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들이] 한 마음이 한 세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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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 한 마음이 한 세계를 만든다
  • 범상<석불사 주지, 칼럼위원>
  • 승인 2014.05.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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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인구가 사는 지구에 몇 개의 세상이 존재할까라는 물음은 매우 어리석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만년의 인류역사에서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이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행복으로 들어가는 단초이자 유일무이한 문(門)이기 때문이다.
‘화엄경’에서는 이에 대해 “한 티끌 속에 우주가 포섭되기도 하고, 우주 속에 한 티끌이 포섭되기도 한다”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인류는 석가모니 이후 3000년이 다가오도록 한 티끌 속에 우주가 포섭되며, 모든(우주마저도) 것은 마음 작용에 불과하다는 진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개개의 부속품들이 결합하여 자동차를 이루었듯이 개개를 부정하면 전체가 성립될 수 없으며, 모든 중생은 자신의 입장에서 우주를 인식하고 있으므로 우주 역시 마음의 작용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손으로 만져지고, 귀로 들리며, 코로 냄새 맡아지는 것들은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손, 귀, 코 등과 맞닿았을 때만 상대적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인간은 자기의 몸속에서 나온 배설물을 더럽다고 멀리한다. 그런데 개와 돼지는 맛있게 먹는다. 엄마는 자기 아이에 대해서는 배설물까지도 사랑하지만, 다른 엄마가 낳은 아이에게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이처럼 중생은 같은 것에 대해서도 상황(마음)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받아들이고 인식한다.
원효스님께서도 “마음에 따라 온갖 법(세상)이 생겨난다(心生則種種法生)”고 하셨듯이 중생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이라는 육도를 윤회한다. 만약 사랑하는 남편이 어여쁜 여인과 함께 쇼핑하는 것을 목격했다면 대부분의 부인들은 지옥세계에 빠져든다. 그런데 퇴근하는 남편이 “여보 사랑해 우리 처음 만났던 날이 10년 전 오늘이잖아!”하면서 선물을 내민다면 지옥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천상 세계를 경험한다.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번화가의 보석점에서 고가의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전시하였고, 도둑은 영업 중인 한 낮에 진열장을 깨고 다이아몬드를 훔쳤으나 금방 붙잡히고 말았다. 이후 경찰조사에서 도심 한 복판에 그것도 가게 주인과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어떻게 훔칠 마음이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도둑은 다이아몬드를 보는 순간 주변 상황은 사라지고 오직 다이아몬드만 보였다고 진술했다.
이것은 비단 보석가게 도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종종 경험한다. 알고 나면 별것도 아닌 일인데 순간 버럭 화를 낸다든지, 뱀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물러섰다가 새끼줄인 것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화가 나는 것은 그것이 마음 전체를 지배했기 때문이며, 새끼줄이든 허리띠든 간에 놀라는 순간 마음은 분명히 뱀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뱀을 잡아서 파는 땅꾼이었다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못내 아쉬워 할 것이다.
이처럼 중생은 하루에도 몇 번씩 육도를 윤회하며 다른 세상을 경험하므로 우주는 마음이 변할 때마다 하나씩 만들어지고 소멸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므로 행복의 첫걸음이자 수행의 시작은 언제나 마음에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다. 마음의 공간이란 ‘행동하는 나’와 그것을 ‘관찰하는 나’ 중에서 ‘관찰하는 나’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일상생활에서도 면접시험에서 처럼 면접관의 물음에 답할 때 자신의 언행이나 자세 등을 염두에 두듯이 그렇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에 공간을 유지하고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윤회육도를 넘나드는 마음을 관찰할 수 있고,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가립(假立)된 허망한 세상에 빠지지 않게 되므로 이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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