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기회가?… 청년창업가가 들려주는 농촌 희망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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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기회가?… 청년창업가가 들려주는 농촌 희망 스토리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10.0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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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작은 부가가치
창업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
도시 발전할수록 오히려 농촌 수요 늘어날 것

 

서울에서 태어나 한 번도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던 청년. 그러나 이제는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골에서 노력하고 있는 청년.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며 인파로 북적이는 도시가 아닌 한적한 농촌에서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은 최근 농촌진흥청이 개최한 ‘청년 농업인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23일 광천읍 소재 홍성복합문화창업공간 잇슈창고에서 만난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는 “농촌은 사람과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지만, ‘망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존재할 만큼 가치가 너무 평가절하 돼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 도시청년이 시골청년이 되기까지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김만이 대표는 졸업 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했다. 김 대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재직하며 ‘농촌 경험이 없는 내가 농촌에 관한 일을 하고 농업 정책을 연구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늘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농업·농촌 컨설팅 업체인 지역아카데미에 입사했다. 김 대표는 주 2~3회 가량 농촌을 직접 방문해 농촌 활성화, 도농교류, 귀농귀촌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실제 농촌은 ‘사람이 있고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시골’하면 마치 망하거나 실패한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저는 농촌과 농업의 가치가 너무 평가절하 돼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경험한 농촌은 사람과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었어요.”

김 대표는 명문대 출신의 여느 청년들처럼 행정고시와 공인회계사 시험을 두고 고민하던 시절이 있다고 말했다. “저는 평생 오래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행시와 CPA를 준비하려다가 농업 분야 전문가인 외삼촌의 권유로 농업과 농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제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와 맞닿은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한 번 해보기로 결심했죠.” 

서울에서 온 청년 김만이는 이제 시골청년이라는 새 옷을 입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청년 하나가 농촌에서 사업이든, 어떤 형태로든 뭔가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내면 많은 청년들이 시골과 농촌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선례를 만들어 농촌을 청년들이 찾아오고, 기회와 가능성이 가득한 공간으로 알리는 일에 기여하고 싶어요. 나중엔 농업·농촌 분야 전문가로서 인재를 양성하고, 농촌의 미래를 밝히는데 기여하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 청년창업과 초록코끼리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 제일 놀랐던 건 농업의 부가가치가 너무 낮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농산물도 조금 더 트렌디(경향적인, 유행적인, 앞서가는 등의 의미를 가진 신조어)한 상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시작했고 로컬푸드 새벽배송 서비스를 개시했어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제공하는 거죠.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이미 거의 모든 상품 분야에서 당일배송, 새벽배송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정작 원재료를 제공하는 농촌지역은 그런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사실을 문제로 인식했고 창업의 출발점이 됐어요.”

로컬푸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록코끼리는 김만이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홍성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밀키트(meal kit, 손질된 식재료가 담겨져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식사키트)로 가공돼 소비자들을 찾아간다. 지금은 홍성지역에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천안과 아산, 공주와 세종 등 사업 범위를 점차 넓힐 계획이다. 

김 대표는 창업과 사업운영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초록코끼리를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정말 다양한 일들을 겪었어요. 그래서 창업은 매일 매일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업체의 대표인만큼 발생한 모든 문제에 책임도 져야하죠. 사실 창업이라는 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기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 가치를 제공하면 소비자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처럼요. 처음엔 어렵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재미도 느끼고 있어요.”

동물 다큐멘터리 애청자였던 김 대표는 “코끼리야말로 밀림에서 가장 힘 있는 동물”이라며 초록코끼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제가 동물 다큐멘터리 열혈 시청자였는데, 거기에서는 코끼리가 가장 크고 쎈 동물로 나와요. 다른 동물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 초식동물이지만 밀림의 균형을 잡아주는 힘 있고 강한 존재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코끼리는 온순한 초식동물의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농촌과 코끼리는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농업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필수품을 제공하는 기반이고, 때문에 농업이 이뤄지는 공간인 농촌은 가치 있고 힘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초록코끼리라는 이름은 우리 농촌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 그가 말하는 농촌의 미래
“농촌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되죠. 제가 생각하는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작은 부가가치예요.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농업을 이어오신 분들과 농촌에서 활약한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에 농촌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앞으로 농촌의 인재상은 농촌 생산물의 부가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농촌에 힘을 보태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도시의 빠른 발전이 오히려 농촌 수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제가 농촌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할 일은 많은데, 사람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도시는 그 반대죠.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돼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요. 또, 전에는 2년 주기로 새롭게 출시되던 서비스나 상품이 이제는 3개월이면 새로 출시되고 있어요. 사람의 몸과 마음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가요. 그래서 도시가 발전할수록 쉼이 있는 농촌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하는 거죠. 농촌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이 그 점을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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