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비탈의 돌로 쌓은 경남 마천 돌계단식다랑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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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비탈의 돌로 쌓은 경남 마천 돌계단식다랑이논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6.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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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관 농업유산, 다랑이논을 보존하자 〈5〉
함양 마천 다랑이논 전통방식 모내기 현장.

2012년 농어업유산정책 도입 사라져가는 농어업유산 보전
도마마을 다랑이논, 지난해 국가주요농업유산 등재 선포식
산비탈 일궈 나온 돌 쌓은 돌계단식다랑이논, 마천이 유일
경남 함양 마천 도마마을의 농촌다움은 다랑이논 복원사업

 

다랑이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계단식으로 만든 보기 드문 농업유산이다. 다랑이논은 주로 깊은 산골 등에서 척박한 땅을 한 뼘이라도 더 개간해 손바닥만 한 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던 우리 선조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잘만 가꾸면 우리의 귀중한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다랑이논 보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법률 제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업유산의 다원적 기능과 가치,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유형화된 특징 등은 향후 국가농업유산을 관광자원화·명소화 하는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전통농업에 대한 경관환경보전형은 생계유지를 위한 식량원으로의 기능과 경관·토지·수자원 관리의 특성을 지니며, 자연환경과 사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관리로 형성된 독특한 경관으로 계단식논인 다랑이논이나 밭, 관개체계 등을 포함하며 주로 생태관광이 가능한 지역의 유형이다.현재 농·산촌은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도 각광받으며 여행과 관광지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전통문화와 전통지식이 계승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유산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도 조명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농업유산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크게 문화재와 국가농어업유산이 있다. 국가농업유산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며, 농업인이 해당 지역의 환경과 사회, 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시켜 온 유형·무형의 농업자원 중에서 보전할 가치가 있는 농업자원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사라져가는 농어업유산 자원의 발굴과 보전을 통한 지역별 브랜드화, 관광자원으로의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부터 농어업유산정책을 도입해 사라져가는 주요한 농어업유산을 지정해 보전과 활용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에서 농촌과 산촌 농민들의 ‘다랑이논’에 대한 보전 노력이 눈길을 끈다. 다랑이논은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경남지역에는 다랑이논이 원형이 잘 보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존과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도에서도 다랑이논의 기능이 쇠퇴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경남연구원과 농업기술센터 등이 앞장서 활성화 방안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발맞춰 유기농 벼농사를 고수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다랑이논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도 강해지면서 다랑이논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유기농 쌀의 판로가 점차 확대·확보되는 것도 다행스런 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경남도는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농업유산의 가치를 단지 역사적인 전통성만으로 바라보고 자원 자체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전통 농업시스템이 유지·전승되고 있는 지역 전체를 농업유산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 ‘마천 다랑이논 복원사업’선포식 가져
경남 함양군 마천면 군자리 ‘도마마을’은 ‘정승골 도마마을’로도 불리는데, 이 마을의 표지석에는 ‘지리산 천황봉 산하에 우뚝 솟은 삼정산 정기 아래 고요히 흐르는 정승계곡 물 맑고 인심 좋은 도화(桃花)골에 옛 도만(桃滿)마을 뒤편에 정승절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정승이 수행하였다 하여 정승골이라 예부터 전해 옴’이라 기록하고 있다.

도마마을 다랑이논은 지난해 5월 12일 도마마을에서 다랑이논 국가주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주민협의체 위원,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천 다랑이논 복원사업’ 선포식을 가졌다. 함양군은 우선 도마마을 위치한 다랑이논 복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후 마천 의중마을 등 지리산 일대에 소재한 다랑이논과 함께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실시해 2023년까지 국가중요농업유산에 등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원사업을 펼치는 함양군 마천면 도마마을의 다랭이논은 8ha 정도이며, 그중에 1ha 정도는 벼농사를 짓고 나머지는 밭농사 또는 휴경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천 다랑이논 복원사업’은 휴경된 논에 모내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손 부족으로 논농사를 포기하고 밭농사를 짓고 있는데 다시 모내기를 하겠다는 것이지의 문제가 농사를 짓는 지역주민들이 고민거리가 됐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절반 정도는 모내기를 이미 실시했고, 절반 정도는 고추를 심었거나 밭농사를 짓기 위해 비닐 씌워 놓기도 한 모습이다. 마을 진입도로는 확·포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함양군은 202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자락 마천 다랑이논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마천면 도마마을에서 지난해 10월에는 벼베기 체험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도마마을 다랑이논은 8ha 정도인데, 그중 1ha정도에 지난해 5월 시범적으로 모내기를 실시했으며, 10월에는 군수를 비롯해 주민협의체 위원과 도시민 체험 희망자 등 40여 명이 참여해 전통방식의 벼베기와 수확을 재현했다고 전했다. 도마마을은 다랑이논 복원사업 선포식에 이은 손모내기, 벼베기 체험행사 개최 등 다랑이논 복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경상남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마 다랭이논 농촌다움 복원사업’한창 
다랑이논은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국토의 특성상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산비탈을 일구면서 나온 돌을 쌓은 ‘돌계단식 다랑이논’은 함양 마천면 도마마을이 유일할 것이라며, “1990년대 말부터 마을 주민들이 고령화됐고, 수도작(논에 물을 대어 벼농사를 짓는 일)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지면서 논이 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게 한병열 마을 이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다랑이논을 유지할 노동력이 점차 고갈되면서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꾸준히 늘었고, 현재는 다랑이논의 90% 정도는 경작을 하지 않고 버려져 있다시피 하다. 농사를 짓는 땅은 나머지 10% 남짓인데 벼나 고추, 들깨 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마마을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다랑이논에선 복원사업과 농수로 정비 공사가 대부분 진행됐고, 올해는 절반이 넘는 다랑이논에 이미 모내기도 마쳤다. 도마마을은 ‘2022년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마을환경 개선)’ 최종 사업대상지로 선정된데 이어 ‘농촌다움 복원사업’에도 선정돼 마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마을진입도로 확·포장 공사 등 함양군청에서 추진하는 ‘도마 다랭이논 농촌다움 복원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마무리를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 마을의 농촌다움은 다랑이논의 복원사업이다.

현재 도마마을 다랑이논 대부분은 밭으로 이용되고 있거나 휴경하고 있어 앞으로 복원사업을 통해 논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해 주민협의체 주도하에 전통방식으로 벼를 경작한다는 계획으로 올해에는 절반이 넘는 면적에 모내기를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랑이논 복원사업을 통해 다랑이논이 ‘논’ 본래의 기능을 되찾고 전통방식으로 벼 재배 방식을 재연하게 된다면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시켜온 다랑이논이라는 유형(有形)의 농업자원과 전통방식의 벼 재배라는 무형(無形)의 농업자원을 얻게 됨으로써 2023년 ‘국가중요농업유산’등재 목표를 이루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올해에는 ‘다랑이논 복원사업’에 소요되는 사업비 5억 원을 경상남도로부터 확보하면서 국가주요농업유산 등재에 한발 다가서게 됐고, 주변의 환경개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마을은 지난 2012년 미국 CNN GO에 의해 ‘한국에서 가 봐야 할 아름다운 곳 5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랑이논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지리산 자락을 타고 앞으로는 금대산이, 뒤편으론 삼정산이 둘러싸고 있다. 명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그 옛날 척박한 산비탈을 조금씩 조금씩 깎아 논밭을 일구고, 이를 터전으로 살아온 조상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크고 작은 돌들로 겹겹이 쌓인 논둑길을 따라 좁고 기다란 조각 논들이 연초록빛으로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이어져 있다. 지리산을 품은 산골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는 구불구불한 계단 형태의 ‘다랑이논’으로 완성되고 있다. 건너편 마을의 논들도 그렇게 산비탈을 타고 흘러  내리고 있는 정경이 오히려 풍요로운 평화다.
 

함양 마천마을 다랑이논 전경.

 

<이 기사는 지 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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