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으로 번진 장(醬)맛에 간판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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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으로 번진 장(醬)맛에 간판까지 바꿨다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5.08 08:42
  • 호수 889호 (2025년 05월 08일)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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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신문이 추천하는 맛집] 〈20〉 홍북읍 ‘웰빙매운해물칼국수’
15년 된 된장부터 시작해 직접 재배한 각종 나물과 채소
그리고 매일 새벽마다 만드는 손두부와 도토리묵까지,
이 전부는 ‘정성’을 뜻하고 건강과 직결된 한상차림으로 집합된다.
웰빙매운해물칼국수의 청국장은 식감과 맛, 풍미가 모두 부드럽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이번호 <홍주신문>이 소개할 ‘웰빙매운해물칼국수(대표 남순자)’는 용봉산 자연휴양림으로 오르는 작은 회전 도로를 빠져나와 바로 보이는 곳으로, 최근 단골손님들의 의문을 이유로 간판을 바꾸게 됐다. 때문에 네비게이션에는 ‘웰빙매운해물칼국수’라 검색하고 눈으로는 ‘20년 전통 두부 전문점’이라 쓰인 검정 간판을 찾아야 한다.

시침이 숫자 12를 가르키기 전, 이른 시간 도착한 가게 안은 단체 손님 예약 테이블이 대부분이다. 기자는 “저기 단체 손님들이 주문한 메뉴가 뭐예요?”하고 물은 뒤, 그들과 같은 메뉴인 청국장을 주문했다. 7가지 반찬과 청국장 뚝배기가 놓이고, 강력한 쿰쿰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의 청국장과 반찬은 미각을 한순간 현혹시키는 맛이라기보단 조용하고 담백한 성질이다. 조근조근 차분히 말하는 사람이 연상된다. 혹은 차라리 침묵에 가깝다. 

“단골 손님들이 하도 ‘여기는 청국장, 된장, 손두부로 유명한데 왜 간판이 웰빙매운해물칼국수냐, 간판을 바꿔야 한다’고들 말씀하셔서 얼마 전에 바꿨어요.”
 

매일 새벽 만드는 100% 도토리묵.

26년간 보험회사에 근무하며 수석팀장을 맡았던 남순자 대표는 당시 벌이가 좋아 사둔 땅에 건물을 지었고, 그 자리가 현재의 ‘웰빙매운해물칼국수’이다.

“제가 예전부터 음식 만드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우리나라 음식은 갖가지 색깔이 다 있어서 음식 만들고 나서 그릇에 담아놓고 보면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워요. 그래도 이렇게 음식 장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처음에 막 시작했을 땐 매출이 평일 2~3만 원, 주말 20만 원 정도였는데 2년 정도 지나니까 자리가 잡히고 이후 도청이 생기면서 도청 직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통해 손님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남순자 대표는 새벽 다섯 시면 주방에 나와 두부와 묵부터 만든다. 두부에는 100% 국내산 콩만을 사용하며, 묵을 쑬 때도 100% 국내산 도토리 가루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간판을 바꾸게 된 계기 중 하나인 장맛, 된장과 청국장엔 각각의 이야기가 있었다.
 

남순자 대표가 텃밭에서 나물을 뜯고 있다.

“제가 2010년 무렵 회사 다닐 때 직장암에 걸렸는데, 그때 든 생각이 ‘내가 죽더라도 우리 딸들 장은 먹게끔 만들어 놔야겠다’해서 장을 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장사하면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항아리에 15년 된 된장도 있어요. 손님상에 나가는 된장은 다 제가 담근 거예요. 그리고 청국장은 친정 올케가 해줬었는데 치매가 오는 바람에…. 그 뒤로 국내산 청국장 여러 개 써봤는데 죄다 마음에 들지를 않아서 고르고 고르다가 지금은 5성급 호텔에 들어가는 청국장을 쓰고 있어요.”
 

남순자 대표의 된장 항아리를 구경했다.

웰빙매운해물칼국수의 한상차림에는 제철 나물 반찬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는 남 대표가 직접 심고 기른 것들로, 철에 따라 다르지만 눈개승마·오가피 순·엄나무 순·참죽나무 순·옻 등 그 종류가 나열하기 힘들 만치 다양하다. 또한 한 박스(10kg)에 60만 원이라는 곤드레나물은 정선에서 들여오고, 서부면에 고사리를 손수 뜯으러 가기도 한다. 육수를 낼 때 사용하는 다시마와 반찬으로 내는 톳은 완도산을 사용하는 등 재료는 무조건 최상품만을 고집한다.

“기본적으로 재료가 싱싱해야 해요. 조금만 시들해도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직접 장을 봐야 성에 차요. 그러니 장 보러 가면 너무 까다롭다고 놀래요.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직접 만드는 거기 때문에 두부랑 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만들어 그날 다 나가요.”

또 열무김치의 열무는 남 대표의 밭에서 무공해로 키운 것을 사용하며, 직접 우린 사골육수를 사용해 담고 있다. 남 대표는 인터뷰를 하다 말고 “열무김치 좀 담아줄게. 가져가”라며 갑자기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점심 장사를 마친 주방은 물기 하나 없이 쾌적했다. 기자가 주방이 정말 깨끗하다며 놀라자 남 대표는 “나는 더러운 꼴을 못 보기 때문에 주방이든 어디든 항상 깔끔하게 유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국장 한상차림, 7가지 담백한 반찬과 구수한 청국장에 금세 한 공기가 비워진다.

웰빙매운해물칼국수는 재료 손질부터 조리, 주방 관리까지 모든 것을 남 대표 혼자 하기 때문에 예약 손님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육청 손님들이 많이 와요. 다른 곳으로 전근 갈 때 찾아오셔서 그동안 밥 잘 먹었다면서 선물을 주시기도 하고, 저희집이 나물 반찬이 많다 보니까 아토피가 심한 손님께선 2년간 먹으면서 부작용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참 감사했다고 인사하러 오시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니 제가 이런 마음이 감사해서 여태 밥값을 안 올려요. 저 믿고 와주시는 단골들 생각해서요.”

남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에게 “우리집은 예약하고 와야 제대로 얻어먹어. 주방 일을 혼자 하기 때문에 예약을 안 하고 오면 내가 잘 챙겨주질 못해”라고 말했고, 기자는 인터뷰를 하며 궁금해진 메뉴 ‘두부버섯쇠고기전골(小)’를 예약한 뒤, 그날 저녁 식사도 웰빙매운해물칼국수에서 하게 됐다.

두부버섯쇠고기전골, 담백하고 깊은 국물에 몸이 정화되는 맛.

가스버너와 함께 나온 ‘두부버섯쇠고기전골’에는 표고버섯,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각종 버섯과 소고기 그리고 남 대표가 당일 새벽에 만든 손두부가 들어있다. 소고기는 지방질이 붙어있지 않은 담백한 부위를 사용했으며, 버섯과 한데 어우러져 깔끔한 맛의 결정체, 몸이 정화되는 맛을 낸다. 희뿌연 했던 육수는 끓을수록 맑은 갈색빛으로 변모하며 순수하고도 깊은 맛을 내는 데다 들쩍지근해지지 않아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여기 공깃밥 하나 더 주세요.”

웰빙매운해물칼국수 메뉴
△두부버섯쇠고기전골 大53,000원 中43,000원 小30,000원 △두부돼지고기전골 大53,000원 中43,000원 小30,000원 △두부버섯전골 大53,000원 中43,000원 小30,000원 △버섯토종된장(2인 이상) 10,000원 △버섯청국장(2인이상) 10,000원 △쇠고기산채비빔밥(9가지 각종 나물) 10,000원 △해물칼국수 8,000원 △서리태 메밀 콩국수(여름) 10,000원 △사골 굴 떡국(겨울) 13,000원 △손두부김치 13,000원 △해물파전 13,000원 △묵무침 13,000원 △김치부침개 13,000원


·주소: 충남 홍성군 홍북읍 용봉산1길 2
·영업시간: 매일 오전 11시~오후 8시(예약 주문) | 쉬는 시간 오후 3시~6시
·전화번호:  041-631-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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