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일보 한관우 발행인] 올해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전통시장 상인 등 한숨 짓는 사람들이 많은 분위기다. 모처럼 활기를 띤 전통시장, 하지만 대형마트에 비하면 예전과 같이 명절 대목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에는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아 제수용 상품 등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홍성전통시장, 추석 명절을 앞두고 그래도 평소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은 모습이다. 시장에는 추석 밑 대목장답게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 상품들도 많이 보인다. 올해 추석이 좀 늦은 탓인지 다행히 금 사과가 수확 철을 맞아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정부가 전망했듯 물량은 풍부한 듯하다. 하지만 무더위와 폭우가 지나가면서 하락세로 접어들던 과일 가격이 추석을 앞두고 다시 꿈틀대고 있다고도 분석한다. 제수용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도매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상황에 따른 생육 지연으로 출하가 지연된 영향으로, 명절 성수기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가격은 그다지 저렴한 편이 아니라고들 말한다. 유통업계에서도 과일 시세 안정을 위해 물량을 확대했다고 말들은 하지만 말이다.
풍성한 진열대로 눈길이 가는 건 다른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홍성의 전통시장인 홍성시장도, 광천시장도, 예산 삽교시장이나 예산역전시장도 마찬가지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목을 맞았지만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상인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다른 곳보다는 사정이 좀 났다고 하는 과일가게들조차 지난해 추석 대목에 비하면 매출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오히려 예전의 명절에 비해 뜸해진 발길에 상인들의 마음도 무겁다. 심해지고 있는 소비 위축으로 농촌의 전통시장의 명절 특수란 말은 옛말이 됐다는 분위기다.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보름 앞둔 대목장인 지난 22일 찾은 삽교시장은 대목 분위기는 고사하고 장조차 제대로 서지 않은 분위다. 한 상인은 “삽교장은 1927년인가 만들어져 1970~80년대까지 우시장도 서면서 사람들로 미어 터졌댜, 근데 이제는 장이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편여, 잘해야 생선 점포나 과일 점포두 하나나 둘이고, 노인네들만 앉아 있는 노점상 몇 개 뿐이여. 장을 볼래야 파는 상인이 있어야, 사기도 허지, 제대로 장을 볼 수가 읎을 껴. 삽교장은 대목장 분위기가 읎으니깨, 내일 예산 역전장에나 가보슈”라고 말한다. 23일 찾은 예산 역전전통시장에서도 추석 특수로 북적이던 예년의 전통시장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느낌이다. 예산역 앞에 바로 위치하고 있어 편리하고 차량으로 이동을 하더라도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접근하기에는 매우 편리한데도 추석 명절을 앞둔 시장에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한 상인은 “명절 대목은 이제 옛날 얘기유. 상차림도 대형마트로 가지, 재래시장 오는 사람이 있간디유, 오늘 저기 대하 장사만 쪼금 되나 보네, 자연산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자연산 이라니께 저기만 쪼금 몰리지, 사람 있나 보유. 대목장도 읎어, 이제.”라고 말한다.
홍성전통시장에서 장사만 60년이라는 한 상인이 하던 말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추석이 보름 앞인데 장에 사람들이 읎어, 다음 장날이나 대목장이 될라나 모르지. 예전에 비하면 명절 분위기가 안 난다”면서 “정부에서는 민생지원금을 주네, 어쩌네 하면서 생색만 내지만 대형마트 때문에 우리 시장의 장사꾼들은 다 죽는 거야, 한마디로. 대형마트가 우리 없는 사람들 다 죽인다니께. 거기로 몰리지 않으면 대목장이 왜 이리 사람이 읎댜, 추석 대목이라고 장사가 되기는 뭘 되어. 다음 달 초하루 장, 대목장이나 기대해 봐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던 할머니 상인의 말이 이웃의 전통시장에서도 그대로인 것을. 혹여 물량과 자본으로 무장한 대형마트에게는 올 추석이 ‘대목’일지 모르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뜸한 손님들의 발길에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국이다. 올 추석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의 풍경이 시끌벅적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상인들의 ‘한숨 소리’만 들리니 말이다. 입추 지나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한숨도 날려버리자. 수구초심(首丘初心)인가, 너도나도 풍족한 잔치 벌이려 고향을 찾는 추석이 반가울 따름이다.
“추석 명절 앞두고 물가가 내렸다고요? 장에 와서 물건을 사보세요, 작년과 비슷하다면 모를까, 뭐가 내렸어요.”
4인 가구의 추석 차례상 전통시장 기준 비용이 4년 만에 3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발표는 하지만 정작 시장 이용 소비자들은 물가 하락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홍성전통시장을 찾은 홍동면에 사는 김아무개(80) 씨는 “장을 보면서 과일 가격을 보면 예전보다 많이 올랐다”면서 “배·시금치 등은 조금 내린 것 같은데, 계란, 소고기, 돼지고기, 사과 등은 가격이 올라도 한참 올랐지. 물가가 내렸다는 것은 그저 수치에 불과한 거지”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 명절을 보름여 앞두고 터져 나오는 자영업자들의 탄식 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 폭염·폭우·가뭄에 밥상 물가도 비상이다. 이번 여름 극단적인 7~8월 날씨가 3분기 물가를 끌어올리고, 전체 경제성장률도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석 장을 보러 가면서도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게 소비자들의 현실이다. 아직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 상품 중 하나인 사과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농가들의 애로사항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저온 피해로 인한 생육 지연, 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조생종 생산량 감소 등 어쩔 수 없는 이상 기후와 날씨 탓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과 주산지인 경북지역 등에 지난 3월 산불 피해까지 겹치며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6~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후와 가뜩이나 경기 불황과 고금리 탓에 가계가 빠듯해진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추석 명절을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 추석은 최장 10일간 연휴를 이용할 수도 있는 ‘황금연휴’라지만 웃음 보다는 시름이 깊어지는 추석 명절이다. 최소한 일주일은 쉴 수 있다. 하지만 농촌 사람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나 할까. 올해도 추석 분위기가 썰렁하다. 천고마비, 청명해야 할 가을하늘이 잿빛처럼 느껴지는 까닭이다. 소원을 빌 둥근 보름달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