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품은 평창, 월정사·대관령 명품 국가소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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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품은 평창, 월정사·대관령 명품 국가소나무숲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10.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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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15〉
대관령 국가소나무숲길 국민의숲 트레킹길.

월정사 전나무, 고려 말 처음 심었던 나무가 번식해 숲을 이룬 것
월정사,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절
대관령길 ‘아흔아홉굽이’ 율곡 이이의 과거 보러가는 일화서 유래
대관령 옛길을 포함한 숲길·금강소나무 둘레길 등 7개 노선 숲길

 

대관령을 품은 강원도 평창, 차령산맥이 백두대간에서 곁가지를 뻗은 오대산(해발 1563m)은 ‘천년 사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함께 품고 있다. 넉넉한 산자락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월정사 지역과 소금강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월정사 지역 산세는 부드럽고 소금강 지역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걷기 좋은 길은 아무래도 완만한 산세를 지닌 월정사 지역이다. 월정사 전나무 숲을 지나 오대산장까지 이르는 10여 ㎞의 길은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로 유명하다. 월정사 전나무 숲 걷기는 일주문에서 시작하며 1㎞ 남짓한 길인 금강교에 이르기까지 양쪽의 ‘천년의 숲길’에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산문(山門)처럼 서 있다. 전나무 숲길에 부는 바람은 이곳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서 바지런히 속세의 때를 벗겨내고 있는 걸까. 이 전나무는 고려 말 처음 심었던 나무가 번식해 숲을 이룬 것이라고 하니, 1000년의 세월이 넘은 셈이다.
 

대관령숲길 목장코스.

하늘 위로 곧게 뻗은 전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덕에 공기가 청량하다. 땅은 부드러운 흙길로 이루어져 있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걷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스팔트길 감촉과는 사뭇 다른 흙길의 부드러움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다. 숲길 끝에는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절이다. 전나무 숲길과 함께 월정사 경내에 자리 잡은 국보 제48호인 팔각 9층 석탑과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 높이 1.8m)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탑은 고려시대 최고의 석탑으로 손꼽히며, 국내 팔각석탑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날씬하게 위로 솟은 모양에, 윗부분 금동 장식이 기품을 더한다. 갑석(층탑 아랫돌 위에 포개 얹는 납작한 돌)은 복련(누운 연꽃 모양)이다. 석탑 앞 석조보살좌상은 모조품으로, 진품은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월정사 사천왕문을 정면으로 두고, 왼쪽으로는 오대천이 흐른다. 해발 1500m가 넘는 오대산 자락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속에는 전나무숲에 나의 모습을 감췄다. 걷는 길에 금강교를 건너는데, 아름드리 전나무가 다리 주변에도 병풍을 쳤다. 그래서일까. 해발 600m가 넘는다는데 이 지점만큼은 바람 없이 아늑한 것이 온전히 다른 세상이다. 천년을 홀로 지켜온 산사로는 부족했을까. 이웃 상원사(1200m)에 이르는 ‘오대산 옛길’까지 걷고 나면 좀 더 고운 연꽃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계곡을 따라 오대산 선재길(10.7㎞구간 4시간 정도 소요)이 이어지는데, 이 길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숲길이다. 1400여 년 전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신라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적멸보궁에 모시기 위해 지나간 유서 깊은 길이다.
 

대관령숲길 목장코스.

■ 월정사 전나무숲, 한국의 3대 전나무 숲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전북 부안 내소사,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과 함께 한국의 3대 전나무 숲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평화로움이 스며드는 오대산의 전나무 숲길은 사실 남모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전나무만큼이나 소나무가 우거져있던 이곳은 일제강점기 목재 수탈이 이뤄졌던 곳이다. 조선총독부 산하 목재회사가 존재했으며, 오대산 선재길 일대에는 목재 반출용 수레를 위해 설치한 목차(나무 짐칸) 레일도 10m가량이 남아 있다. 목재를 운반할 때 동원됐던 화전민들이 부른 노동요인 ‘목도 소리’ 또한 오대산 일대에서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평창강을 따라 숲을 거닐 수 있도록 조성된 평창남산산림욕장에는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숫자가 적힌 명찰을 달고 있는 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두가 일제강점기 당시, 송진 채취의 피해를 겪은 소나무들이다. 1m가 넘는 깊은 상처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송진 채취 소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진 숲은 1976년부터 당시 평창군에서 대관령 특수조림을 조성, 300ha가 넘는 울창한 숲을 조림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사람들이 지켜낸 나무들은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울창한 숲을 이뤄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되고 있다. 전나무는 나무에서 젖이 나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쭉쭉 뻗은 전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상쾌함을 전한다. 예전에는 소나무들도 이 자리에 함께 있었지만 월정사 전나무들의 위세에 눌려 다른 장소로 도망을 갔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이렇듯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함께 대관령 소나무 숲길도 빼놓을 수 없는 숲길이다. 

대관령 소나무 숲길은 1922~1928년 씨앗을 직접 뿌리는 ‘직파조림’ 방식으로 조성된 이래 100여 년만인 지난 2018년 일반에 처음 개방됐다. 총면적 4㎢, 축구장 571개 규모인 대관령 소나무 숲길은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존할 아름다운 숲’으로, 2017년에는 산림청 ‘경영·경관형 10대 명품 숲’에 선정된 바 있다. 금강송(황장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대관령 소나무 숲길(6.3㎞, 전구간102.96㎞)은 지난해 5월 산림청의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2019년부터 숲길안내센터에서 운영·관리를 시작, 친환경 여행 정보 제공을 통한 맞춤형 숲길 안내와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4개(목장;17.15㎞·소나무;18.23㎞·옛길;15.40㎞·구름;18.02㎞) 순환코스(각 6~8시간 소요)와 12개 숲길이 조성돼 있지만 구별이 무의미하다. ‘100년 소나무의 숨(息)과 걸으며 쉼(休) 있는 평화의 길’이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공간으로 다가서고 있다.
 

대관령숲길 목장코스 국민의숲 트레킹길 입구를 걷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

■ 대관령 소나무숲, 100년만에 개방된 숲길
대관령은 고개가 험해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에서 따왔다는 설과 영동 지방으로 오는 ‘큰 관문에 있는 고개’라는 의미가 혼재하고 있다. 

대관령길 ‘아흔아홉 굽이’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옛말이 됐지만 대관령 옛길이 얼마나 ‘험로(險路)’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흔아홉 굽이는 율곡 이이의 일화에서 유래됐다. 율곡이 강릉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곶감 100개를 챙겼는데 굽이를 넘을 때마다 하나씩 먹으며 대관령을 넘었더니 1개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굽이가 없었다면 대관령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관령 정상에 오르기 전 고개 이름은 ‘원울이재’다. 강릉으로 부임하던 관리가 대관령이 너무 험해 한 번 울고, 강릉을 떠날 때는 정이 들어 떠나기 싫어 울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대관령 소나무숲은 지난 1922~1928년 솔방울에서 채취한 종자 1452㎏을 직접 525㏊의 땅에 심어 직파조림한 수령이 100년에 달하는 소나무들이 400㏊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에서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 대관령 숲길 곳곳에서 아름드리 금강송을 만날 수 있지만 소나무 숲은 의미가 남다르다. 국제 규격 축구장 571개 규모인 400㏊에 달하는 소나무 숲은 100여 년의 시간을 보낸 소나무의 장대한 기상과 함께 끝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은 일제가 목재 수탈을 위해 소나무를 벌채하고 연료 등으로 이용하면서 변한 민둥산에 조성한 인공조림지라는 아픈 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묘목이 아닌 씨앗을 뿌려 키워 낸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대관령 소나무 숲길은 대관령 옛길, 선자령 순환등산로, 백두대간 마루금, 국민의숲 트레킹코스 등 길이와 소요 시간, 난이도가 다양한 대관령 일대 12개 숲길 가운데 하나다. 2021년 5월 1일 12개 노선의 ‘대관령 숲길’ 102.96㎞ 전 구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소나무 숲길의 전체 거리는 6.3㎞이며, 걷는 데 5~6시간 정도 걸린다.
 

대관령숲길 4개 코스(목장·소나무·옛길·구름)는 안내센터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순환형 구조다. 그중 목장·구름 코스는 평창군, 소나무·옛길 코스는 강릉시에 걸쳐있다.

이곳의 소나무들은 한국 고유의 소나무인 황장목인데, 황장목(금강송)은 단단하고 우수한 재질을 인정받아 조선 시대에 궁궐과 사찰의 건축자재로 쓰였고, 왕의 관(棺)을 만들 때도 사용됐다. 100년의 세월을 견딘 커다란 소나무들은 위풍당당하다. 소나무들은 갑주(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듯, 검푸른 색의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

대관령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숲으로 현존하는 직파조림지 중 최대 규모이자 조림  성공지로 역사적·경관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산림이다. 대관령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지역과 더불어 숲을 보면 그 세월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대관령 숲 곳곳에 아름드리 금강송 숲길을 만날 수 있다. 대관령 옛길을 포함한 숲길과 금강소나무 둘레길 등 7개 노선 총 47km에 달하는 숲길을 제공하고 있다. 100년의 세월을 겹겹이 두른 ‘대관령 소나무 명품 숲’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함께하며 지금의 웅장한 모습이 된 것처럼 대관령 자생 금강송 소나무 숲의 다양한 가치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대관령숲길 안내센터 전경.
대관령숲길 안내센터 전경.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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