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common sense)과 높은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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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common sense)과 높은 도덕성
  • 김상구 칼럼위원
  • 승인 2019.10.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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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판단의 문제에 있어서는 진위(眞僞)가 가려질 수 있지만, 가치 판단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느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와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냐는 같은 선상에 놓기 어렵다.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는 이런 두 가지 문제가 뒤엉켜 진영논리로 둔갑되고 있다. 먼저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는 정치권의 무능이 자리잡고 있다. 무릇 정치란 국민들이 걱정 없이 잘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행태는 국민들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며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일부 정치꾼들은 광장의 군중 숫자를 등에 업고 세 싸움이나 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세력들은 나라를 망하게 할 충분한 능력을 가졌음이 분명해 보인다. 구한말에도 무능한 정치세력은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서 외세를 이용한답시고 청나라, 일본, 소련을 오가다가 결국 패망의 길을 가고 말았다. 국론이 분열되고 힘없는 민족은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난 지 75년이 흘러가고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국내 정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힘 대결은 오히려 북한문제로 인하여 구한말 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노력하여 잘사는 나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3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정치상황이 연출된 것은 그동안 수많은 요소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일본은 우리를 망쳐놓지 못해 안달이다. 중국과 미국도 우리로부터 제 잇속을 차리기에 바쁘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정치적 갈등으로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정쟁을 계속하며, 촛불과 태극기가 거리와 광장을 메우고 있다. 전깃불이 나갔을 때 잠시 사용해야 하는 촛불을 매일 들고 다닌다면 그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며, 소중히 보관하여 경건하게 사용해야 할 태극기를 자주 흔든다면 그 나라에 무슨 변고(變故)가 생겼음이 분명해 보일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누군가가 범법행위를 했다면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게도 엄하게 대처하라고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말했듯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범법행위에 대하여는 수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려내면 될 것이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은 알고 있고, 거기에 동의한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시민사회는 법의 토대위에 성립되지만, 국민들은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법 이전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도덕(moral)은 추상적 개념이다. 그것을 실천하는 수단이 예(禮)이다. 예를 지킬줄 안다는 것은 일상에서 정직함과 신의를 지키고, 양심을 높은 곳에 올려놓는 일이다. 대학교수이면서 장관이 된 사람에게 국민들은 범법행위를 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범법행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족이 한 일에 대해서는 가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정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은 우리들의 DNA속에 내재해 있다. 그런 기준에서 국민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바라본다. 그러나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촛불과 태극기는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수 없고, 국가의 발전에도 해가 될 것이다. 촛불로 등장한 정권을 또 촛불로 내려오게 해서는 국제사회에 회화화(戲畫化)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한번으로 그치는 것이 국가의 존엄과 체면을 유지하는 길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집권세력이 먼저 ‘상식(common sense:함께 느끼는 것)’을 벗어나지 않고, 높은 도덕성을 갖추면서, 진영논리가 아닌 저쪽 광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어려운 난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며, 정권이 끝난 후에도 후폭풍을 피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김상구<청운대학교 영어과 교수·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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