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폭력이 당연시 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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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폭력이 당연시 되는 사회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5.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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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통령부부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 분분한 해석이 있겠지만 필자는 선거폭력에 대한 굴복이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부자정책’과 ‘종교편향’이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과 특정 종교를 기반으로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노무현 돼지저금통’과는 분명히 차별된다. 그야말로 푼돈인 저금통으로 거두어들인 정치자금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다만 이러한 상징적 동참을 통해 국민들의 화합을 이루려했고 민주적 가치에 의한 지지를 이끌어내었다는 점은 가히 한국정치에 있어서 선거혁명에 해당된다.

선거에 있어서 표를 얻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것에 성공해야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정치인들은 손쉬운 방법을 택하게 되며, “우리가 남이가!”와 같이 동류의식이라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은 대표적 방법 중에 하나이다.

한국인들은 정(情)이라는 특별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정(情)이라는 감성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안정적 국가와 사회를 유지해온 민족이 가지는 필연적 심성이다. 패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위해 만들어진 식민사관에 길들여진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역사를 외침(外侵)에 시달린 고난과 역경의 나약한 역사라고 폄훼한다.

그러나 세계사에 있어서 500년·1000년의 왕조를 유지한 나라는 거의 없으며, 특히 고려와 조선은 대규모 전쟁이 아니라 위화도회군이라는 집권세력들 간의 주도권싸움으로 이루어진 만큼 민중들의 이동은 거의 없었다. 이것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비교적 안정된 사회를 유지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정(情)이라는 감성은 대대손손 특정한 지역사회(5일장의 공간)를 벗어나지 않고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혈연과 지연이라는 끈끈한 동류의식이 만들어낸 정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情)은 예의·염치·경로사상 등의 긍정적인 면과 수직적이고 혈연·학연·지연 등의 부정적인 면이 있다. 여기에서 혈연·학연·지연 등을 부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동류의식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선거 등에 있어서 동류의식은 무조건이라고 할 만큼 옳고 그름의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영남과 호남에서는 특정정당의 공천이 당선과 동일시되어온 정치풍토나 지난 대선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집단논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정(情)이라는 감성을 정치적 목적에 악용한 것으로 사회개혁의 가장 큰 적이며, 민주화에 대한 폭력이다.

문제는 선거 등에서 정(情)에 기초하고 있는 동류의식을 악용하거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들을 동원하는 선거폭력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당연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풍토는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서 선거폭력과 타협하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정승 집의 개가 죽으면 사람이 몰려도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만큼 벗어나기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이 같은 심리와 동류의식은 선거에 있어서 “그래도 나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이 당선되면 나에게 이익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선거전문가와 집단과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자들은 민중의 심리를 누구보다도 정확히 읽어내어 적절히 부추김으로써 사회는 갈등이론에서 말하는 사회발전을 위한 건전한 대결구도가 아니라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대결구도로 전락시켜 버린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한 개혁이 가능한 사회를 말한다. 개혁은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선택되는 정치권력으로 실현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동류의식과 이익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가 옳고 그름을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개혁의 주체가 되는 정치는 시작에서부터 선거폭력에 무릎을 꿇게 되고 재선을 위해서는 임기 동안 폭력집단과 함께 가야할 수밖에 없다는 근원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내년에는 사회개혁의 시작이 되는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고, 이미 주자들은 출발을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한국의 정치역사에서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탄생되었던 정권과 특정세력이 만들어낸 정권을 경험해 본 유일한 세대이다. 따라서 내년에 치러지는 선거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고, 유권자들은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자들에게 사회개혁을 위한 충고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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