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향긋한 겨울 냉이… 겨울철‘효자’ 틈새작물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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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농]향긋한 겨울 냉이… 겨울철‘효자’ 틈새작물 각광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2.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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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갈산압곡황토냉이영농법인

▲ 갈산압곡황토냉이영농법인 소유 서산냉이밭에서 마을 아낙네들이 즐겁게 냉이를 채취하고 있다.

30여 농가 1일 평균 5t 물량 납품
국내 유통 80%가 홍성지역 생산
뿌리깊고 향 뛰어나 소비자 선호


한 겨울, 추수가 끝난 들녘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전통적으로 농부들에게 겨울은 내년 농사를 준비하며 고된 노동을 잠시 쉬는 그야말로 ‘농한기’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 고장에서는 농한기 들녘에 온전히 지력(地力)에 의존해 겨울작물을 키우며 고소득을 올리는 곳이 있다.
예부터 겨울과 초봄 사이 들녘에 지천으로 나던 흔한 약용식물이자 봄철 대표 먹거리인 ‘냉이’를 생산하며 봄철 노지냉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홍성군 갈산면 압곡마을, 그곳의 ‘갈산압곡황토냉이영농법인(대표 박수용·58)’을 소개한다.
냉이는 우리나라의 들이나 밭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나물로 뿌리와 줄기가 연한 봄냉이를 최고로 치지만 여름을 제외한 가을·겨울에도 수확하며 동의보감에서는 간에 피를 돌게 하고 눈을 맑게 한다는 냉이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보통 겨울철에 생육하고 병해충이 없어 친환경농업에 적합한 작물인 냉이는 홍성이 냉이 생육에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다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라 타 지역에서 생산된 것보다 상품가치가 높다.
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냉이 재배면적이 약 55ha 정도로 추정되며 홍성은 냉이재배 농가가 150농가에 재배면적도 50ha로 국내에 유통되는 냉이의 80% 이상은 홍성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갈산면 와리 압곡마을에 있는 압곡영농법인은 냉이 대량생산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품질 좋은 황토냉이를 상품화함으로써 도시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압곡영농법인은 약 30여년전 갈산면 와리 압곡마을에서 봄철 냉이 채취에 열심이었던 7~8명의 농가가 힘을 합쳐 설립한 영농법인이다.
설립 당시에는 홍성군 전역에 걸쳐 논·밭두렁 등에 자연적으로 자생하는 냉이를 채취해 판매해왔지만 점차 제초제의 사용이 늘면서 자연냉이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자연스레 직접 밭에다 냉이 씨를 뿌려 채취하는 방식을 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농한기에 냉이로 고소득을 올리는 농민들이 늘면서 겨울 냉이를 기르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고 지금은 법인 설립초기보다 20여명 정도 참여가 농가가 늘어 30여 농가가 법인에 가입돼 있다.
압곡영농법인이기에 압곡 마을 농가 위주로 구성된 법인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참여 농가들은 홍북면 대동리, 갈산면 와리, 결성면 형산리, 서부면 광리 등 관내 곳곳에서 겨울철 냉이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 농가들의 관내 냉이재배 면적은 약 10만평 정도이며 인근 서산시에도 대규모로 땅을 임대해 냉이를 재배하고 있다.
박수용 대표는 “서산보다 홍성이 겨울철 조금 더 추워서 온도 차이를 고려해 양 지역에서 모두 냉이를 기르고 있다”며 “12월부터 1월까지 한겨울에는 서산에서 주로 채취하고 2월부터는 홍성에서 본격적으로 냉이를 수확하는 방식으로 최고품질의 냉이를 연차적으로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홍성, 예산을 합쳐 약 17만여평 면적에서 생산되는 냉이의 70~80%는 압곡영농법인을 통해 전국으로 납품되고 있으며 그 양이 1일 평균 5t에 이른다고 한다.
3.3㎡당 약 16kg 정도가 수확되고 최근 거래 가격은 4kg당 1만원 정도이다.
초겨울 온도가 예년에 비해 높아 웃자란 냉이가 많기에 가격이 작년만 못하지만 본격적인 농번기인 4월 직전 까지 꾸준히 냉이를 생산한다고 하니 틈새작물로 손색이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겨울철 틈새작물로 냉이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는 이유는 삼모작 까지 할 수 있는 짧은 재배기간과 비교적 쉬운 재배방법 때문이다.
박 대표는 “냉이는 씨를 뿌리는 시점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잘 대주고 틈틈이 잡초만 제거해 주면 잘 자라는 작물이기에 손이 많이 가지도 않는다”며 “참여 농가들이 1년에 300평당 약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소득을 얻고 있어 겨울철 틈새작물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압곡영농법인을 중심으로 홍성의 이름을 단 냉이가 전국의 시장으로 인기리에 팔리면서 ‘홍성 냉이’를 소개하는 매스컴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겨울철 틈새작물을 재배하며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압곡영농법인의 성공신화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군에서도 홍성냉이를 지역 특산물로 발돋움시키고자 특성화사업으로 냉이 세척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도 했다.
재배에는 별다른 기술이 필요치 않더라도 세척작업과 수확작업이 힘든 노동집약적 작물인데다 추운 겨울에 물 세척을 해야 하는 농가의 어려움을 고려해 지난해 법인의 노후화된 자동세척기를 교체해 준 것이다.
자동세척기를 거쳐 대량으로 포장된 냉이들은 현재 각종 대형마트, 학교급식, 개인 등 다양한 판매처로 납품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으로 뿌리 달린 냉이를 첫 수출하면서 해외 판로 확보에도 성공하며 홍성냉이의 명성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미국검역당국과의 수출검역협상을 완료하고 수출길이 처음 열린 뿌리 달린 냉이는 특별히 하우스시설에서 재배돼 수출포장등록 및 토양검사를 마친 뒤 세척을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출길에 올랐다.
압곡영농법인 관계자는 “미국 수출은 삶은 냉이에 한해 3년 전부터 연간 30t 가량 수출하고 있었는데 뿌리 달린 냉이의 경우 생(生) 냉이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향후 냉동보관시설을 갖추고 소포장 위주의 수출공략을 통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홍성 냉이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것이 곧 농가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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