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8>
기산 정명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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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8>
기산 정명희 화백
  • 장윤수·김경미 기자
  • 승인 2015.11.1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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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 정명희 화백

“자연계와 우주를 통합된 조형적인 질서로 결속시키는 조형적인 상상은 그저 아름답고 심오하다. 시각적인 이해를 뛰어넘는 사유의 공간을 열어놓고 있기에 그렇다.”

기산 정명희 화백의 작품세계를 표현한 신항섭 미술평론가의 말이다. 우리 고장 홍동면 수란리 출신인 기산은 한국화의 거장 운보 김기창 화백의 수제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기산은 1945년 홍성에서 출생해 40여 년 동안 한국화 작가이자 시인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으며, 화가로서 충청의 젖줄인 ‘금강’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기산은 환경과 인간과의 공조를 철학적으로 풀어내 사유하는 공간을 유추시킨다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그림을 그리며 평생을 사서 고생하고 있는가? 나의 인디언식 이름은 하얀 늑대의 행진이다. 그야말로 눈이 부시게 빛나는 행진일지 아니면 하얗게 늙어빠진 자의 힘겨운 상황일지는 몰라도 현재진행형임에는 틀림없다.” 기산의 말이다.

기산은 마라톤 풀코스를 20여 회나 완주할 정도로 부지런하고 열렬한 삶을 살아왔다. 기산을 옆에서 지켜봐 온 고광률 소설가는 “기산을 안 세월은 길지만, 삶과 그림을 이해하게 된 것은 십여 년을 겨우 넘겼다”고 말하며 기산의 세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현실에서 이상으로 달릴 때, 이상에서 현실로 내려올 때 언어를 사용한다. 나는 처음에 화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화가에게 몸과 붓이 아닌, 말과 펜이 필요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아는 데에는 이래저래 세월이 좀 걸렸다. 선생은 하나님·자연·사람과의 소통을 추구한다. 선생의 십자가이자 새이고, 새이자 십자가인 상징이 소통의 도구다. 이 상징이 하나님과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하고 인간과 소통한다. 이 소통에 있어 하나님과 자연은 선생에게 말을 걸고, 선생은 그 말에 그림으로 답한다. 그리고 이 소통의 결과를 가지고 다시 인간과 소통한다. 그래서 바쁘다.”

기산은 지난 2010년 대전광역시 교육청에 작품일체(1396점)를 기증했는데, 이는 “잡다한 일상과의 선긋기로 새 출발을 결심했기 때문이며, 죽음과도 같은 일탈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기산은 당시 ‘대전(大田)을 걷다. 삼천(三川)에 들다’라는 전시도 진행했는데, 이는 명색이 ‘금강화가’라 불리는 사람이 향리의 3대 하천을 모른 체할 셈이냐는 힐책을 등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기산은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을 걸으며 얻은 작품들을 그 해 ‘올해의 작가상’의 수상 기념전에 내놓기도 했다.

“물길을 따라 걸을 때의 생각과 물길을 거슬러 오르며 걸을 때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물길을 따라 걸을 때에는 지나간 추억들이 스적스적 피어났다면, 물길을 거슬러오를 때에는 내일을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기산은 지난해 9월, 다른 출향 서화인들과 함께 ‘2014 출향 서화인 홍성초대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전시회에 출품된 모든 서예, 미술 작품은 군에 기증됐으며 판매수익은 소외계층 돕기 및 홍성사랑장학회에 기증됐다. 고광률 소설가는 “선생의 그림은 작업장에 있지 않고 금강 물에, 거리에, 집집마다에, 남녀노소의 마음에 있다. 선생은 자연과 일상의 경계에서 소재를 찾아온다. 소재를 채뜨려올 때 새(십자가)가 날아오른다. 그 새는 아프고 고되고 실망스러운 것들을 꿈과 사랑으로 환치시켜 하늘과 땅을 매개한다. 선생은 새를 통해 고통은 하나님께 고하고 희망은 인간에게 전한다”고 표현했다. 이를 잘 표현한 기산의 작품이 있다. “갈량 없이 산다/ 주님만 믿고// 가족에/ 그림에/ 세상에// 갈량 없는 믿음은 사랑이다” -‘산다는 것10’ 전문.
기산의 고향인 홍성은 오랜 친구인 그를 다시 만난다. 오는 18일부터 25일까지 홍성문화원에서 ‘대한민국 광복70주년기념 기산 정명희 초대전’을 갖는 것이다. 홍성이 배출한 화백 기산의 작품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국내외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회인 ‘홍주성금강홍(洪州成錦江虹)전’은 군민들이 자연에 대한 색다른 감흥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토피아를 쫓는 그림이건 메시지를 깊게 내재한 그림이건 그림은 그림일 뿐이다. 그러나 작가의 일상이 배어있는 그림으로 하여 무한한 감동으로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일상과 작품이 언행일치 하듯 한 작품을 창출하려 애쓰고 있다. 향후 10년 정도가 내게 배정된 작품 활동의 마지막 기회라 여겨 더욱 열정적으로 작업을 지속할 생각이다.”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인 변상형 미학박사는 “화가이자 시인인 기산 정명희에게 있어 그림은 시와 같고 시는 그림과 같다”면서 “시인이 시어를 고르고 선별하는 시작(詩作) 과정을 통해 시를 만들어가듯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변 박사는 “그동안 기산 작품에 표현되었던 커다란 새의 형상은 기산 자신의 꿈이자 지향하고자 하는 인생이었다”고도 말한다.

기산의 시 ‘홍주성금강홍’을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기산의 작품이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더 크고 넓은 예술적 영감과 우리 삶의 본질을 탐구하게 만들지 기대해본다.

“카나다 엘로우 나이프엔/지상 최대의 오로라 쇼가 펼쳐지고/내 좁은 작업실 창가로/그야말로 한가위 슈퍼문이 걸렸다/홍주성 안회당 뜰에/금강 무지개를 띄워 놓고/10년만 더 작업할 수 있기를/좋은 작품 하나만 그려낼 수 있도록/열정이 모든 것을 자유케할 것 이기에/두번 다시 없을 인연에 대고/해서되잖을 말까지 늘어놓다가/달빛 하나를 툭 꺽어다 걸었다//너와 나의 염원을 묶어/여럿이 함께 나누도록”

 

기산 정명희 화백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교원자격고시(중등미술) 합격, 현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현 대전·충남미술대전초대작가(운영·심사위원 역임), 운보 김기창 선생 사사, 현 현대미술초대작가(국전·국립현대미술관), 경원대·목원대·배재대·서원대·한남대 강사, 안견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현 한국화동질성전(창립회원 : 초대운영위원장, 명예회원), 운보 김기창 선생 전작도록발간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상 수상, 미술의 해 대전광역시 조직위원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에술과정수료, 한국예총대전광역시 지회장, 현 소야장학재단 이사장, 한국 문인화협회 부이사장, 현 선화기독교미술관장, 재해예방실천연합공동대표, 선화기독교미술관미술상 수상(4회), 한남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 현 국정교과서(중등미술3 대한교과서) 작품수록, 현 문예진흥원 한국미술500인 작가선정, 홍익대학교 총동문회 상임위원, 아트대전 국제페스티벌 운영위원장, 현 심향 박승무선생 선양위원회이사, 디트뉴스 24브랜드파워 문화예술인 1위 선정, 금강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대전신학대학교 편입 신학수업, 국제로타리3680지구 총재, 현 인사아트포럼 운영위원, 세종미래포럼 공동대표, 겸재미술상 수상(4회), 현 대전광역시교육청 정명희미술관개관 명예관장, 현 계룡장학재단이사, 올해의미술가상 수상(광하문아트포럼), 금강비전기획위원(충청남도), 현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대전국제미술교류회 이사장,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수상,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명예의전당 현액 등으로 활동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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