도 반항으로 되는 법, 반항 앞에 가차 없는 추방이나 죽음밖에 없는 이 땅, 그래서 아파도 웃어야 하는 땅. 평양 광장에 걸려있는 카를 마르크스와 김일성 초상화를 보고 아기가 경기를 일으켜, 초상화가 보이지 않도록 이미 쳐 있는 나일론 커튼에 덧커튼을 친 일이 행사에 저촉된다고 해 추방당하는 사회가 북한이다. 그들에게 내려진 판결은 가정 혁명화에 등한히 하고 자녀 교육을 잘못했다는 것으로, 행사에 해를 주는 일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시조인 마르크스의 초상화를 비속화하고 수령님의 초상화를 업신여기는 등, 당의 유일사상 체계를 세우는 사업에서 심히 엄중한 잘못을 했다는 것이다. 삽으로 더러운 것을 떠서 던지듯, 추방은 가차 없이 진행된다. 또한,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듣고 병문안으로 길을 떠났으나, 고향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여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내, 결국은 어머니 부고장만 받아볼 수밖에 없는 사회가 바로 북한이다. 

독재정권의 창시자이며 이씨 왕조를 재건한 김일성의 실체를, 세습 독재하에서 신음하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올바르게 알려주는 반디의 작품세계가 극명하게 나타나 있다. 《고발》이 ‘평양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가장 비밀스러운 국가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들로, 인간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이 사악한 세습 권력의 노예로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이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 2017년 3월 말, 《고발》 출간 기념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30개국 언어권에 판권이 팔린 전 세계가 주목한 화제작으로,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가에서 동시 출간됐으며, 이 작품의 영향력은 대단히 커서 사하로프 인권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사하로프 인권상은 구소련의 반체제 핵물리학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따서 제정한 상으로, 1988년부터 매년 세계적인 인권지도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남아공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미얀마 연방 공화국의 초대 국가 고문 아웅 산 수지 등 저명한 인권운동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이 소설의 출간으로, 인간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인식하도록 해주고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