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조성사업’ 홍성군에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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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조성사업’ 홍성군에서 해라
  • 권영식 <홍성군의회 의원>
  • 승인 2024.09.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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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홍성군에서 민간위탁 방식으로 추진하는 사무는 50개 이상이며, 민간위탁 사무에 대한 예산은 500억 원이 넘는다. ‘지방자치법’에서 자치단체 사무의 관리 및 집행권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부여하고, 행정기구와 공무원 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처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고, 사무를 민간기관 등에 위탁이나 대행을 통해 처리하게 하는 것은 예외적인 사항이라고 할 것”이라고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민간위탁 방식 사무 처리를 경계하고 있다.

최근 홍성군에서 추진 중인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특정 민간사업자가 독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홍성군에서는 문화도시로 지정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58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데, 2021년부터는 민간위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홍성군이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3년간 200억 원의 예산이 본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집행부의 태도를 보면 본 사업마저 민간위탁 방식으로 추진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의 취지와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민간위탁 방식에 적합하지 않다.

민간위탁 방식의 장점은 경쟁을 통한 품질 개선과 비용 절감이다. 그러나 집행부에서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201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추진해온 사업에 입찰한 업체는 현 수탁업체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사업 내용이 고도의 전문성을 띠는 것도 아니다. ‘2023년 홍성군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내용을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소셜다이닝과 라운드테이블 운영, 어르신 밀키트 나눠주기, 마을 칼국수 모임, 그리고 홍보부스 운영과 SNS 관리 등 군민들이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면 과연 이 사업의 추진에 동의할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나마도 현 수탁업체에서는 사업의 상당 부분을 외부 용역으로 수행했으며, 심지어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홍성군 문화도시 계획수립’도 외부 용역을 통해 수행했다. 수탁업체가 직접 수행한 것은 용역 관리와 몇몇 공모사업들뿐이며, 이는 수탁업체 스스로가 전문성 부족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집행부에서 직접 수행했으면 아낄 수 있었던 운영비만 추가 지출됐다. 지난해 수탁업체에서 운영비로 지출한 금액은 3억 8000만 원에 달한다.

사실 용역 관리는 오히려 집행부가 잘하는 분야이다. 이미 많은 사무를 용역으로 수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문화행사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글로벌 바베큐 페스티벌 in 홍성’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심지어 집행부에서는 페스티벌이 성공적이었다며 자축하고, 그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기관은 현 수탁업체가 아닌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있는 홍성군청 공직자 자신이다. 굳이 위탁을 한다면 관리·감독이 용이한 홍주문화관광재단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연 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재단은 홍성군 문화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기관이다. 집행부에서 스스로 설립한 전문기관을 배제하고, 민간단체에 위탁을 준다면 홍주문화관광재단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현재 집행부 내에는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체계적 관리시스템이 부재하다. ‘홍성군 사무의 민간위탁 기본 조례’에서는 민간위탁 사무의 처리 원칙과 기준의 자세한 내용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별도의 규칙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간위탁 사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이는 행정에 대한 군민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2023년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경우 15억 원이 넘는 예산이 지출됐으나, 제대로 된 회계감사 한 번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이 진정으로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과업이 되기 위해서는 군이 직접 나서야 한다. 집행부가 가진 역량과 경험을 통해 사업 내용에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홍성군은 이미 문화행사를 성공적으로 주관한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집행부와 문화재단이 협력해 직접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예산 낭비를 줄이고,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며, 궁극적으로는 홍성군이 지향하는 문화도시의 비전을 보다 정확하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위탁은 편의적인 선택일지 모르나, 진정한 문화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군이 직접 책임을 지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행정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문화도시 사업을 홍성군에서 직접 추진한다면 홍성군의회도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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