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도시 골목길의 이야기를 담는 ‘안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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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도시 골목길의 이야기를 담는 ‘안마을신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09.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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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미디어 마을신문, 동네를 바꾼다 〈4〉
안마을신문 8월 25일자 1면.

인구 4만 명, 1만7000가구 살고 있는 공릉2동 ‘안마을신문’ 큰 반향
타블로이드 8면 분량 전면 컬러 인쇄 5000부 발행 아파트·상가 배포
 작은 의견도 신문을 통해 여론으로 발전하는 힘 발견 “사회 바꾼다”
작은 마을신문 전국에 1000개만 있다면 거대 신문을 볼 필요가 없어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외곽지역인 서울시 노원구 공릉2동에서 발행되고 있는 동네신문인 ‘안마을신문(발행인 강봉훈)’이 지역공동체에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인구 4만 명, 1만70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공릉2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마을신문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공릉동 사람 사는 이야기 ‘안마을신문(02-971-1503)’은 서울시 노원구 공릉2동 안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공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안마을은 마치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옛 경춘선 철길이 휘감아 돌아 감싸고 있는 마을이다. 과거에는 쇠바퀴의 끽끽거리는 마찰 소음과 땡땡거리는 경고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됐다. 이런 환경은 주변으로부터 울타리로 작용해 인근 상계, 중계동이 대규모 개발을 통해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때도 소외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파트와 단독 주택, 빌라, 원룸촌, 골목 상가 등 다양한 도시 건축물이 적당히 어우러져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 또 경춘선 철길은 숲길로 변모해 주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나아가 산책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상가들이 들어섬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일환으로 관심사로 떠오른 ‘태릉골프장’과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동네다.
 

■ ‘안마을신문’ 작지만 알찬 신문 지향해
안마을신문은 아직도 따뜻함이 남아 있는 도시의 골목길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안마을만의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신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안마을신문’은 작지만 알찬 신문을 지향하고 있다. 공릉2동에서도 경춘선 숲길과 노원로로 둘러싸인,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서 10분 이내에 다다를 수 있는 안마을지역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안마을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가 실리고 안마을 지역에만 배포되는 말 그대로 마을신문이다. 안마을신문은 2018년 6월 첫 선을 보였다. △2018년 5월에 신문 등록을 하고 6월 창간호를 발행했다. 10월부터는 우편 발송을  시작했다. △2019년 1월 청소년문화센터와 협약, 2월~12월 꿈마을공동체와 공동캠페인, 4월 시민기자학교 1기 출범, 7월 공동체 섹션 ‘행복한소통’ 창간, 12월 노원마을미디어지원센터로부터 성공적 마을신문 사례 선정 △2020년 4월 배포범위 공릉1동까지 확대, 5월 서울마을미디어 지원사업 선정, 7월 시민기자학교 2기 출범했으며, 지난 8월 28일자로 제53호를 발행했다. 안마을신문은 1인 미디어로 취재에서 발행, 배포까지 혼자 하고 있다. 제작비용도 발행인이 모두 부담한다. 마을공동체의 지원과 시민기자들이 돕고 있으며, 광고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사업, 서울시 지원 등 많은 도움을 받아 발행되고 있다는 게 강 발행인의 설명이다.

안마을신문은 타블로이드 8면 분량의 전면 컬러 인쇄로 격주간으로 매번 5000부씩을 발행한다. 공릉1동과 2동의 아파트에 4000부를 직접 배포하고, 공릉2동의 상가 등에도 500부를 직접 배포한다. 또한 관공서와 상가, 관계자들에게는 500부를 별도로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지난 8월 28일자 제53호 신문 1면에는 “코로나 19, 재유행 열흘…”이라는 제하의 기사와 3면에는 이로 인한 마을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1면의 ‘우리동네 사진 한 장’이라는 코너에는 “경춘선숲길 오픈 갤러리에는 지난 17일부터 나도작가전 ‘문장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진기사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탈춤축제에서 공릉2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40여 개 단체가 각각 깃발을 만들고 꿈마을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행진을 벌여 관심을 모았는데, 그 때 들고 나갔던 깃발을 모아 오는 9월말까지 전시한다는 기사를 싣고 있다.

4~5면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태릉골프장 개발…”과 관련한 지역 국회의원, 구의원의 기사와 “태릉골프장…‘닥치고 보존’만이 유일한 해법인가”라는 발행인 칼럼을 실었다. 그동안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관심 없이 방치된 골프장이 갑자기 소중한 공간으로 변했다. 결국 골프장에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은 반대한다는 뜻이다. 골프장이 공원으로 모든 주민들에게 개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골프장이 아니라 모든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돌아와야 한다. 육사와 골프장은 어떤 형식으로든 주민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공론화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인 방법은 있는지, 유치 가능한 빅 데이터·AI기업은 있는지, 이들이 과연 얼마나 고용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지역사회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유사와 태릉골프장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기종 공릉2동 시가지보다 더 넓다.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버티기만 해서는 결국 정부의 뜻대로 되고 만다. 우리도 얻어낼 게 있다면 대놓고 요구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58호 신문 6~7면에는 ‘책in책’과 ‘못말리는 역사탐험’ 등 고정란과 ‘꿈마을공동체, 마을 속 청년활동가 소개’등 마을기사와 마을 관련 단체 등의 광고를 싣고 있다.
 

안마을신문 편집실.

■ 동네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마을신문기사다
안마을신문에는 나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가 실린다. 바로 동네주민들이 독자이고 주인공인 신문이다. 결국 공릉3동 주민들이 안마을신문의 주인공들이다. 주민들의 이야기가 기사가 되고 바로 주민들의 이야기가 광고가 된다. 그래서 동네골목이나 거리에서 안마을신문 기자를 만나면 반갑게 맞이하는 이유다.

도시인들은 그동안 궁금한 이야기가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직장 일에 바쁘고 애들 돌보기 바쁘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관심을 가져야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동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동네의 일이 궁금하면 안마을신문에 전화를 하게 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릉2동의 궁금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혼자서는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져도 소용이 없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의견을 같이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같은 목소리를 내야 메아리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 의견도 신문을 통해 여론으로 발전하는 힘을 발견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론은 사회를 바꾼다는 평범한 진리를 스스로가 깨닫게 된다. 안마을신문은 모든 공릉2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모두 관심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안마을신문을 통해 이웃에 대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안마을에 살고 있는 동네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안마을신문에 소개되고 기사가 된다.

강봉훈 발행인.

강봉훈 발행인은 창간사에서 “이제는 작은 신문이 필요하다. 지역 밀착형 여론 형성이 필요한 때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 바로 이웃의 이야기, 내 삶과 직접 연관된 이야기를 다루는 신문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누구든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이웃마을에서 아무리 큰 사건, 사고가 있었다고 해도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는 일은 정작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우리 동네 주정차 시비가 심각해 해결책 마련이 심각해도 지역 주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동네 도로 구조나 신호등 하나도 주민들에게는 큰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여론이 형성되지 않으면 모두들 무심히 지나치게 마련이다. 우리 동네에 관심을 갖는 아주 작은 신문이 있다면, 내가 관심 갖는 그 문제에 나서는 신문이 있다면 우리 삶은 훨씬 윤택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 발행인은 “인터넷 시대에 웬 종이신문이냐고 하지만 세상은 점점 편해져 가는데 어느 것 하나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아도 손에 쥐어주는 것이 없다. 항상 흥미 있어 하는 취미생활이라면 하루 한 번씩 인터넷 사이트를 들르겠지만 주변에 일어나는 일상에 대해 매번 찾아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상도 우리 집까지 배달된다면 읽어볼 만 한 일이다. 기존 일간지가 아니라도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찾아오는 동네 소식이라면 반갑게 읽을 만할 것이다. 이런 신문이 전국에 1000개만 있다면 사실 우리는 거대 신문을 볼 필요가 없다. 인터넷 신문의 여론 조작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제대로 만든 첫 번째 아주 작은 신문이 필요하다. 첫 사례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 될 것이다. 안마을신문이 바로 그 첫 발을 떼는 이유”라는 대목에서 우리나라 마을신문의 가능성을 읽는다. 서울의 한켠에서 이런 뜻을 실천하는 ‘공릉동 사람 사는 이야기, 안마을신문’의 희망 가득한 앞으로의 지면을 기대한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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