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문화가 흐르는 도심속 자연하천, 도시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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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문화가 흐르는 도심속 자연하천, 도시의 미래다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9.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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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자연하천, 생명과 문화가 흐른다 〈12〉
제주 산지천은 복개구조물을 걷어 내고 2002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해 친수공간으로 변했다.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한 도심하천, 주민들의 휴식·문화예술 공간으로 각광
자연하천에서 멀어진 도시하천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사실 불가능
제주의 산지천, 포항 학산천 등 인공구조물 복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해
충남도, 지역 특성에 맞는 시설·시스템 개발 빗물활용 등 사회적으로 확산

 

최근까지도 시민단체와 정부가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고려한 하천복원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공법과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려 올바른 하천 되살리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천의 기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하천실태를 점검해 보고 바람직한 하천복원 방향을 살피는 하천 되살리기는 바로 인간의 안락한 생존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이다. 산업화, 도시화로 말라버린 도시하천이 다시 살아 숨을 쉬고, 물 순환형 하천정비사업으로 건천화 된 도시하천의 유지용수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항상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한 도심하천은 주민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후환경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전염병과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적 요인이 중요해지는 요즘 하천과 강을 매개로 지역 이미지를 대표하고 지역 특색을 반영하는 하천을 조성하고 정화하는 일이 중요해진 현실이다.

물이 없이는 어떠한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하천이 없이는 도시의 생태계가 온전할 수도 없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의 하천은 복개되거나 물이 말라 생명 없는 거대한 하수구로 전락한 현실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천 복원이 시도됐으며, 복원된 하천엔 다시 생명이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하천은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생태적으로 ‘죽은 하천’이다.

‘하천 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서울의 양재천은 지난 1995년 강남구가 복원사업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생활오수가 흘러드는 냄새나는 개천일뿐이었다. 지난 1999년 복원사업이 끝나고 맑은 물이 흐르자 양재천에는 생명이 깃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휴식공간으로 변모하기에 이르렀다.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욕구가 커지자 도시하천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하천의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돼 있지만 산을 제외하고 도심에서 생명을 볼 수 있는 곳은 하천뿐이다. 전문가들은 하천 생태계가 살아나야 산과 강을 잇는 녹지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포항 학산천도 올해부터 복개천을 하천으로 복원하고 있다.

■ 지자체, 복개구조물 철거 자연형 하천 복원
최근에 이러한 하천기능을 치수, 이수, 환경의 세 가지로 요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수기능이란 홍수와 가뭄 재해를 방지하는 기능이며, 이수기능은 하천으로부터 용수의 획득 또는 수운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기능을 말한다. 환경기능은 인간의 물 체험 장소로 이용되는 친수기능 그리고 수질정화와 생물부양 등 생태적 기능을 포함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천정비에서는 치수기능과 이수기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런 하천정비는 결국 기존의 물 오염에 보태 생물서식 기반마저 없애고, 하천생태계를 파괴했다. 그 반작용으로 환경기능은 최근에 와서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미 본래의 자연하천에서 멀어진 도시하천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하천복원의 한계를 인식한 스위스의 ‘하천재생’이나 독일의 ‘하천 재자연화’, 일본의 ‘다자연형 하천 가꾸기’ 등의 개념은 우리의 하천관리방향 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주변의 하천이나 도심의 하천을 한 번 둘러보자. 비록 도시하천이 산지하천이나 농촌하천에 비해 자연성은 떨어지지만 도시에서 인공적인 경관을 자연스러운 경관으로 개선하거나, 자연체험의 장을 만들 때, 또는 척박한 도시생태계를 개선할 때 하천만큼 효과적인 공간이 또 있을까.

복개 구조물에 파묻혀 악취가 진동하던 제주도의 산지천은 지난 2002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된 이후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친수(親水)공간으로 변모했다. 산지천은 국내 최초로 복개하천 복원사례로 기록되며 복개로 얻은 이익은 한순간의 꿈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복원 전 오염된 하천을 덮어버리려던 복개구조물은 오히려 오염을 더 심화시켰으며, 도시의 침수를 유발했다. 산지천은 복개된 하천 474m를 복원하는데 모두 363억 원이 들어 한번 망가뜨린 자연을 복원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포항시도 환경과 친수를 중시한 하천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되면서 지난 2017년부터 복개로 오염이 심한 양학천, 칠성천, 두호천, 학산천 등 도심 4개 하천의 복원을 추진 중이다.

인공구조물로 덮여버린 이들 하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해 생태계를 살리고 시민들에겐 녹색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천복원은 도시하천으로서의 치수기능도 유지해 홍수 등 자연재해에서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 있다. 특히 대전의 대전천, 청주의 무심천, 전주의 전주천, 광주의 광주천, 대구의 신천, 울산의 태화강과 진주의 남강, 부산의 온천천 등의 도심하천은 이번 취재과정에서 살펴볼 때 자연하천으로의 복원을 통해 생태계를 살려 시민들에게 녹색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심혈을 쏟는 현장이다. 원(原)도심 개발, 도심기능 재활성화 유도, 도시관리 신패러다임 구축을 통한 도심의 재활성화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휴식, 교류, 체험의 장 조성, 정서함양의 장소,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 주변지역의 개발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도심활성화를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 충남도, 하천정비 수질 식물생태계 복원
충남도와 시·군은 지난해 도내 7개 지역 11개 하천 47.89㎞ 구간에 230여억 원을 투입해 오염퇴적물 준설, 생태호안, 여울, 정화습지, 어도, 생물서식지 조성, 식생복원, 하천정비 등으로 수질과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충남도는 ‘주민과 함께하는 도랑살리기 운동’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도랑 생태계 정화에 나섰다. 소하천보다 작은 규모의 도랑은 유역의 실핏줄이자 본류 하천의 모태로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관리를 받지 못해 왔다. 그러다 보니 도랑에 생활오수, 가축분뇨 유입, 농업용 비료와 농약 등이 유입돼 수질이 악화됐고, 영농폐기물과 쓰레기 투기, 소각, 야적물 방치 등으로 미관마저 훼손됐다.

충남연구원이 실시한 성과분석 연구에 따르면 충남도의 도랑살리기 운동은 주민이 주도하고 민간단체, 기업체, 유관기관 등이 협동함으로써 지역사회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충남도가 제안한 ‘빗물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제품 및 시스템 개발’이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하는 ‘2020 주민 공감 현장문제 해결’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물 복지 향상에 대한 큰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빗물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제품과 시스템 개발사업은 지역 맞춤형 빗물탱크와 요소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국비 4억 5000만 원 등 6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서울대학교와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충남도는 이 사업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시설과 시스템 개발로 빗물 활용 기술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충남도청소재지인 홍성과 내포신도시, 예산의 도심을 흐르는 홍성의 홍성천을 비롯해 월계천, 내포신도시의 신리천, 자경천, 목리천과 예산의 무한천, 예산천 등은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일정부분 복원사업을 실시한 상황이다. 홍성과 내포신도시, 예산지역을 포함해 현재 자연형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아직도 전국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충남혁신도시로 지정된 이 지역에서도 자연하천, 다시 말해 자연형 생태하천의 복원사업 내지 생태하천의 보존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더 중요시 되고 있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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