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목 연구, 현장서 ‘무용지물’… 무관심 속 역사 자산 사라져
절차만 따른 행정의 허점 드러나… “절차 상으론 문제 없었다”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조선 사육신 매죽헌 성삼문(1418~1456) 선생의 과거 급제 소식에 부친 성승 장군이 북을 울렸다는 전설과 함께 수백 년을 이어온 ‘성삼문 오동나무’가 행정당국의 안이한 판단과 절차 중심 행정의 허점 속에 무참히 베어졌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살아 있는 문화자산이 공무원의 실수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성삼문 오동나무’는 성삼문 선생 생존 당시 생가 옆에 자라던 나무가 고사한 뒤, 1950년대 그 어미나무의 고목에서 새로 싹이 트며 자라난 후계목으로, 홍북읍 노은리 114-3 터에 높이 약 10m에 달하는 나무 한 그루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홍성군이 성삼문 유허지 일원에 ‘매죽헌 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유허지 바로 앞에 있던 오동나무가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베어졌고,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지역사회에 큰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적 상징물을 단지 ‘식재된 수목’으로 간주한 채, 문화재로서의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조차 없이 진행된 행정은 “심의는 있었지만 책임은 없었다”는 자가당착을 드러냈다. 절차만 밟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형식주의 행정, 문화재 인식 부족, 사전 점검 부재 등 복합적인 행정의 사각지대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태기 문화관광과장은 “공원 조성 당시 문화재 관련 심의와 자문을 받았지만, 오동나무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별도의 지시나 언급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행정의 판단 부족을 심의 절차 뒤에 숨기려는 변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동나무가 베어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역사적 상징 훼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고, 이후 해당 부서가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적 상징을 지켜야 할 행정이 오히려 그 상징을 훼손한 셈이 된 것이다.
지난 19일과 20일 현장을 찾은 김태기 문화관광과장은 “역사적 의미가 깃든 상징물인 오동나무의 훼손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대책과 관련해선 “동일한 유전적 개체의 오동나무(후계목)가 충남도산림자원연구소에 보존돼 있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유허지에 다시 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문화재 심의 등 추가적인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하며, 구체적인 복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정윤 홍성군의회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행정 실수로 인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더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군민께 깊이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성삼문 오동나무는 단순한 수목이 아니라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소중한 문화유산임에도 이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에는 마땅히 책임이 따를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러한 문화재 훼손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절차와 현장 관리를 더욱 철저히 점검하고, 의회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3년 충남도산림환경연구소와 국립산림과학원은 3년여간의 공동연구 끝에 뿌리삽목(근삽)과 조직배양의 방법으로 역사성이 있는 ‘성삼문 오동나무’의 대량증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산림환경연구소 등은 어미나무의 뿌리를 저온 저장했다가 뿌리로 삽목해 어린나무를 육성하는 방법과 어미나무 줄기의 눈 조직을 사용해 시험관에서 줄기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방법 등 2건의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1000여 본의 어린나무를 증식했으며, 증식된 묘목은 선조의 얼과 우리 민족의 전통성을 심어주기 위해 이후 성삼문 생가를 비롯한 도내 각지와 전국 학교 등에 보급됐다.
특히 당시 성삼문 오동나무 번식 기술을 개발해 선조들의 삶과 애환이 깃들고 정취가 담긴 노거수 후계목 증식과 보급의 길을 연 연구원이 국립산림과학원이 수여하는 지역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성군은 2014년 3월 20일 성삼문선생 유허지에서 영정 봉안식과 함께 오동나무 식재 행사를 열고 ‘손자목’ 50본을 식재했다.
당시 군은 “성삼문 오동나무 식재를 계기로 대표적인 충절 위인인 성삼문 선생의 뜻을 널리 선양하고 성삼문 선생 유허지를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자원이자 역사교육 현장으로 보존·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성삼문 오동나무’는 베어졌고, 이는 복원과 대체의 문제를 넘어선 되돌릴 수 없는 상징의 소실이다. 수십 년에 걸쳐 후계목을 연구하고 보존해온 노력이, 현장 행정의 작은 무관심 하나로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단 한 그루의 나무지만, 이는 단순한 수목이 아니라 조선의 충절을 상징하는 ‘살아 있는 역사’였다. 홍성군은 “복원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식재가 아닌 책임 있는 성찰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선이다.
이번에도 담당자 이동 안하겠죠...책임지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 발전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