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 생태·역사문화 공존하는 자연형 도심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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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생태·역사문화 공존하는 자연형 도심하천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5.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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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자연하천, 생명과 문화가 흐른다 〈3〉
전주남부시장의 하상주차장 조성 모습.

전주천의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의 한벽당
전주의 선비들이 이곳에서 전주천 바라보며 시조 읊었을 터
전주천, 1998년 자연생태하천복원 현재 1급수 맑은 물 흘러
천연기념물 수달과 원앙이 사는 깨끗한 수질과 환경을 자랑

 

전북 전주시 도심을 북서쪽으로 가로질러 삼천과 합류해 만경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전주천은 41.5km 길이의 도심하천이다. 전주천의 발원지인 박이뫼 슬치재는 해발 250m의 고개로 호남정맥에 있는 고갯길이다. 지리산에서 백두산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중 장안산에서 비롯된 호남정맥은 호남에 위치한 산들을 빙 돌아 광양 백운산에서 끝나는 산맥이다. 565m의 주화산에서 시작해 만덕산 서편으로 뻗은 높은 산을 박이뫼라 부른다고 한다.

전주문화원이 전주천의 역사를 처음으로 조명한 ‘전주천의 역사와 문화’에는 “불과 수 십 년전만 하더라도 전주천 냇물의 양편에 반듯한 돌들을 배열해 놓고 여기에 여인들이 앉아 맑은 물에 빨래를 씻으며 방망이질을 하던 풍경이 흔했다고 한다. 대규모 빨래 집단이 모여들자 매곡교(지금의 남부시장다리)부근과 다가교 부근에는 전문적으로 이를 삶아주는 업종이 생겨 톡톡히 재미를 봤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가교는 삼마솥다리, 대궁교, 사마교, 삼하교, 사정다리, 신한교(해방 후), 신흥교로 불리는 등 전주의 다리 가운데 가장 명칭이 많이 변경됐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신한교는 해방 후 재산을 관리한 신한공사, 또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의미로 사용됐을 것”이란 해석도 달았다. 전주신사가 완공된 뒤 사마교는 신사를 왕래하는 일본인들의 참배 통로였으며, 1920년 홍수로 유실돼 버리자 박기순이 1만 원을 기부해 철근콘크리트 교각에 나무 상판을 얹은 다리가 새로 놓였다. 하지만 나무 상판을 얹은 이 다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의 다가교는 이어 1981년 2월부터 9월까지 확장했다. 다가교를 지나 도토릿골교(1999년), 구 진북교(1975년), 쌍다리(어은1교, 1962년) 어은교(어은2교, 1990년), 진북교(1996년), 서신교(1996년), 백제교(1991년), 사평교(2007년), 가련교(1997년), 추천교(2000년)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전주천 모든 다리의 역사를 반추했다.
 

전주천생태문화지도 안내판.

■ 전주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
전주천의 햇살은 물 위에 물감처럼 번져가고, 낙조는 시시각각 색깔과 파장을 달리하며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인다고 한다. 전주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보고 싶은 날이면 남천교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천교 왼편에 전주전통문화관이 자리한 부근은 전북지역 최초의 공동주택 아파트가 자리했다고 전한다. 남천교 아래로 흐르는 하천의 이름이 남천(南川)이기 때문이며, 남천은 전주천이 우회하면서 전주부성의 남쪽을 흐르면서 불린 이름 같다는 설명이다. 원래의 남천교는 현재의 전주교 상류 170m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원래는 돌다리(石橋)였다고 한다. 1957년 12월 전주천 상류에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교량으로 놓았다가 2009년 다시 가설한 다리라는 설명이다.

전주천의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한벽당(寒碧堂,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5호)곳이 있다. 대도시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시냇물 가운데 전주천 만큼 맑은 물빛을 간직한 곳이 또 어디 있을 것이냐고 말한다. 승암산 기슭의 절벽을 깎아 세운, 전주 옥류동고개 옆 한벽당은 일찍이 유생들이 풍류를 즐기고, 각시바우, 서방바우에서는 아이들이 고기를 잡고 멱을 감는 곳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벽옥한류(碧玉寒流)’라는 글귀에서 ‘한벽(寒碧)’이라는 어구를 따서 후세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아무튼 ‘한벽청연(寒碧晴烟)’으로 완산팔경의 하나였다고 한다. 한벽당 앞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습을 가히 절경이라 했으니, 전주향교가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전주의 선비들이 이곳에서 전주천을 바라보며 시조를 읊었을 터이다. 

이처럼 남원, 구례, 곡성, 순천, 진주 등으로 가는 나그네들은 오룡교(남천교)를 건너면서 한벽당의 풍광을 감상했으며, 낚시꾼들은 한벽당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이 일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풍류삼매에 젖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을 받아온 한벽당도 시대가 변하면서 아픔을 겪어야 했다. 등 뒤로 전라선이 지나며 굴이 뚫렸는가 하면, 허리 옆으로는 17번 국도가 생기면서 예전의 풍취는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한벽교는 총연장 103.6m, 교폭 22.5m, 1982년 12월 22일부터 공사에 들어가 1986년 9월 30일까지 착공, 전주와 남원을 연결하는 교량이다. 당시 시행청은 이리지방국토관리청, 시공자는 주식회사 금강으로 돼 있다. 지금, 한벽교 아래 터널은 시민들의 아늑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 됐다. 
 

지난 1998년부터 자연하천 조성사업을 통해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복원, 현재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전주천.

■ 버들치와 쉬리 사는 1급수 맑은 물 전주천
전주의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흐르는 전주천은 유역면적 31.53㎢, 길이 30km의 지방 1급 하천이다. 전주에서 남동쪽으로 26km 정도 떨어진 임실군 관촌면 슬치에서 발원, 전주의 중심지를 관통해 흐르는 전주천은 서신동 추천에서 삼천(三川)과 합류하는 만경강 제1지류이다.

과거 전주천은 콘크리트 제방과 주차장, 각종 생활하수와 폐수 등으로 생물이 거의 살 수 없는 4~5급수의 하천이었다. 그러나 1998년 자연하천 조성사업을 통해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전주천은 현재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쉬리와 갈겨니, 돌고기, 모래무지, 참종개, 붕어, 피라미, 버들치 등 11종의 물고기와 다슬기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전주천 상류에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원앙이 살고 있을 정도로 깨끗한 수질과 환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늦가을이 되면 전주천 둔지에 피어나는 물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전주의 명소이기도 하다. 전주천 자연형 생태하천복원사업은 환경부 자연형 하천정화 우수 사례로 뽑혔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복원시킨 모델로 인정받기도 했다. 또 전주천은 전주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전주팔경 중 으뜸이라는 기린토월과 한벽청연, 남고모종, 다가사후 등의 이야기가 전주천을 따라 흐르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정몽주, 초록바위에 얽힌 김개남 장군과 천주교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전주천 상류는 1급수에 서식하는 버들치와 쉬리, 수달이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다. 그런데 하류는 오염도가 있어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하는 연구가 진행된다. 상·하류가 골고루 깨끗해 야겠다는 것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천 하류 지역의 여름철 악취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7월까지 총 1억 5000만 원을 투입한다. 전주천과 삼천의 합류지점인 서신동 금학보에서 만경강 합류점인 구보까지 약 7㎞ 구간을 대상으로 한다. 

또 2022년까지 총 300억 원을 투입해 덕진구 우아동의 왜망실마을부터 소양천 합류지점까지 ‘아중천 생태하천 복원사업’도 추진한다. 상류구간의 경우 현 생태하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하천 폭을 기존 10m에서 25m까지 넓힌다. 제방 축조와 호안 공사와 자연형 여울 10곳 조성, 생태탐방로 4.9㎞ 조성, 교량 6개설치 등을 통해 홍수 등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하천으로 복원한다. 

하류구간에는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유입돼 하천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점오염원을 차단시키기 위해 저감시설 2개를 설치한다. 교량 2개와 벚꽃탐방로 2.6㎞, 생태 숲 1곳(2114㎡), 생태습지 1곳(2만 7000㎡), 마중쉼터 1곳(5000㎡) 등을 조성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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