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례에 흐르는 인간존중 정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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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례에 흐르는 인간존중 정신〈3〉
  • 조장연 <성균관·철학박사>
  • 승인 2021.07.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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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예기》에 의하면 악(樂)의 근원을 인간의 마음에 두고 있으나, 그것의 제작은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는 천지자연의 이법(理法)을 본받아 제작됐다고 했다. 악은 우주론적인 의미로써는 천지의 조화를 나타내며, 구체적인 인간의 현실세계에서는 예(禮)에 의해 질서 지워지거나 차별화된 현실세계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람의 마음을 조화롭게 일치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또 악은 군(君)·신(臣)·민(民)·사(事)·물(物) 등의 각각의 도리에 소통된다고 해 악을 모든 윤리(倫理)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 중국고대에 있어서의 악은 항상 예와 관련됐고, 국가에서 제사와 같은 대사(大事)를 거행할 때 예와 악은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됐다. 

공자의 시대는 종교적인 것으로부터 인간적인 것으로 변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예악과 결부된 재래의 종교적인 효의 개념을 인간적인 방향으로 내재화시켰다. 종교성과 관련된 예악의 이런 원형적 의미는 예악에 대한 인문화 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논어》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속된다. 공자의 철학에서 인과 예는 이중적인 관계에 있다. 일단 인은 공자의 철학에서 예라는 전통적인 규범 체계의 정당성을 승인하고 지지하는 내면의 정서적 토대이다.

그것은 종법제에서 출발한 기존의 신분제적 질서를 지탱하는 규범이었던 예의 의미가 공자에 의해 주체적·자각적으로 내면화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인은 예와 악의 실천이 의미 있는 행위가 될 수 있게 해 주는 원천이다. 특히 공자는 예와 악을 병칭해 사용한 경우가 많았고, “사람으로서 어질지 못하면 악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예는 무슨 소용이 있으랴?”라고 해 예와 악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인(仁)을 결부지어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사회적 규범 체계인 예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자각하고 지지하게끔 해 주는 내면적 토대는 바로 그 예의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숙성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예는 결혼이나 상례 등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에서부터 이웃과의 일상적 교제에 이르기까지, 음식·의복과 일체의 동작을 규정하는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핵심적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유교 사회의 통치 기능과 더불어 유교 문화의 특징을 ‘예교문화(禮敎文化)’로 규정짓기도 한다. 그리고 예는 특히 교화 수단으로써의 악(樂)과 결합해 예악(禮樂)이라는 통합 영역을 형성하며, 도덕규범의 핵심으로써 의(義)와 결합해 예의(禮義)라는 또 하나의 통합 영역으로 나타난다. 

유가가 이처럼 예와 악을 함께 근본적인 것으로 중시한 것 중의 하나는 예악이 개인의 수양이나 사회의 안녕에 모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악은 고대로부터 정교의 도구·수단으로써, 또는 인간의 심성도야와 관련해 매우 중요시됐다. 
 

■ 유학과 예교문화
공자의 학단에서는 기본적으로 시(詩:樂), 서(書), 예(禮), 사(射), 어(御), 수(數)의 육예(六藝)를 가르쳤다. 이 중 시(詩)는 공자가 “시를 모르면 말을 할 수 없다”거나 “누구는 더불어 시를 말 할만하다”고 할 때의 시(詩)로써, 노래 또는 노래 가사를 말한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시경(詩經)》은 이 시(詩), 즉 고대의 노래 가사를 공자가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속에는 고대 궁정의 음악부터 일반 민간의 노래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고, 정치부터 인간의 정서까지 다양하게 읊어지고 있다.

육경의 하나인 《악경》이 전해지지 않으므로 고대의 노래가 어떠했는지를 알 길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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