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역 폐교, 주민들과 만드는 ‘자계예술촌’ 산골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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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지역 폐교, 주민들과 만드는 ‘자계예술촌’ 산골축제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10.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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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14〉
옛 용화초등학교 자계분교장은 자계에술촌으로 변신했다.

충북지역 초·중·고 폐교 254개교, 40년간 영동지역 35개교 문 닫아
자계예술촌, 자계마을 옛 자계초 폐교에 새롭게 만든 문화예술공간
‘다시 촌스러움으로, 다시’ 주제로 올해로 19회째 산골공연예술잔치 
영동지역 폐교, 와인코리아·도자기체험교육장·미술관 등으로 탈바꿈

 

전국의 농산어촌에 늘어나고 있는 폐교(廢校) 시설을 지역의 문화시설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교육지원청과 지역·마을 관계자들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 생산성의 저하’라는 명목 아래 버려졌던 폐교는 이제 더 이상 ‘닫힌 학교’가 아니다. 학생들이 사라진 공간은 예술과 문화, 전통과 첨단기술이 숨 쉬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82년 이후 현재까지 충북지역에서 폐교된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254개교, 새로 문을 연 학교는 156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지난 40여 년 사이 모두 98곳의 학교가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가장 많은 폐교가 있었던 지역은 제천으로 총 39개교가, 다음은 영동지역으로 35개교가 문을 닫았다. 이어 괴산·증평지역과 충주는 각각 32개교가 문을 닫았다. 반면 지난 1980년 이후 새로 문을 연 학교는 156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가 102개교(65%)로 가장 많았고, 충주 25개교, 제천 12개교, 진천과 음성이 각각 6개교, 단양은 2개교, 영동과 옥천, 괴산·증평은 각각 1개교씩이다.

이처럼 충북지역에도 폐교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황량했던 폐교가 창작예술촌으로, 박물관으로, 연구소로 변모하고 있는 현실은 오히려 희망적이라는 반응이다. 한때는 청소년 탈선공간의 최적합지였지만 이제는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장(수련원)’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폐교는 대부분이 매각이나 임대를 통해 재활용되거나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용이나 청소년 수련 시설로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모가 바로 폐교에 예술촌이나 창작촌 등의 옷을 입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환경과 전원적 분위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작업실 등이 폐교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사회 마을공동체와 주민들이 함께 공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영동 자계마을.

■ 자계마을 자계예술촌 지역경제발전 한 몫
충북 영동의 최남단 용화면에는 작은 산골마을인 자계마을이 있다. 소백산맥이 덕유산까지 이어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크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계마을의 의미도 보랏빛 골짜기라는 뜻이니 얼마나 깊은 산중에 마을이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소백산맥 줄기의 각호산(1176m)과 민주지산(1242m) 등 명산에 둘러싸여 사계절 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영동 용화면은 인구수가 1000여 명 정도다. 자계마을의 100여 명 남짓한 주민들 대부분은 곶감, 호두, 블루베리, 표고 등을 재배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마을은 행정구역은 포도로 유명한 충북 영동군이지만 생활 구역은 전북 무주군과 더 가깝다. 영동시내까지는 차로 40분 걸리지만 무주시내까지는 10여 분이면 갈 수 있어 장을 보거나 문화생활 등을 대부분 무주에서 해결하는 곳이다. 무주의 지역적 특징이 북으로는 충북, 서쪽으로는 충남, 동쪽으로는 경북과 맞닿아 있는 문화권에 속하다 보니 자계마을 또한 산속에 있어도 외지 문화와 사람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 

이 마을에 있는 용화초등학교 자계분교는 지난 1949년 용화초등학교 자계분교장으로 설립인가를 받아 1957년에 자계초등학교로 승격됐으나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1988년 3월 1일에 용화초등학교 자계분교장으로 격하됐다가 1991년 폐교됐다. 1991년 폐교 이후, 자계예술촌은 자계분교를 임대해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장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청소년, 노인 등 전 가족이 함께하는 공연문화예술공간인 ‘자계예술촌’을 만들었다. 
 

자계예술촌.

자계예술촌은 자계마을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새롭게 만든 문화예술공간이다. 초창기 예술촌을 개척한 사람은 연극연출가 박창호 감독과 극단 터이다. 대전에서 활동해 오던 극단 터가 좁은 지하연습실을 벗어나 새로운 연습실을 찾으면서 이곳에 자리하게 됐다. 폐교된 산골의 작은 분교를 임대해 소극장과 분장실, 소품실, 야외무대, 연습실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처음에는 극단의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활용됐지만 이후 다양한 단체의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지역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립예술단체가 됐다. 

지금은 2005년부터 합류해 박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배우이자 공연기획자인 박연숙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전혀 연고도 없는 외지인들이 만든 자계예술촌은 다른 예술마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초창기보다도 이른 2001년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자계예술촌은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 전반에 걸쳐 하나의 실험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전통연희인 탈춤과 풍물놀이의 종합적 교육 체험의 장소, 현대 연극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작품의 연습공간을 형성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지역적 특색이 듬뿍 담긴 산골무대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로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전국에서 관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산골 오지마을에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개관 이래 전국 200여 공연예술단체, 개인 예술인들이 자계예술촌의 야외무대, 소극장 등에서 공연을 한다. 해마다 ‘다시 촌스러움으로, 다시’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산골공연예술잔치는 올해로 19회째를 맞았는데, 공연예술장르 외에도 다양한 전시·체험 프로그램들이 구성돼 있다. 또한 자계리마을부녀회에서 준비하는 먹을거리 장터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산골축제로, 마을공동체적 예술잔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영동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자계예술촌은 자계리 지역특산물이 해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돼 지역경제발전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영동 와인코리아는 화북초등학교 폐교를 개조 운영한다.

■ 와인생산·체험장·미술관 탈바꿈
충북 영동의 대표적인 폐교 활용 사례로는 1996년 폐교한 영동읍 주곡리 화북초등학교 자리에 자리 잡은 ‘와인코리아’다. 

백두대간 소백산준령의 끝자락인 충북 영동군은 천혜의 입지조건으로 우리나라 최대, 최고의 고당도 포도가 생산되는 주산지다. 이곳에 1996년 ‘영동포도가공’이란 이름으로 설립돼 와인코리아로 명칭이 바뀐 이곳은 포도 재배에서 와인 양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 정통 고급 와인 ‘Chateau Mani 샤토마니’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국내 최대의 와이너리다. 어릴 적 초등학교 추억이 떠오르는 영동 ‘샤토마니’ 와인코리아는 1996년 폐교된 화북초등학교를 개조해 설립했다. 부지면적 1만 7500㎡, 공장면적 3466㎡로, 작업실, 와인바, 와인시음실, 지하토굴저장고, 와인셀러 등이 있다. 영동의 150만m² 포도밭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드는 와인코리아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은 ‘샤토마니’브랜드를 달고 전통의 자연발효 공법으로 100% 원액인 명품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또 영동 용산면 부상리의 부상초등학교 폐교에 1999년 둥지를 튼 도예공방 ‘토사랑’은 도자기라는 정감 넘치는 소재를 이용해 누구나 편하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자기와 미술 관련 예술체험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기르고 꿈과 끼를 살리는 계기를 마련하며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용산면 옛 부상초등학교는 1995년 3월 문을 닫은 폐교다. 이곳의 4902㎡ 부지에, 건물 연면적 1244㎡인 공간에 문화예술 창작공간인 ‘도자기체험교육장과 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한편 학생 수 감소로 학교가 인근 학교로 통폐합돼 폐교된 영동 상촌면 물한리 상촌초등학교 물한분교는 지난 1941년 개교해 1991년 상촌초등학교로 통폐합되기까지 삼도봉과 물한계곡 사이의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 위치, 동문과 마을 주민들로부터 폐교의 아쉬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폐교의 아픔을 딛고 지리적인 조건을 잘 활용해 폐교와 동시에 학생야영장으로 인가를 받아 영동군을 비롯한 충북도 내 학생들의 야영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야영장으로 사용했으나 시설이 낡고 노후화돼 지난 2011년 8월 ‘물한 웅비관’과 잔디운동장을 완공했다. 이곳에는 생활실 4실과 교사실 2실을 갖추고 1회에 학생 40명이 입소해 다목적실과 야외 물놀이장, 잔디운동장을 이용한 야영과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북도 내 학생들의 야영장으로 활용되는 옛 상촌초등학교.
옛 부상초등학교는 도예체험장괘미술관으로 탈바꿈 한다.
옛 부상초등학교는 도예체험장괘미술관.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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