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상태바
명절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0.09.17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과 같은 큰 명절에 고향을 찾는 모습을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아마도 고향에는 부모와 가족(친지) 그리고 조상님들이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추석 한 달 여전부터 고속도로는 휴일마다 벌초(금초)를 다녀오는 차들로 붐비고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모든 산소들은 깨끗이 단장된다.

5일장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식들의 혼사가 이루어지고 가족과 친지들이 걸어서 한나절 정도의 거리 안에서 생활권을 가질 때는 벌초를 한다거나 명절에 고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풍습의 충돌이 적었으므로 그야 말로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가치가 지금과 같은 자본제일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도리를 더욱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진화란 삶에 있어서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습득하게 되고 습득한 경험과 능력들이 유전인자로서 대를 이어가며 더욱더 편리한 쪽으로 변형되어 감을 말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심리 역시 육체진화와 같은 과정을 겪는다는 입장에 기초하여 연구되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류의 심리는 도덕 지향적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한다. 그래서 부자들이 비인간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면서도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회기부를 한다거나 물리적 힘에서 우위에 있는 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하여 나이에 대한 서열을 인정하는 등과 같은 심리들이 인간도리라는 도덕규범을 만들어내었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명절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며 조상님들의 제사를 모시는 등등의 사회규범들은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려는 교육의 한 방법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본다.

이렇게 발전되어온 명절은 현대사회에 와서 가족 간, 세대 간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산업혁명이후 진공관, 트랜지스터, 아날로그, 디지털로 이어지는 거듭되는 문명혁명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물론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데 비하여 인간의 심리변화가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라고 본다.

예를 들면 인류는 현대인들이 건강에 있어서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는 설탕이나 초콜릿과 같은 단 음식을 좋아하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식량채취가 어렵고 많은 노동으로 육체적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단 음식이 가장 빠른 시간에 많은 열량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이어트와 전쟁을 선포 하면서도 달고 고열량의 음식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듯이, 명절이후에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명절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을 겪으면서도 고집스럽게 명절을 이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에 있어서 원형보존에 중점을 두는 전승(傳承)이 화석(化石)에 가깝다면 전통(傳統)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이 본래 지니고 있는 의미는 그대로 지켜가되 그 방법과 형식에 있어서는 시대적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전통이 현실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앞서 지적한 인간심리를 통재 할 수 있는 열린 사고 즉, 의미를 이해하고 계승해나가는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결혼식 때 보내는 사주단자에는 며느리를 맞이하는 시아버지(혼주)가 사돈댁에 보내는 감사의 편지가 들어 있다. 그런데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서 혼수가게에서 계절과 이름만 적어 넣으면 되는 혼서지가 대체했고 아예 장난삼아 파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돈 간의 의미는 사라지고 상업적으로 꾸며낸 국적불명의 근본 없는 결혼문화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명절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와 가족의 화합을 이루어가는 것 이외에도 가풍을 이어가고, 친지들과 교류하며, 각종 놀이 등을 통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것은 나무가 좋은 땅에 뿌리를 내려야 동량으로 자라듯이 교육에 있어서 명절은 땅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에 있어서 기능에만 치중하다보니 정작 그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심성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청소년에서부터 사회고위급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이 난무하고, 출세를 위해서는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지만 사회적 처벌은 관대하기만 하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명절과 전통예절은 거저 거추장스러운 형식뿐인 문화로 전락해버린 듯하다.

이처럼 규범적이고 의무적인 명절과 전통예절을 고수하기 보다는 그 본래의 의미를 현대라는 생활환경에 알맞도록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가족들의 합의를 통해 다소 방법을 달리 할지라도 본래의 의미를 되살려서 즐거운 명절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이러한 노력이 결과를 거두려면 각 개인들은 비록 자신은 도덕적이지 못하지만 타인에게 도덕적 양심을 요구하는, 자기 편리와 이익추구를 위한 이중적 심리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