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의 신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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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신 풍속도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승인 2016.10.0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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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맞은 첫 주말 풍경이 바뀌고 있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휘청거리던 한국사회가 조금씩 건전한 모습으로 바로 서는 희망이 보이고 있다. 모 관공서 주변 식당에서는 한 사람 당 식사비가 6~7만원은 기본 메뉴이고, 동료 애경사에 부조비가 20~30만원은 상례라고 한다. 골프 접대비는 필자가 문외한이라 정확히 아는 바가 없지만, 그 쪽 방면의 친구들 말을 종합해 보면 하루 1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이는 지위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고, 특히 정경유착의 상황에 따라 더더욱 차이가 날 것이다.

지난 주말 연휴, TV 뉴스를 시청하다 보니 결혼식과 장례식장 풍경이 달라졌고, 가을 시즌을 맞은 회원제 골프장은 비까지 겹치면서 내장객들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우선 화환으로 뒤덮이던 주말 결혼식장 풍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예식장마다 가장 붐비는 시기이다. 예식장 입구는 수많은 화환과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풍경이 대수롭지 않았다. 웬만한 예식은 화환 값만 하여도 1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 하나도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예식홀 입구마다 화환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결혼식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한 주 사이에 절반 이하로 화환이 확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객들도 ‘식사비 3만원, 경조사비(화환 포함) 10만원’에 잔뜩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한 혼주는 결혼식 이후 접대하는 뷔페 식사가 3만원인데, 혹시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한 공무원은 “의형제처럼 지내는 후배의 결혼식이라 사실 좀 더 큰 부조금을 내고 싶었는데, 10만원밖에 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화환이 사라진 모습은 장례식장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같으면, 장례식장 입구는 물론 복도까지 가득 채우던 화환들이 서너 개로 줄어든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그나마 화환 대부분이 10만원 미만의 '김영란 화환'들이기 때문에 화려함과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전에는 대형 화환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광경에 자부심을 갖던 상주들이 화환을 보낼만한 사람들에게 제발 보내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유명 식당들과 전국의 회원제 골프장은 썰렁한 주말을 보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 집은, “평소에 10개의 방이 거의 다 차곤 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한 두 개의 방만 손님을 맞이했다”고 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 영향은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끼쳐졌다. 평소에 10건 정도 올리던 것이 3~4건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국 회원제 골프장은 내장객이 평소보다 40~50%까지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김영란법의 시행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신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예전 상황에 맞게 산업이나 상업을 경영하다가 한 순간에 폭탄을 맞은 것처럼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사람들이 제법 된다. 그 예로 축산업계, 요식업계, 결혼 및 장례 예식장, 화훼업계, 대리운전업종 등이 이에 대표적으로 해당될 것이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그 분들의 안정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김영란법은 굳건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건전해지고, 모든 국민들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불과 김영란법 시행 한 주 만에 풍속도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저녁마다 접대와 회식 문화 대신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고, 그동안 계속 부풀려지던 식사비, 상조비, 접대비, 관련 서비스비가 뚝 떨어지거나 사라지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큰 사회적 이익은 접대문화로 빚어진 사회 부조리, 즉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전환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술자리 한 번 질펀하게 벌이고, 서로 ‘형님, 동생’ 하여야 무슨 일을 하더라도 매끄럽게 나아가던 사회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제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말고,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의 아픈 과거를 잊지 말자.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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