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홍성에 부는 의료 바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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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홍성에 부는 의료 바람을 기대하며”
  • 박철수 <한림성심대학교 방사선과 교수, 이학박사>
  • 승인 2025.04.17 10:08
  • 호수 886호 (2025년 04월 17일)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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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
한림성심대학교 방사선과 교수,
이학박사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충남 홍성군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가슴을 적셔 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몇 해 전, 지역신문에서 홍성 내포신도시에 종합병원을 건립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홍성에 종합병원이 생긴다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었는지 모른다. 나의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쁨도 컸다. 하지만 기쁨과 동시에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름 있는 의료재단이 과연 내포신도시에 종합병원을 세울 수 있을까? 홍성군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고 해도, 수백 병상의 종합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의료재단의 판단이 현실적인 고민 끝에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에 기댔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근무하고, 지방 암센터 설립에도 참여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몇 개월 전 종합병원 건립이 무산됐다는 후속 기사가 보도됐다. 예견했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마주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현재 홍성군은 인구가 10만 명에 육박하는 지역이다. 그 많은 주민을 책임질 수 있는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약 10여 년 전, 나는 당시 충남도지사에게 의견을 전달한 적이 있다. “홍성의료원의 의료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 국립대 의과대학의 수련병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국립공주대에 의과대학을 유치하고, 그 수련병원으로 홍성의료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러나 아마도 그 제안은 비서실에서 묶인 채 깊이 논의되지 못한 듯하다. 그때부터 조금씩이라도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더라면, 지금의 홍성군민들이 누릴 수 있는 의료 혜택은 훨씬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요즘도 고향의 여러 분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어디가 아프다”, “어디가 부러졌다”는 말씀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서 “어느 병원에 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요청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홍성의료원에서 진료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답변은 늘 같다. “홍성의료원에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하여 천안이나 대전의 대형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통화가 한 달에도 서너 번은 오는 듯하다. 그러면 나는 내가 근무하는 의료재단 산하의 병원을 안내해 드리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답답함뿐이다. 고향 사람들은 뼈가 부러지고, 배가 아파도 수십 ㎞ 떨어진 타지역의 종합병원까지 가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이는 나의 부모와 형제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현실이다.

물론 종합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건비, 시설운영비, 관리유지비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이를 감당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도 확보돼야 한다. 내포신도시에 병원을 세우려 했던 의료재단도 아마 이런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건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홍성의료원을 재정비하여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종합병원을 유치하고 건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의료기관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시간과 자원을 아끼면서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국립대 의과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수련병원으로의 승격을 추진한다면, 지역 의료의 질적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지역 의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홍성의료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고향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늘 변해간다. 그들이 아플 때, 고향이 따뜻한 안식처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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