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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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의
  • 전만성(화가, 홍성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10.03.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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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전만성의 길따라 마음따라]
▲ 남향집. 유화. 80㎝×65㎝. 오지호


오지호의 <남향집>은 참 따듯하다. 햇빛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색채와 질감이 달콤하고 따스하다. 유화의 기름과 물감의 끈적이는 맛이 마치 크림이나 설탕물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

<남향집>뿐 아니라 그의 그림들 대부분이 강하거나 격정적이기 보다는 조용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런 특징은 그의 인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선비집안 가풍의 영향일 것이다.

<남향집>에는 햇빛뿐만이 아니라 그림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림자가 푸른색으로 표현되어 있어 따스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준다. 아마도 이 그림을 그린 계절이 이른 봄이거나 늦가을 이었던 것 같다.

이 그림의 소재가 된 초가집은 개성에 살 때의 그의 집이라고 한다. 문을 열고 나오는 소녀는 그의 둘째 딸, 양지에 누워 잠을 자는 흰 개는 그의 애견 삽살이 이다.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 정겹다.

그림자를 푸른 빛깔로 처리한 것을 보면 그는 인상주의의 화론을 따른 것 같다. 이 그림의 푸른 그림자도 그렇지만 그의 그림 대부분이 햇빛과 그늘을 표현하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꿈이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을 멋지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마네가 그랬고 모네가 그랬다. 그래서 인상주의 화가들은 화실을 나가 태양아래에서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 찬란한 태양, 화사한 빛깔은 인상주의 그림의 상징이다.

화가 오지호가 그림을 공부한 곳은 일본의 동경대학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에서 서양의 그림을 공부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서양미술을 공부한 선각자 오지호는 귀국하여 우리나라의 풍광에 어울리는 색채를 찾아내고 정신과 정서를 그림에 담았다. 이 점이 그의 업적이다. 그는 또 우리나라 인상주의 화풍의 스승으로, 이론과 조형력을 겸비한 교육자로 우리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인상주의 그림은 보기에 편안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풍도 인상주의 화풍이라고 한다. 내가 그림을 공부할 때 스크랩북 속에도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단연 많았다. 그만큼 인상주의 작품들을 매체에서도 자주 소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에 막 눈을 떠가는 사춘기 때 만난 화가 오지호의 <남향집>은 아늑하고 따사로운 고향집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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