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역사의 빵집 군산 ‘이성당’ 77년 세월 가업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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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역사의 빵집 군산 ‘이성당’ 77년 세월 가업을 잇다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4.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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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다, 100년 가업을 잇는 사람들 〈2〉
지난 194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성당 본관 전경(오른쪽 건물). 이성당을 대표하는 단밭빵과 야채빵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본관 앞의 긴 행렬이 눈에 띈다.

1910년 초 이즈모야 화과자점에서 출발한 빵집 군산 ‘이성당’
전주 풍년제과, 대전 성심당, 대구 삼쏭빵집 등 ‘토종빵집’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 군산 넘어 전국적 유명세 
112년의 역사를 품으며 77년 세월의 전통 가업을 잇는 빵집

 

우리나라의 제과·제빵업계에도 파리바게트·뚜레쥬르 등과 같은 외국계 브랜드 제과업체들이 발을 넓히면서 중소제과점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토종빵집’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특히 적게는 수십 년에서 100년이 넘도록 가업을 잇고 있는 토종빵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이들 ‘토종빵집’들이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배송서비스를 실시하는가 하면 체인점 확대 등을 통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맛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들의 입맛을 ‘토종빵’이 사로잡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빵집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빵집(제과점)을 꼽으라면 해방되기 전인 1910년 초 이즈모야 화과자점에서 출발한 전북 군산에 위치한 빵집 ‘이성당’과 이웃 전주에 위치한 1951년에 문을 연 풍년제과, 1956년에 개업한 대전의 성심당빵집, 1957년에 개업한 대구의 삼송빵집 등을 꼽는다.

지난 1951년 전북 전주시 중앙동에 문을 연 ‘PNB풍년제과’는 전주 본점에서 70년간 3대째 ‘역사적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창업자(故 강정문)가 직접 구워 지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오리지널 센베과자를 주메뉴로 시작해 현재는 ‘PNB 초코파이’를 대표메뉴로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전주’라고 하면 ‘비빔밥’ 다음으로 ‘초코파이’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지난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聖心堂)’의 오늘날 대표 메뉴는 단연 ‘튀김소보로’다. 흔히 소보로빵이라고 하면 차갑고 부드럽게 먹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성심당의 소보로는 뜨겁고 바삭하다. 튀김 같은 식감이 들지만 느끼하지 않고, 소보로의 고소함과 단맛이 한층 더해진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맛은 지난 2014년에는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식탁 위에도 올라온 적이 있다. 대전역 대합실에는 항상 진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대전역에서 성심당 종이가방 안들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기차를 기다리는 대부분 사람들의 손에는 ‘聖心堂’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종이가방이 들려있기 때문이다. 대전에 왔으니 ‘이 빵’은 반드시 사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빵’의 정체는 대전의 자랑거리이자 대전의 식(食)문화를 대표하는 베이커리 성심당에서 찾을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서 ‘삼송제과’로 시작한 ‘삼송빵집’은 현재 본점 자리인 대구 동성로로 1987년에 이전했고,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의 수성못에 토털 베이커리 브랜드 ‘삼송 1957’을 오픈했다. ‘마약옥수수빵’으로 유명한 ‘삼송BNC(삼송빵집)’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대구 빵집의 대표이자 경상도 제과점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다. ‘추억의 맛을 선사한다’는 목표로 과거부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소보로 팥빵과 호두 단팥빵, 야채고로케 등을 주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송빵집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마약빵으로 불리는 ‘통옥수수빵’이다. 겉은 고소하고 달달한 맛을 느끼게 하는 가루가 듬뿍 묻어있고, 속은 톡톡 씹히는 식감의 옥수수와 마약빵의 특제소스가 아낌없이 들어가 중독성을 유발한다.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점, 판교점, 인천 송도와 서울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에도 삼송빵집이 들어오며, 이 마약빵의 맛은 수도권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자극하고 있다.

아무튼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외국계 브랜드 제과업체들에 맞서 ‘토종빵집’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토종빵집들의 맛과 역사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길게 늘어선 줄. 족히 30여 분은 기다려야 이성당의 주메뉴인 단밭빵과 야채빵을 구입할 수 있다.

■ 112년의 역사를 품고 77년 가업을 잇는 빵집 ‘이성당’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빵집 ‘이성당’. 군산은 일제시대 쌀 수탈의 거점으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군산을 생각하면 ‘적산가옥’을 먼저 떠올리고, 실제 현재도 170여 채의 적산가옥이 남아 있다. 군산을 대표하는 빵집이자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알려진 ‘이성당’은 1910년께 일본인이 개업한 ‘이즈모야’ 제과점이 시작점이었다. 이즈모야는 화과자를 파는 제과점이었으며, 광복 후 일본인들이 떠나자 한국인(이석우)이 인수한 후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만드는 빵집이라는 의미로 ‘이성당(李姓堂)’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김현주 사장의 시어머니인 오남례 씨의 시아주버니(시숙)가 인수한 이후 시어머니인 오 씨가 경영을 전적으로 책임졌고, 2003년부터는 오 씨의 며느리인 김현주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렇게 1945년 사탕과 아이스께끼 판매를 시작으로 군산지역에서 문을 연 이성당은 77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처럼 ‘이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춘 전통적인 ‘단팥빵’과 ‘야채빵’을 독자 개발하는 등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112년의 역사를 품으며 77년의 전통 가업을 잇는 빵집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은 군산의 명소다. 이성당의 포장지에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란 글귀가 쓰여 있다. 이성당의 역사는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보다 길다. 지금은 후손들이 명성을 이어가며 100년이 넘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빵집 ‘이성당’. 워낙 빵맛으로 유명해지다 보니 매장을 조금씩 계속 넓혀서 본점의 경우 안으로는 무척 길다. 막상 들어가 보면 알게 되는 구조다. 대표 메뉴는 단팥빵과 야채빵. 단팥빵은 소가 워낙 많이 들어있어서 명물 중의 명물로 이름이 높다. 야채빵은 양배추를 베이스로 한 야채소를 넣어 구운 것인데, 고로케처럼 튀기지 않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야채 소의 아삭함이 포인트. 사실 이 대표 메뉴를 사기 위한 줄이 워낙 길어서 다른 메뉴는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은데, 빙수나 모닝세트, 소시지빵, 생크림앙금빵, 꽈배기 등 군산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빵의 향기로 가득하니, 워낙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바로 옆에 2호점을 열었다.
 

명치정(지금의 이성당) 시절 이즈모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은 군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잠실 롯데백화점에 가게를 열면서 서울에 이어 충남 천안점, 경기 용인 수지점, 화성 동탄점으로 수도권과 충청권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할 때 이성당을 방문했지만 가게 안은 빵을 사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성당을 대표하는 앙금빵과 야채빵을 쟁반 한가득 담아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장수 빵집인 ‘이성당’에는 ‘백년가게’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군산을 대표하는 최대 향토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위상을 이성당은 자랑하고 있다. 과거 군산에는 백화수복, 한국합판, 경성고무라는 3대 향토기업이 있었지만 1980년대에 모두 무너지고 지금은 이성당 만한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을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실제 매출도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다. 이성당의 매출액은 200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또한 김현주 이성당 사장의 남편이 운영하는 대두식품의 매출액도 800~9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대두식품은 이성당에 팥 앙금을 공급하는 회사다. 이성당과 대두식품의 매출액을 합치면 1000억 원을 훨씬 넘긴다는 얘기다. 이처럼 전국적인 유명세, 기업 규모 등으로 볼 때 이성당이 군산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100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전국에서 유명한 빵집 이성당. 이제 이곳은 77년의 가업을 잇고 있는 맛집이 아니라 역사적인 아날로그 명소라 불려야 할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빵집이기 때문이다.

1910년대 이즈모야 제과점.
이성당은 지난해 백년가게로 지정됐다.
이성당 본관 내부 전경.
쉴틈없이 팔려나가는 단밭빵을 옮기는 한 직원이 매장에 꽉차게 들어선 손님들에게 외친다. 빵빵~ 빵 지나갑니다 빵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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