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고령친화산업학회 이사
충남사회서비스원 감사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
칼럼·독자위원
오는 7월 1일은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도입된 지 48주년이 되며, 전 국민에게 확대된 지 36주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통합 출범한 지 25주년,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지 17주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날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시점에서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는 일은 오랜 기간 국민건강보험과 함께한 필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 제도 도입과 조직 통합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첫째, 국민 건강 수준의 향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홍콩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제도가 도입된 1977년 당시의 평균수명(65세)과 비교하면 약 18년이 증가한 수치이며, 현재 글로벌 평균인 73.5세보다도 약 10년이 높다.
둘째, 국민 통합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제도는 빈부 격차뿐 아니라 건강 격차도 줄이며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셋째, 사회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감염병 대확산 위기 속에서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러한 성과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데 있어 하나의 밑거름이 됐다.
올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인구소멸 국가로 분류될 정도로 세계가 우려하는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이러한 급격한 환경 변화 위기에 국민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건강보험 보장성의 지속적 강화가 필요하다.
2023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로, 2022년의 65.7%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81.8%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OECD 국가들은 경상의료비 중 공공재원의 비중이 80%를 상회하며, OECD 평균도 70% 이상이다. 우리는 보장률을 점진적으로 높여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필수의료를 살려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둘째,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이 강화돼야 한다.
지속 가능한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초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OECD 주요국들은 국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건강보험료 인상에 앞서 국고 지원 정상화가 선행돼야 할 과제이다. 현재 직장가입자 기준 보험료율은 7.09%로, 일본(9.98%)과 독일(17.1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진료비 증가에 맞춰 보험료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수가 지불제도 개선과 급여비 지출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재정지출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보험재정 누수 방지 체계를 잘 운영해 지출 관리를 효율화해야 한다. 사무장 병원에 의한 재정 누수가 심각한 만큼, 특별사법경찰권 도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건강 수명 향상을 위한 맞춤형 건강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수명은 2023년을 기준으로 할 때 65.8세로, 기대수명과의 격차가 무려 17년이 넘는다. 이는 만성질환이나 거동 불편 등의 이유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기간이 매우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만성질환 진료비 역시 전체 진료비의 40~50%에 달하고 있다. 건강한 노인을 늘리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저출산 시대에 고용인구의 감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많은 만성질환은 생활 습관과 직결돼 있는 만큼,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생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생애 주기별 건강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넷째, 장기요양보험의 지속 가능성도 제고돼야 한다.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요양서비스 전반의 제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인정 관리, 급여 이용, 사후 관리의 전 과정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 거주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의료·재활과 요양의 복합 서비스 기반을 강화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하며, 장기요양보험도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재정 건전성 확보와 데이터 기반의 급여관리체계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ESG 경영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 경영을 확대해야 한다.
인력 전문화와 디지털 기반의 경영 환경 고도화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은 건강 사회의 지속 가능한 안전망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오늘날 세계 속의 ‘K-건강보험’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건강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한 가입자들과, 건강을 유지하며 비용을 적게 부담시킨 이들의 숨은 역할이 있었다. 또한 낮은 수가 체계 속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온 공급자들의 헌신과 제도의 정착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정책 당국과 공단 직원들의 노고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제는 이 훌륭한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발전시켜,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때다. 건강보험 도입 48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 모두와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며,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의 길을 다 함께 힘차게 걸어가길 기대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