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폐교, 책마을·시문학관 등 복합문화공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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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폐교, 책마을·시문학관 등 복합문화공간 변신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9.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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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10〉
장수연평초등학교 폐교 건물 ‘하늘내 들꽃마을’은 올해 모두 철거됐다. 작은 사진은 지난 2012년 5월 홍주신문 보도 당시 연평초등학교 모습.

교를 활용하는 방법은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돼
2001년 폐교된 나성초, 2012년 ‘책마을 해리’로 다시 문을 열어
폐교된 선운초 봉암분교, 서정주문학관인 ‘미당시문학관’을 세워
2018년 폐교 금성초, 유아·초등생을 위한 ‘생태창작놀이터’ 구축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반대로 재학생 정원을 채울 수 없는 학교는 날로 늘어나 전국 곳곳의 학교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폐교하는 학교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에는 폐교가 생겼고, 그 폐교를 활용하는 방법은 늘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을 닫은 폐교를 비롯해 폐산업시설이나 유휴공간 등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방치됐던 공간들이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 옷을 입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예술가들이 힘을 보태 공간을 만든다거나 개인 혹은 향토기업이 뜻을 품고 열기도 하는 등 운영주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공간들은 역사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저마다 독자적인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 지난 30년간 320곳이 넘는 학교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월 기준 폐교 초·중·고 현황’에 따르면 198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국에서 3855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는 국내 전체 학교(1만 1943개)의 32.3%에 해당하는 수치다. 폐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으로 833개(21.6%)이며, 경북 732개(19%). 경남 582개(15.1%), 강원 464개(12%), 전북 326개(8.5%) 등 순이었다. 이들 5개 지역의 폐교 학교는 총 2937개로 전체의 76.2%를 차지했다. 전국에서 지방이나 농산어촌 지역에 폐교가 집중된 이유는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 급격한 도시화, 신도시 건설, 아파트 대단지 개발 등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지방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북지역 326개 폐교 가운데 272곳은 매각됐으며, 나머지 54곳은 시군 교육지원청에서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군 교육지원청은 학생이나 지역주민의 교육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조건으로 폐교를 매각하고 있다. 학교가 농어촌지역의 중심체였던 만큼 ‘학생 교육과정과 연계한 활용’이 폐교 매각의 원칙이라고 한다. 주민들이나 학생들의 교육, 또는 공익목적에 활용될 경우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지역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듯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반대로 재학생 정원을 채울 수 없는 학교는 날로 늘어나 전국 곳곳의 학교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폐교하는 학교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에는 폐교가 생겼고, 그 폐교를 활용하는 방법은 늘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폐교의 재생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주목받는 사안이다. 성공사례는 자연스럽게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창 나성초 폐고에 문을 연 책마을해리.

■ 나성초 폐교에 ‘책마을 해리’ 발길 북적
전북 고창은 ‘복분자’와 ‘장어’ 등 특산품으로 주목을 끄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 시골마을 폐교를 문화의 이름으로 탈바꿈시킨 ‘책마을 해리’가 주목을 끌고 있다. ‘책마을 해리’는 고창군 해리면 이씨 집성촌인 바닷가 월봉마을에 있는데, 2001년 폐교된 나성초등학교를 이대건 촌장이 매입해 2012년 지금의 ‘책마을 해리’로 다시 문을 열었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공간 슬로건에 책마을, 책학교, 박물관, 도서관 등을 일구는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또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종이와 활자, 책의 은하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성초등학교 부지는 원래 지역의 유지였던 이 촌장의 증조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1936) 때 후세교육을 위해 부지를 기부한 곳이라고 한다. 1936년 세웠던 광승간이학교에서 1939년 개교한 나성국민학교, 나성초등학교 나성분교를 거쳐 2001년 폐교되면서 문을 닫았던 곳이다. 하지만 폐교 이후 이곳이 도축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출판계에 종사했던 이 촌장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종이책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위기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책과 함께하며 종이책에 스며든 온기와 감성을 지키고 싶었던 그는 고창으로 내려와 2006년 폐교가 된 증조부의 학교를 사들였고, 도시에서는 전혀 시도할 수 없는 색다른 책 공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대건 촌장이 2006년 이곳을 사들여 2012년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한 나성초등학교 폐교 자리가 바로 오늘의 ‘책마을해리’다. 책마을 해리에는 기본적으로 17만여 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시간의숲, 바람언덕, 종이숲, 버들눈작은도서관, 책감옥, 마을사진관, 한지공간과 활자공간, 마을책방이 있어 출판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들은 방대한 도서 규모보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책 관련 프로그램에 더 놀란다고 한다. 폐교를 고쳐 책 학교를 열고, 고창의 갯벌부터 염전, 고인돌, 판소리, 동학 같은 고창의 생태, 문화, 역사, 예술을 체험한 후 책으로 엮는 출판캠프에 이르기까지 실로 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책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운초 봉암분교에는 서정주문학관 ‘미당시문학관’으로 변신했다.

■ 선운초봉암분교, ‘미당시문학관’ 세워져
또한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질마재로 2-8)마을에는 2001년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에는 서정주문학관인 ‘미당시문학관’이 세워졌다.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의 고향이자 영면지에 세워진 기념관이다. 미당 사후 다음 해인 2001년 가을, 이호종 전 고창군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개관했다. 11월 3일이 개관일인데 이는 미당의 중앙고보 재학시절 광주학생의거 지원 시위 사건(1929년, 1930년 2회)을 기념하기 위해서 정해졌다고 한다. 

이 기념관은 고향의 생가와 묘역 근처에 있어서 더욱 뜻깊은 공간이며, 2001년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새롭게 단장해 ‘친환경’과 ‘배움’의 건축 미학을 지향하고 있다. 1997년 미당시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창립하고 1998년 6월에 설계를 완료, 선운리에 위치한 폐교인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개조해 부지 9461㎡에 4동의 건축물을 만들고, 2001년 10월 생가 복원에 이어 11월 3일 문학관을 개관했다. 

미당이 쓰던 사소한 물품 등을 비롯해 만년에 쓰던 유품과 각종 서적 등 1만 5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미당서정주의 삶과 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인의 고향에 세워진 ‘미당시문학관’은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작품과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문학관이다. 문학관이 세워진 고창 부안의 선운리마을은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으로 이곳 문학관 인근에는 묘역도 있으며, 생가도 복원됐다.
 

고창 삼인분교 폐교는 독도상설전시관, 삼인종합학습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고창에는 폐교된 고창 삼인분교에는 ‘독도상설전시관’과 ‘삼인종합학습관’을 꾸몄고, 운동장 주변에는 ‘삼인조각공원’ 등을 조성했다. 이 체험관은 교육부 특별교부금 15억 원을 들여 804㎡ 규모로 조성했다. VR 체험관과 교통안전·소방방재 체험관, 방사능 교육관 등을 갖춰 재난·안전 분야의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또 전북 진안의 평장초등학교는 1992년 폐교 이후 청소년 야영장과 진안고원자연학습장 등 ‘흙사랑자연체험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진안의 또 다른 폐교인 동향면 능길초등학교는 2002년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 방문자센터로 활용한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에 있는 2000년 폐교된 연평초등학교을 리모델링해 만든 ‘하늘내들꽃마을’은 천천(하늘내)을 따라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여울, 들꽃이 어우러진 산자락에 포근히 자리 잡은 마을이란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전체 3000여 평의 대지에 500평의 건물과 운동장, 밭과 화단, 연못 등 작은 생태공원으로 조성됐다. 자칫 흉물스런 폐교로 남을 수도 있었던 연평초에는 그동안 작은 생태공원 ‘하늘내들꽃마을’로 변신, 운영(본지 2012년 5월 31일 보도)됐다. 

2003년부터 친환경상품 인터넷쇼핑몰 등을 운영, 2005년에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 지정, 2006년 전국 최고 농촌체험마을 대상, 2008년 KBS 1박 2일 방영 등 유명세를 탔으나 20년이 흐른 지난 3~4월경에 폐교 건물 자체를 모두 허물어 버려 지금은 잡초만이 무성한 채 인적이 끊긴 폐허로 변했다.

전북 익산의 금강 인근 성당면의 2018년 폐교된 금성초등학교에는 유아·초등생을 위한 ‘생태창작놀이터’를 구축했으며, 익산시 모현동의 폐교 이리남중학교는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어울누리 청소년자치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영화감상실과 방송편집실, 사진 스튜디오, 북카페, 실내 놀이터, 공연 연습실, 학생 쉼터 등을 갖췄다. 
 

지난 평장초 폐교는 진안고원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진안 능길초 폐교는 체험마을 방문자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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