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폐교, 추억의 박물관·예술촌·교육공간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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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 폐교, 추억의 박물관·예술촌·교육공간 탈바꿈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9.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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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12〉
추억의 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옛 산성중학교.

경북도교육청, 경북도내의 초·중·고 절반가량이 통폐합 위기에 놓였다
군위 옛 산성중, ‘추억의 박물관-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대표 관광지
영주 옛 부석북부초, 문화학교로 조성 후 소백산예술촌으로 승화 주목
경북교육청 폐교 242교, 교육적 가치를 살린 교육체험관 등 공간 활용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경북도 내의 초·중·고 절반가량이 통폐합 위기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농어촌이나 산골지역의 소규모 학교로 인구감소와 취학아동 감소, 도시지역 인구이동 비율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육성 권고기준은 초등학교는 면·벽지 60명 이하, 읍 120명 이하, 도시 240명 이하, 중학교는 면·벽지 60명 이하, 읍 180명 이하, 도시 300명 이하다. 경북도 내 전체 956곳 중 475곳(49.7%)이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경북교육청은 교육부 권고기준을 바탕으로 학생 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위기 학교로 지정하고 중점 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초등학교 292곳, 중학교 116곳, 고등학교 24곳 등 총 432개교(45.0%)가 대상이다. 이들 학교에 대해 경북교육청은 소규모학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경북형 혁신학교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학생 수 급감 속도가 빨라 통폐합 위기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지역별 현황을 보면 군 단위 지역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청송군 22개 학교 중 20곳(90.9%)이 가장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군위 15개교 중 12곳(80%), 의성 33개교 중 25곳(75.8%), 봉화 26개교 중 19곳(73.1%), 성주 25개교 중 18곳(72%), 울릉 7개교 중 5곳(71.4%), 상주 58개교 중 39곳(67.2%) 순이다. 이어 문경 35개교 중 23곳(65.7%), 고령 17개교 중 11곳(64.7%), 청도 22개교 중 14곳(63.6%) 등 인구 절감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 수 급감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 수 10명 이하 학교 41곳은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경북교육청은 이들 학교를 통폐합 중점 소규모 학교로 분류하고 대책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대상은 초등학교 31곳(본교 8, 분교 23), 중학교 10곳(본교 4, 분교 6)이다. 2년 연속 유입 학생이 없는 학교도 3곳이다. 학생 수 10명 이하 학교는 포항 죽장초 상옥분교 4명, 장기초 모포분교 4명, 경주 의곡초 일부분교 5명, 김천 중산초 7명, 안동 은혜초 10명, 길안초 길송분교 6명, 월곡초 삼계분교 4명, 녹전초 원천분교 7명, 영천 중앙초 화남분교 2명, 상주 화북초 입석분교 9명, 화북초 용화분교 3명, 문경 산북초 창구분교 5명, 가은초 희양분교 9명, 군위 우보초 7명, 의성 비안초 7명. 영양 일월초 청기분교 7명, 영덕 축산항초 경정분교 4명, 봉화 소천초 9명 등이다.

중학교는 포항 기계중 기북분교 6명, 경주 산내중 6명, 상주 낙동중 5명, 군위 군위중 우보분교 5명, 의성 옥산중 3명, 청송 청송중 부동분교 6명, 고령 우곡중 4명, 성주 성주중 가천분교 7명, 봉화 춘양중 서벽분교 9명 등으로 분석됐다. 경주 의곡초 일부분교, 안동 월곡초 삼계분교, 영천 자천초 보현분교는 2년 연속 유입 학생이 없었다고 전한다. 학생 수 급감으로 최근 5년간 초등학교 22곳이 폐교됐다. 추가 폐교 등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학부모와 지역사회 반발로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의 교육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 돼 통폐합 추진은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영주소백산예술촌’, 옛 부석북부초등학교.

■추억의 박물관, 소백산예술촌 등으로 탈바꿈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산성가음로)에 위치한 ‘추억의 박물관’인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는 화본마을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히는 중앙선 ‘화본역’과 함께 이 마을의 대표 관광지다. 화본역은 1938년 2월 1일부터 영업을 개시했으며 한동안 호황을 누렸다.

새마을호 객차를 활용한 레일카페와 담쟁이덩굴이 감싸 안고 있는 1930년대에 세워진 급수탑이 눈에 들어오고 남쪽 저 멀리로는 팔공산 능선이 힘차게 뻗어 내린다. 옛 산성중학교는 1954년 4월 20일 개교해 2009년 3월 1일 폐교했는데, 졸업생 3094명을 배출했다. 지난 2009년 폐교된 산성중학교의 부지와 건물을 활용해 ‘추억의 박물관’이 2011년 문을 열었다. 이곳은 어른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자녀들은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체험해볼 수 있는 1960년에서 1970년대의 모습을 추억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낡은 책상과 의자, 난로 위의 양은 도시락, 추억의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왕자표 크레파스, 재래식 변소 등이 옛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칠판 옆에 ‘옆반 정복’이라고 쓰인 급훈을 보노라면 절로 웃음보가 터진다. 장구, 피리, 멜로디언 등 손때 가득 묻은 악기들도 정겹다. 학교와 관련된 소품들만 전시된 곳이 아니다. 연탄 가게, 구멍가게, 문구점, 극장, 전파상, 이발소, 만화방, 뮤직박스와 디스크자키가 있던 옛날 다방, 못난이 인형, 말 타는 놀이기구, 포니2 픽업 자동차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풍성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1960~70년대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추억의 박물관’이다. 이곳의 관람료는 중학생부터 1인당 2000원, 단체(20인 이상) 1000원, 만 3세에서 초등학생까지 1500원이다. 관람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 5시)까지다. 특히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은 옛날 교실체험, 화본사진관 교복체험, 야생화 체험장과 원예치유체험장, 도자기체험, 석고공예체험 등 10여 가지이며, 운동장에는 놀이시설 등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박물관의 연간 방문객은 2018년 9만 2037명에서 2019년 9만 2468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 19시대인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북 영주시의 경우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해 문화학교로 조성한 후 예술촌으로 승화시킨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한 ‘영주소백산예술촌’이 그곳인데, 2001년 폐교된 옛 부석북부초등학교를 고(故) 조재현씨가 2002년부터 문화학교로 운영하며 이곳을 영주소백산예술촌으로 만들었다. 9개의 세부시설로 구성된 소백예술촌은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자료의 보관 장소를 비롯해 비품실과 연습실, 의상실, 음악실 등을 갖춘 창작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을 연 이후 다양한 지원사업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소백산예술촌은 지역 주민들과 청년예술가 등 전국의 예술 활동가들에게 맞춤형 공간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일본, 대만, 중국 등과의 국제교류를 통해 자매교류 도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모듬북 타악팀 ‘락&무’의 활동 공간을 마련해 지역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영주시는 영주소백산예술촌이 ‘2021년도 경북도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유휴시설 우수사례 분야에서 도지사상을 받으면서 ‘경북도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3년 연속(2019~2021년) 수상으로 수준 높은 농촌의 도시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카페 ‘구구리책다방’, 옛 구구초등학교.

■경북도 폐교, 교육적 가치 살린 공간 거듭나
경북도교육청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수준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폐교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 공간 조성을 밝혔다. 2021년 말 기준 경북교육청의 보유 폐교 수는 242교로, 자체활용 중인 폐교는 64교이다. 미활용 폐교 56교도 교육적 가치를 살려 교육체험관 등 다양한 교육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 폐교를 활용한 대표적인 교육 시설은 옛 황남초등학교에 건립 중인 ‘경상북도교육청 발명체험교육관’이다. 발명체험교육관은 창의·융합형 발명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특허청 공모사업으로 전국 최초로 건립돼, 명실공히 최고의 발명전문교육기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옛 울릉초등학교 장흥분교장을 활용한 ‘독도교육원’은 경북 학생은 물론 전국 학생들이 독도를 바로 알고,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진실을 바르게 알리는 체험교육 공간으로 탄생한다. 이밖에도 옛 노월초등학교 부지에 다문화 학생 통합지원을 위한 ‘경주한국어교육센터’의 건립을 추진, 경북교육청의 첫 공립형 대안학교의 설립도 폐교를 활용, 추진한다.  

경북교육청은 이미 폐교를 다양한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왔다. 대표적 사례로 옛 다인초등학교 달제분교장을 활용한 ‘의성안전체험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대처능력 강화를 위해 체험중심의 교육을 실시한다. 이에 대한 높은 호응으로 옛 안강북부초등학교에 ‘제2종합안전체험관’의 건립도 추진한다. 또 옛 풍천중학교는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체험을 통해 수학적 원리를 즐겁게 탐구할 수 있는 ‘안동수학체험센터’도 재탄생했으며, ‘상주수학체험센터’와 ‘칠곡수학체험센터’, 경산에 ‘남부창의인재교육지원센터’도 개관한다. 2024년에는 포항에 ‘경상북도교육청 수학문화관’이 개관해 즐기는 수학문화 확산을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옛 상옥초등학교 하옥분교장, 옛 대덕중학교 증산분교장, 옛 영덕야성초등학교 창포분교장은 학생과 교육 가족을 위한 수련 시설인 ‘오토캠핑장’으로 탈바꿈해 자연과 함께 힐링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거나 현재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추억의 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안내판.
추억의 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내부 모습.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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