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예향이 숨쉬는 고장 품격있는 도시로 꽃피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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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절·예향이 숨쉬는 고장 품격있는 도시로 꽃피워야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6.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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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매죽헌 성삼문, 무민공 최영, 남당 한원진, 송곡 이달 등 1000년의 역사 속에 불세출의 수많은 위인을 탄생시킨 역사문화의 고장 홍성. 예로부터 홍성지역에는 태종 13년(1413년)에 실시된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홍주목과 결성현이 두어졌고 당시 홍주목은 태안, 서천, 면천, 해미, 당진, 예산, 청양, 결성, 보령, 대흥, 신평, 여양, 고구, 홍양, 합덕 등 충남 서부권을 관할하는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당시 충남 서부권의 역량이 집중된 홍주는 행정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상업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이러한 도시 기반 속에서 고려시대에는 최영 장군, 조선시대에는 매죽헌 성삼문, 홍주의병 등의 충신이 배출됐으며 남당 한원진, 송곡 이달, 만해 한용운과 같은 사상가, 문인들이 대거 탄생했다.

흔히 홍성을 충절의 고장이라고 일컫는 데는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매죽헌 성삼문, 무민공 최영, 홍주의병 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온 몸을 내던져 국가와 민족을 위해 투쟁한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불의에 맞섰던 수많은 위인들이 있기까지 남당 한원진과 같은 대유학자들이 홍주지역에서 설파한 유교문화가 사상적 기반을 형성했다. ‘유교의 나라인 조선과 오랑캐인 일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 남당의 사상은 한말 위정척사 운동의 사상적 근간을 이뤘으며 지산 김복한, 복암 이설 등의 의병장과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등 항일 위인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학혁명, 천주교박해, 일제 강점기 등 조선 말기까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놓였던 홍주지역은 일제에 의해 1914년 홍주에서 ‘홍성’으로 지명이 바뀌는 수모를 겪었지만 착취를 일삼았던 세습권력에 항거하고 일제에 투항했던 수많은 의인들이 배출되며 천년의 명성을 지켜냈다.

이와 관련 군은 천년 홍주의 역사를 대변하는 대표적 문화재인 ‘홍주읍성’을 복원하고 이를 중심으로 도심재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홍주성 복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장으로서 홍성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충절의 역사와 더불어 홍성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예향의 고장이기도 하다. 홍성에는 문화예술, 학문의 일가를 이룬 인물들이 많다. 통일신라시대 대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857~?)의 발자취가 장곡면 월계리에 남아 있고 고려중기 한림학사 매호 진화(생몰연대 미상) 선생이 여양(지금의 홍성 장곡면)에 터를 잡아 중앙에 진출한 ‘한림별곡’에도 언급될 정도로 뛰어난 문장가로 손꼽히고 있다.

조선전기 집현전 학사로 훈민정음 창제를 도와 음운학 연구를 위해서 중국을 13번이나 왕래하며 우리말글 창제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매죽헌 성삼문 선생(1418~1456)은 홍북면 노은리에서 태어나 충직한 성품으로 큰 절개를 지킨 대학자로 명망이 높다. 조선 중기에는 서얼이라는 불우한 출생과 임진왜란, 가난에 대한 처절한 아픔을 방랑생활과 시를 벗 삼아 삼당파 시인(고죽 최경창, 옥봉 백광훈)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허균과 허난설헌의 스승 손곡 이달 선생(1539~1612, 추정)이 구항면 황곡리 하대마을 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 홍성군청 뒤편에 손곡 이달의 시비 ‘예맥요(보리 베는 노래)’가 남아 있다.
또 구한말 전인적 인간으로 평가받고 있는 독립혁명가, 불교사상가, ‘님의 침묵’의 민족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사(1879~1944)에 이르기까지 홍성에는 태산준령과도 같은 인물들이 큰 산을 이루고 있다.

몇 해 전에는 갈산면 오두리에 ‘갈뫼(안동)김씨’의 뿌리를 내리게 한 청주 김성달(1642~1696)·연안이씨 이옥재(1643~1690) 부부, 김성달의 첩인 울산이씨(생몰연대 미상)의 시집 ‘안동세고’와 그들의 자녀 5남 4녀의 문학적 재능을 시 421편에 담고 있는 ‘연주록’이 한문학자 문희순(46) 지역여성문화연구소 공동대표의 발굴로 새롭게 홍성지역 문화사에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유럽은 물론 전 세계 화단에서 동양적 추상으로 주목받은 이응노는 올해 탄생 110주년을 맞아 이응노생가기념관에서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홍성에는 유·무형의 경쟁력 있는 문화적 자산들이 많다.
올해는 특히 이응노를 비롯해 만해 한용운 서거 70주기, 명무 한성준 탄생 140주기 등을 맞이한 역사적인 해이다. 이와 관련 홍성문화원에서는 올해 만해 한용운 서거 70주기를 맞아 서울, 홍성 등에 걸쳐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개최한다. 아울러 만해 한용운을 기리는 각종 선양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키 위한 만해한용운기념사업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국 전통춤을 집대성한 인물인 명무 한성준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한민국전통춤대제전’도 서울과 예산, 홍성 등지에서 풍성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홍성의 문화예술인들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행사는 홍성군이 준비하고 있는 ‘홍주천년’ 맞이 기념사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홍주 지명역사 천년이 되는 오는 2018년에 맞춰 홍성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재조명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천년을 맞이한 홍주의 정체성은 ‘역사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역사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새롭게 활용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전국의 어느 지역에 견주어도 결코 짧지 않는 천년이라는 ‘홍주’의 지명역사를 보더라도 홍성만큼 역사, 문화적 정신이 올곧이 살아 있는 지역도 드물다. 이러한 기본적 자질과 조건을 바탕으로 보다 더 높은 품격과 매력을 갖춘 역사, 문화, 예술의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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