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폐교, 갤러리·카페 문화예술공간 “명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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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폐교, 갤러리·카페 문화예술공간 “명소됐다”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9.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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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11〉
제주 한림읍 시골 마을 명월리 폐교 명월초등학교가 ‘명월국민학교’간판의 백난아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춘다고 발표해 한때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출산율 저조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전국 초·중·고교 통폐합이 농어촌은 물론 대도시에서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출생아 수가 2010년 대비 절반을 웃도는 25만 명 안팎으로 전망되는 등 감소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앞으로 학교 통폐합 추이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010년 47만 171명, 2015년 43만 8420명, 2020년 27만 2337명, 2021년 26만 5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는 25만 명 안팎이며 앞으로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 추계(시도편) 2020~2050년’을 토대로 출산율, 기대수명 등을 조합해 재분석한 결과 학생 수 감소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기 인구의 중위 추계 분석 결과 전국 초등 학령기(6~11세) 인구는 올해 기준 270만 1000명으로, 2033년에는 145만 8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2033년이면 초등 학령기 인구가 현재 54% 수준으로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제주지역 초등 학령기 인구는 현재 4만 3000명에서 2033년 2만 6000명으로 1만 7000명(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교육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교 학생 수가 30명 이하인 소규모 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603개 학교로,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등으로 이 같은 소규모 학교가 5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 1472곳 역시 10년 이내 폐교 위기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도 전체 초등학교 120개교(분교 포함) 중 전교생 30명 이하 학교는 5곳, 60명 이하 학교는 21곳이다. 이 같은 초등학생 수 감소는 중·고교와 대학까지 폐교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학교 소멸을 넘어 지역 소멸을 부채질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가파른 학령기 인구 감소세에 따라 지역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제주지역의 다양한 폐교 활용이 주목을 끌며 관심이 높다.
 

명월초등학교는 뉴트로’(신복고) 느낌의 이색 카페로 꾸며졌다.

■갤러리·레지던시, 문화예술공간 활용
지난 1995년 폐교한 제주 한경면 고산초등학교 산양분교장은 1958년 개교해 1995년 폐교했다. 제주 폐교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1990년대에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교를 하게 됐다.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폐교된 산양분교장 건물을 지역주민들과 예술가들을 위한 복합창작공간인 ‘예술곶 산양’으로 새롭게 변신시켰다. 폐교 건물을 활용한 커뮤니티동, 창작동, 교육동, 숙소동 등으로 공간 구성을 했다. 물론 운동장에서도 예술가들의 작업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 6명의 예술인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입주해 있다는 설명이다. 잔디로 뒤덮인 운동장 한복판에는 입주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전시실에도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예술곶 산양’ 관계자는 “레지던시 운영을 통해 국내외 예술가 간 네트워크 교류와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창작 작품을 전시한다”며 “예술가와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돼 있어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귀포 성산읍의 신산초등학교 삼달분교는 지난 2002년에 문을 연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985년 제주에 정착해 아름다운 제주 풍광을 사진에 담는 데 열정을 쏟은 김영갑 사진작가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가 2005년 세상을 떠났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는 제주의 풍광을 담은 김영갑 작가의 다양한 사진 작품과 유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김영갑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지만, 제주의 자연에 매혹돼 20여 년간 제주도를 사진에 담아왔다. 김영갑갤러리가 문을 연 지 몇 해 되지 않은 2005년 김영갑은 6년간 투병한 루게릭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사진인생 모든 것이 김영갑갤러리에 고스란히 남았다. 한 예술가의 육신은 짧은 생을 살다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혼은 갤러리에 남아 있는 것이다.

지난 2001년 폐교한 서귀포 표선면의 가시초등학교는 서재철 사진작가가 지난 2004년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으로 단장해 운영 중이다. 이곳은 한라산, 오름, 해녀, 포구 등 제주의 다양한 면모를 담은 사진 작품과 카메라 장비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갤러리다.
 

옛 어도초등학교 어음분교장은 카페와 펜션 ‘어음분교1963’으로 변신했다.

■마을회, 폐교에 카페·펜션·마을기업 운영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의 어도초등학교 어음분교장은 1963년에 세워져 1999년 폐교돼 20년 가까이 방치돼오던 학교를 마을회가 카페와 펜션 ‘어음분교1963’으로 변신시켰다. 어음2리 마을회가 지난 2019년 9월 무상 임대해 돌담을 정비하고 낡은 교실엔 커피기계를 들여 카페 ‘어음분교 1963’과 독채 펜션 등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건물 중심부를 카페로 꾸며 운영 중이다. 카페 내부로 들어서자 커다란 칠판에 분필로 쓴 메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타자기와 옛날 교과서, 주판 등이 전시돼 옛 학교의 느낌을 살렸다. 7080세대가 입었던 교복과 교련복이 기념 촬영용으로 비치돼 있어 학창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게 했다. 

카페 양쪽으로 꾸며져 있는 독채 펜션 2채도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잔디가 깔린 운동장은 추억 쌓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린이용 미끄럼틀과 그네 등 놀이시설은 물론 원형 테이블과 의자, 해먹 등이 놀이와 휴식 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운동장 한편엔 추억의 통시(분뇨 저장공간에 돼지우리를 둔 제주의 재래식 화장실)도 설치했다.

제주 한림읍 시골 마을인 명월리에 위치한 ‘명월국민학교’는 30여년 전 학생 수가 줄어 폐교됐다. ‘명월국민학교’는 명월리 마을회가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폐교 재산을 임대해 지난 2018년 9월 카페로 새롭게 문을 연 곳이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살려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뉴트로’(신복고) 느낌의 이색 카페로 꾸몄으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반’, 명월국민학교 이미지와 제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종류의 아기자기한 소품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소품반’, 전시품을 관람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갤러리반’ 등으로 공간을 구분했다. 카페 운영은 마을회가 맡고 있는데, 수익은 마을로 환원돼 마을 발전에 쓰인다. 
 

옛 무릉동국민학교는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으로 변신했다.

서귀포 대정읍 무릉2리에는 ‘무릉동국민학교’란 옛 명패가 아직도 그대로 있는 폐교에는 ‘무릉외갓집’이란 친근한 이름의 마을기업으로 변신했다. 무릉초등학교 무릉동분교는 1994년에 폐교돼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장으로 운영되다, 2020년 11월부터 무릉2리 마을회에서 교육청으로부터 임대 받아 무릉외갓집 영농조합법인과 마을 주민들이 2년간 함께 준비해 복합문화농장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무릉2리 농부들이 직접 출자해 소비자와 농가를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 구조의 마을기업 운영에 관심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의 도움이 이어지면서 13년째 성장이며, 올해 7월 폐교된 무릉초등학교 무릉동분교장으로 자리를 옮겨 단장하고 새롭게 변신을 시작했다. 

새롭게 단장한 복합문화농장에서는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음료 서비스와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로컬푸드 판매, 체험 프로그램, 지역 주민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을 운영한다. 
제주교육청에 따르면 ‘폐교 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육용 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 체육시설, 소득 증대 시설, 귀농어촌 지원 시설 등 건전한 용도로 활용할 때 임대를 허용한다. 이에 따라 현재 폐교 재산 27곳 중 24곳(유상 7, 무상 17)을 임대 중이다. 

현재 제주의 폐교 재산 중에는 학교가 있는 마을회가 중심이 돼 마을 이장을 대표자로 임대한 곳이 많다. 마을에서 폐교 재산을 활용해 수익이 나는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그 수익을 마을 소득으로 활용한다면 무상 대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지역 폐교 건물이 카페나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제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옛 서귀포 가시초등학교는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으로 운영 중이다.
옛 고산초등학교 산양분교는 ‘예술곶 산양’로 재탄생했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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