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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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승인 2016.03.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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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역시, 이세돌이야.”
“그럼, 이세돌이 누군데!”
“정말 신의 한 수였어.”
제4국에서 180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다음날, 사무실 안에서 바둑 마니아들이 수군대는 말이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바둑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나처럼 문외한인 사람들도 관심이 쏠려 있었다.
제3국까지의 대결은 3:0이라는 결과처럼 일방적이었다. 이미 알파고는 이세돌의 수를 다 알고 두는 것처럼 대국에 임하다가 결국은 돌을 던지게 만들었다.
애시 당초 사람과 인공지능과의 대결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 이번 대결을 두고 한 개인이 1천 대의 컴퓨터와 겨루는 것이기에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였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인공지능이 천재 바둑인으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을 완패시킨다는 점에서 경외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알파고의 생산 회사인 구글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또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눈앞에 닥쳐오는 느낌이었다. 제5국까지 두기로 한 대결에서 이미 3국을 패했기에 승패는 결정되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5:0의 완패가 눈에 그려졌다. 이세돌이 한국인이기에 이심전심으로 그가 이기기를 바랐을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사람이 기계 앞에서 완패 당한다는 것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우리의 미래는 능력 없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들이 주역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인간은 어느 곳에서 존재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인가?’ 하는 등등의 두려운 의구심이 너무나 가까운 현실적 미래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제4국에서의 1승은 승리의 기쁨보다 안도감을 주는 기쁨이 더 컸다. 왜일까?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쉽사리 밀리는 것이 반갑지 않은 이유일 터였다. 마지막 남은 대국에 관계없이 일방적이지 않았다는데 이번 세기의 대결에 대해서 위안으로 삼고자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안도감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과학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의해 인간이 점점 중심에서 밀려나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고 배워왔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누리는 풍요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지구촌 곳곳을 이웃집 마실 다니듯 할 수 있게 되었고, 4차원의 세계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풍요와 안락 뒷면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부터 소외당해온 사람들도 상당히 존재하게 되었다.
인간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상당량 기계가 대신하면서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시킨 것도 인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실업자들은 과학문명의 그늘아래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뒤웅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이 설 자리를 대부분 인공지능 로봇들이 대신 차지하게 된다면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고, 생의 표류를 하게 될 것인가! 누가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고, 보장해 줄 것인가! 그동안 인간이 차지하고 누리던 무대를 과학문명에게 내 주고, 인간은 그저 관람이나 즐기는 관람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무대를 장악한 과학문명은 관람객인 인간을 배려하는 자세로만 임할 것일까?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단순한 사람과 기계의 대결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유는 당장 눈앞에 닥칠 미래의 주인공이 누가 되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제5국에서 이겨준다면 비록 3:2로 수치상의 패배는 기록하겠지만, 재대결의 기회도 희망적이 될 것이다. 또한 다음에는 이세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은 쉽사리 인공지능에게 무대를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갖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세기의 대결로 보는 것이다.

<이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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