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도심 도시재생, 보존과 재생 문화마을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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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원도심 도시재생, 보존과 재생 문화마을 탈바꿈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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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역사도시,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가 답이다 〈2〉

‘옛 충남도지사 공관’ 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 시민에 개방
관사촌 일대 문화예술촌·역사탐방공간, 문화휴식처로 탈바꿈해
시민이 주도하고 만족하는 매력적인 도시재생·맞춤형 도시개발
대동벽화마을, 골목길 따라 예술촌, 노천극장, 벽화거리 펼쳐져

 

산업변화와 도심쇠퇴로 사람들이 떠나간 공간을 문화예술로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폐공장과 폐교, 구도심의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은 기존건물의 외형과 내부를 최대한 보존하고, 공간이 가진 역사와 이야기를 개성 있게 표현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대전과 충남지역에도 이러한 곳이 문화예술공간과 시민들의 쉼터 등으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 있다. 

특히 대전시 중구 대흥동에는 1930년대 지어진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비롯해 1970년대 근·현대 건축물이 모여 있는 전국 유일의 관사촌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관사촌 건물들은 넓은 정원과 동·서양 양식이 혼재돼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전시는 도지사 공관 이전으로 방치된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매입해 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해 80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했다. 또 주변의 근대건축물은 공방과 레지던스를 갖춘 시민 창작공간으로 조성했고, 관사촌 일대를 문화예술촌이자 역사탐방공간, 시민들의 문화휴식처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10여년 전만해도 대전시 동구 대동은 지금과 같은 명성을 가진 관광 명소가 아니었다. 대전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던 대동 산 1번지 일대, 복지관길을 중심으로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그런 곳이 지금은 공공미술과 함께 보존과 재생의 중심지가 됐다. 접근성이 좋은 것도 대동 일원의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쾌적하고 문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미술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 옛 충청남도지사 공관촌‘테미오래’ 
대전시는 지난 2018년 옛 충청남도 도지사 공관과 관사촌의 새 이름이 ‘테미오래’로 최종 확정됐다. 대전광역시 도시재생본부는 시민공모전을 통해 옛 충남도 도지사 공관과 관사촌의 새 이름을 ‘테미오래’로 최종 선정했다. 대전시는 공모전을 통해 150여건의 다양하고 참신한 명칭이 접수돼 시민, 청년, 문화예술인, 관련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접수된 명칭을 대상으로 공정한 심사를 벌여 ‘테미오래’를 최종 명칭으로 확정했다. ‘테미오래’는 ‘테미로 오라’는 뜻과 ‘테미와 관사촌의 오랜 역사’를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재미있고 친근한 느낌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퇴메→테메→테미’로 음운이 변화돼온 ‘테미’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마을 이름이며, ‘오래’는 동네의 몇 집이 한 이웃이 돼 사는 구역 안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역사’와 ‘공동체’의 의미를 모두 살린 이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시는 옛 충청남도지사 공관을 주말과 국·공휴일에도 개방하고 있다. 문화관광 해설사가 관사촌 이야기와 건축물에 대한 해설을 해주고 있으며, 옛 충남도지사공관 건물 1층에는 회의용 탁자와 의자를 준비해 소규모 공동체 모임이나 회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게 시설 대관도 하고 있다. 옛 충남도관사촌은 총 10개동으로 1930년대 건물 6개동, 1970년대 건물 4개동으로 이뤄진 전국 유일의 관사촌 밀집지역이다.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서 제1호 관사인 도지사 공관은 대전시 지정문화재 자료이고 나머지 2호에서 6호 관사는 국가 등록 문화재다. 또한 도지사 공관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임시 거처로 사용됐고 UN군 참전을 공식 요청한 장소이기도 하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도시재생 정책은 기존 관 주도의 천편일률적인 하드웨어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이끌 것”이라고 말한다. 허 시장이 제시한 도시 분야 정책 핵심은 ‘시민이 주도하고 만족하는 매력적인 도시재생’과 ‘맞춤형 도시개발’이다. 역사·문화·사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스토리와 콘텐츠에 투자할 방침이라는 의미다. 옛 충남도청 본관에 가족체험형 창의도서관을 조성하는 한편 신관동과 후생관에는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한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다. 아울러 뉴딜 사업 7개 지역을 2022년까지 16개로 확대하는 한편 빈집을 창작·창업·거점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개관한 ‘테미오래(옛 충남지사 공관과 관사촌)’를 비롯해 커플 브리지나 대전역 주변 등의 명소와 자원화 사업도 추진한다. 

 


■ 벽화마을로 유명한‘대동마을’
대전 대동마을은 벽화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대전 도심지하철 대동역 8번 출구에서 내리면 곧바로 대동마을에 갈 수 있다. 대동마을 골목길은 한밭여중길이 끝나는 곳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산마켓을 앞에 두고 좌회전하면 복지관1길이 시작된다. 

대동벽화마을은 지난 2007년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한 아트인시티와 공공미술연구소의 프로젝트로 탄생한 곳이다. 당시 아트인시티(Art in City)가 어떻게 보면 지금 현재 도시재생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전국적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쾌적하고 문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미술 사업을 추진한 곳이기 때문이다. 2006년 11개 프로젝트로 출발해 약 2년 동안 실시됐는데, 당시 대전 동구 대동마을이 선정됐던 것이다. 대동마을은 일반 근린형으로 ‘하늘을 담은 행복 예술촌-골목이 주는 위로’라는 사업명으로 선정됐다. 경사진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벽화가 이어진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을 담은 벽화가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벽은 단절을 나타낸다. 벽은 단절이지만 벽화는 소통이다. 우리가 서로 단절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서로 소통해야 한다’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대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시를 꿈꾸며 대동마을 일원 5만㎡에 앞으로 예술촌 마을과 함께 노천극장, 벽화거리 등이 들어섰다. 대동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 마을의 꼭대기에 도착하면 대전의 도심이 눈앞에 사방으로 펼쳐진다. 골목길 따라 생긴 그늘과 화사한 원색으로 채색된 꽃,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 행복한 가정을 그린 벽화들이 멋지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걷다 보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루나 의자들이 배치돼 있어 벽화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자리다. 마을의 계단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면 대동 하늘공원이 나온다. 공원의 한 가운데 이국적인 빨간 지붕의 풍차가 서 있다. 대동마을의 도시재생은 선정 이유가 뚜렷하다. 이미 마을 전체가 예전에 도시재생에 선정돼 성공적으로 벽화마을이라는 문화적 콘셉트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갔다. 2018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으로 한층 강화시켜 나갈 수 있었다.

본래 대동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기나긴 세월을 빈곤과 좌절에 찌들어 있던 하늘 아래 첫 동네였다. 양철과 슬레이트 조각을 덧대 누더기처럼 보이는 지붕들로 가득한 동네, 피난민촌이었던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삶이란 인생 속에서 기반을 잡아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 남아 지금까지도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의 골목길은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비좁다. 이러한 골목길에 벽화가 꽃피면서 낡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마을로 변한 것이다. 바로 이 마을에 ‘무지개프로젝트’라는 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철저하게 수혜자 중심의 정책으로 가난하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환경의 변화를 통해 이들의 자활의지를 키우고 이웃과의 어울림 속에 공동체를 복원시키는 사업이다. 

대전시가 지난 2006년 9월부터 추진한 무지개 프로젝트사업은 총 202개 사업에 사업비만도 1059억 원이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도심의 재개발사업이 원주민을 몰아내는 방식의 ‘철거와 재개발사업’이었다면, 무지개프로젝트는 원주민이 그 자리에서 더 잘 살도록 종합적인 환경을 고쳐주는 ‘동네 재생사업’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무지개 프로젝트사업은 시가 예산지원을 하지만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공동사업이란 점이 특징이다.

대동마을의 경우 예쁜 동네 만들기 사업 공모에 주민들이 계획을 세워 제출하고, 이에 맞춰 공공미술작가가 투입돼 담장과 굴뚝, 계단, 전봇대 등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고 조형물 등을 설치하면서 마을을 변화시켰다. 주민들의 봉사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무지개 프로젝트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의 마음이 열리고 소속감이 생겨 마을의 변화를 스스로 이끌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동네의 주거환경에서부터 주민들의 삶까지도 재생하는 도시재생의 핵심은 사람, 즉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재건축 등 파괴적 형태에서 기존의 역사와 문화 등 지역의 특성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사람’이 사업의 핵심 주체이자 주요 콘텐츠라는 사실에 주목할 일이다.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은 지역주민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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