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숲의 자리’, ‘관광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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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숲의 자리’, ‘관광의 자리’
  • 신은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05.01 10:25
  • 호수 888호 (2025년 05월 01일)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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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신은미<br>​​​​​​​</strong>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br>칼럼·독자위원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칼럼·독자위원

‘봄’ 풍경으로 미세먼지나 황사, 산불을 떠올리는 시대가 됐다. 특히 지난 3월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악의 산불로 꼽히며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겼다. 지난주 인제 산불을 포함해 4월에만 전국에서 40건 넘는 산불이 발생했다. 2년 전 서부면 산불이 떠오른다. 서부면 곳곳은 상처처럼 불타버린 흔적이 남아있고 주민들의 충격과 상흔은 여전할 것이다.

산불의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산불의 규모나 피해가 커지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후변화로 산불의 위험이 커지는 동시에 숲이 사라지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해 기후변화는 가속화된다. 이러한 산불과 기후변화의 악순환 앞에서 우리는 산림을 어떻게 가꿔야 할까.

지난해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 33조에는 ‘①정부는 산림지, 농경지, 초지, 습지, 정주지 및 바다숲 등에서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흡수원을 조성·확충하거나 온실가스 흡수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홍성군의 탄소중립조례 역시 ‘군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법 제33조 제1항에 따른 탄소흡수원 등을 조성·확충하고 온실가스 흡수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탄소흡수원 확대 의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홍성군은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해마다 약 60만 평을 추가로 조림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서부면 골프장 개발사업과 용봉산권역개발사업은 정부의 방침과 군이 스스로 만든 계획을 역행하는 일이다.

홍성군은 서부면 산불로 타버린 곳에 골프장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골프장 건설이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산불로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그간 임시주택에 거주해왔고 그나마도 정해진 기간 2년이 지나 이주를 걱정하고 있다. 피해주민 지원과 생태계 복원에 총력을 다해야 할 판에 물과 에너지 등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개발사업을 밀고 있다. 개발업체는 재난을 기회 삼아 돈벌이를 하고 숲과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관광’이라는 명목으로 주민 삶과 동떨어진 개발사업이 이뤄진다.

용봉산권역개발사업 역시 모노레일이나 전망대를 만들자면 산림이 상당 부분 훼손할 수밖에 없다. 나무가 베어지고 산이 파헤쳐진다. 시설물들이 만들어지는 동안 그리고 가동을 시작하면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또다시 탄소를 배출한다. 국비나 도비가 확보됐다고는 하지만 절반은 군민들의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모노레일의 경우 민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지만, 투자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고 홍성군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흡수원을 없애고 탄소를 배출하는 일에 우리의 세금을 쓰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법까지 만들고 계획까지 수립하지만, 현실과는 이렇게 따로 간다. 산불이나 홍수, 가뭄 같은 기후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다. 기후재난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 관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선진국에서는 이미 만들어놓은 댐도 허물고 구조물을 해체하며 생태계를 복원하는 ‘재자연화’가 한창이다. 관광객들도 어디나 있는 똑같은 시설물을 원하는 게 아니라, 사람 손때가 타지 않은 자연스러운 장소들을 찾아다닌다. 산림을 개발하고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에 있어 지역주민의 입장과 역할도 고려돼야 한다. 

“홍성군민이 즐기는 사업이 아니라 다른 지역 관광객을 홍성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사업이 돼야 한다.” 지난해 8월 열린 ‘용봉산권역 종합계획 수립’ 주민설명회에서 도의원과 기관장이 한 말이다. 용봉산 주변마을은 아직 하수도도 설치돼 있지 않은데 말이다. 지역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주민들이 즐길 수 있을 때 외부에서도 찾아온다. 기후변화와 지역소멸, 관광의 연결고리를 고민하고 공동체적인 해법을 찾을 때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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