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들이] 역사속의 백성과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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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 역사속의 백성과 군주
  • 범상<석불사 주지, 칼럼위원>
  • 승인 2014.05.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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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우리나라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진시황릉, 로마의 콜로세움,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 등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유적이 없음을 부끄러워하거나 부러워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기에 대해 서울대학교 허성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인류역사를 통틀어 우리나라처럼 한 왕조가 500~1000년을 유지한 나라는 없었다. 이것은 백성 모두가 몽땅 바보라서 권력에 무조건 굴종했거나 아니면 정치, 경제, 조세, 문화 등 통치구조가 합리성을 가졌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선조들은 ‘인권에 관한 의식이 있었고 (백성이)국가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합리적인 정치구조를 만들어 내었으며 그것이 바탕이 되어 한 왕조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다. 특히 조선은 국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겼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았으며 경연이라는 장치를 통해 신하가 왕을 교육시키는 뛰어난 권력구조를 만들어 내었다. 이것은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흉내낼 수 없었던 제도였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정이 좌지우지 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분명 새롭게 연구되어야 한다.
만약 조선시대 어떤 왕이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자신의 무덤을 만드는데 20년에 걸쳐 연인원 30만명씩 동원되는 역사(役事)를 벌이겠다고 나섰다면 과연 신하들과 백성들이 받아들였겠느냐 하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군주의 독주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베르사유궁전과 같은 유적들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식민사학의 영향으로 ‘나라를 빼앗긴 못난 조상’이라는 의식이 있고 토목 기술이 형편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세종 때 이순지는 과학의 총체라 할 수 있는 ‘칠정산외편(七政算外篇)’이라는 달력을 만들었고 1년을 365일 5시간 48분 45초라고 계산했다. 이것은 오늘날 물리학과 1초 차이가 나는 매우 정확한 수치이다. 1400년대에 정확한 달력을 만들 수 있었던 나라는 조선과 중국, 아라비아 밖에 없었다고 하니 조상들의 지혜를 의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위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현대사에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정치지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것은 하루에 세 번씩 통치행위와 통치자의 덕목을 주제로 신하와 왕이 펼쳤던 경연과 같은 제도나 통치자 스스로 양심과 소양이 부족하고 좌우의 이념갈등을 겪으며 줄서기에 익숙해진 국민들의 정서 때문이라고 본다. 군주제든 민주주의든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집단은 지배와 피지배로 구분된다. 다만 권력이 세습되느냐 아니면 구성원들에 의해 선택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갑’과 ‘을’의 관계에서 보듯이 국가든 사회든 우월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소양은 깊이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지켜보고 있고 전국은 6·4지방선거로 요동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내 주장이 틀리면 도끼로 목을 쳐라”며 임금 앞에 당당히 나섰던 조선 선비들의 기개와 비록 신하의 위치에 있었지만 최고 권력의 독주를 용납하지 않았던 사헌부와 사간원의 서슬 퍼런 양심이 살아나야만 최소한의 치유가 가능하다고 본다.
6·4지방선거 역시 여야라는 정당과 정파를 떠나 고장의 백년대계를 위해 독주일로에 있는 중앙정치를 적절히 견제하고 타협을 할 수 있는 배짱과 지혜가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권력의 일탈을 감시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함께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이 우리라는 전체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뛰어난 주권의식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방식을 발전시켜온 저력이 있다. 따라서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의식을 회복하여 세월호 참사 해결과 6·4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을 위하는 참다운 정치권력을 만들어 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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