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의 효성이 땅도 감동시킨 자경동마을 ‘팥죽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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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의 효성이 땅도 감동시킨 자경동마을 ‘팥죽고개’
  • 취재|글·사진=한관우·한기원 기자
  • 승인 2022.1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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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마을공동체 스토리 〈9〉 - 홍북 신경리 자경동마을
도청신도시 아파트 숲으로 변한 자경굴(자경동)마을 전경.

홍북 신경리 신경2리마을인 자경굴(자경동)마을은 홍북읍행정복지센터에서 서쪽에 위치한 마을로 북동쪽으로는 신경리 주촌마을, 북서쪽으로는 용봉산과 신리마을이 있었다. 

신경리는 구전에 따르면 백제 때는 마시산군에 속했으며, 신라 때는 이산군에 속했다. 고려 때는 홍주고을에 속했다가 조선 초 홍주군에 속했다. 조선말 홍주군 치사면 지역으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신리와 자경리, 택리와 대지리의 각 일부를 병합해 신리와 자경리의 이름을 따서 ‘신경리(新耕里)’라 했다. 신경리는 크게 신리(개천말)·자경동(큰말)·주촌(수랑뜰)마을로 나뉘었다. 큰말이라고 불린 자경동마을은 신경리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으며, 황소가 밭을 가는 형국의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경동마을은 신리·주촌마을과 함께 충남도청 신도시에 마을 전체가 편입되면서 38세대 102명의 원주민이 고향을 떠났다. 지금은 충남도청 내포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신경리의 자경동·신리·주촌마을의 원형 등 마을 전체가 사라졌으며, 하늘 높이 아파트 숲으로 빼곡한 충남도청 신도시라는 새로운 모습의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신도시 편입 이전 자경동마을.

■ 아파트 숲 신도시로 변한 ‘자경동마을’
충남도청 신도시가 조성되기 이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마을의 원형이 그대로였을 당시, 자경동마을 안에는 큰말, 작은말, 후동, 장재나무골, 장고개, 강변(갱변) 등의 이름이 존재했다. 큰말은 자경동마을을 대표하는 가장 큰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붙여진 명칭이다. 옛날 인조반정에 실패한 김문기 후손이 스님으로 숨어들어와 살면서 정착한 마을이다. 큰말 안에는 ‘향나백’이라는 지명도 있었다. 오래된 향나무가 있는 언덕배기라는 뜻인데, 자경동마을 입구에는 600여 년이 넘은 팽나무가 있었다. 이곳에서 서북쪽으로 100m 지점에 있었는데 향나무가 오래되고 모양이 좋아서 비싼 값에 팔려나갔고 지명만 남아 있었다.

작은말은 신도시편입 이전 자경동마을회관이 있던 동북쪽으로 주촌마을로 넘어가는 작은 마을이란 뜻으로 불렸다. 옛날에는 거주하는 가구가 얼마 되지 않아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후동은 자경동마을 뒤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옛날에 솔밭이 무성했고 솔밭에는 백로 떼가 하얗게 날아들었다. 해방 이후까지 백로가 많이 살았고, 벼슬을 하던 사람들도 많이 살았던 마을이다. 이후 백로 떼는 수랑뜰마을의 솔밭으로 이동해 충남도청 신도시가 조성될 때까지도 살았다. 자경동 후동마을 동쪽들 건너편에는 ‘대지동마을’이 위치해 있다.

장재나무골은 일명 ‘장자난골’이라고도 하며 옛날에 부자가 살아서 세도를 부렸던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충남도청 신도시가 조성되기 이전까지도 주변 땅속을 파다보면 기왓장 등이 많이 나왔는데 마을 사람들은 아마도 부잣집들이 살았던 흔적으로 추측했다고 전해진다. 6·25한국전쟁 이후에는 피난민이 정착했던 마을이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안식교회 신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전한다. 

누워 있는 소의 배부분에 해당하는 마을로 포도농사와 양계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았고, 신도시로 편입되기 전까지도 양돈과 양계업을 하는 농가가 많았다. 10가구가 안되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신경리에서 제일 소문난 부자들만 살았던 곳이다.

자경동마을에서 신리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를 ‘소논골고개’라 했다. 황소가 누워있는 형국인데, 머리는 자경동마을 쪽으로, 배 안쪽은 장재나무골을 향해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한편 강변(갱변)마을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강가의 마을을 말하는데, 용봉산과 대동리의 물팽이 쪽에서 흘러내려 온 물길이 합쳐지는 지점을 ‘갱변마을’이라고 불렀다. 현재의 충남도청 신도시의 경계선을 이루는 자경동마을과 주촌마을의 끝 지점에 해당하는 지점으로 자경마을 중흥S클래스아파트 끝 지점과 신경천의 합수머리(현, 홍성군산립조합육묘장) 부근이다.

본래의 마을 원형이 사라지고 하늘 향해 높이 솟은 아파트가 빼곡한 신도시로 변모한 신경리 자경동마을의 과거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로 다가올까.
 

신도시 편집 이전 자경동마을 팥죽고개.

■ 땅과 하늘 감동시킨 효성 ‘팥죽고개’전설
홍북 신경리 자경동마을에는 ‘홍성의 전설과 효열’에 의하면 ‘팥죽고개’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옛날 이 마을에는 마음씨 착하고 아리따운 처녀가 병환으로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림을 꾸려나가며 살고 있었다. 홀아버지는 재산이 많거나 특별한 기술을 가지지 못한 농부라서 살림 또한 구차하기에 이를 데 없었다. 아버지는 그래서 동네에서 짚을 얻어다가 짚신을 삼으면, 처녀는 장날마다 짚신을 메고 나가 팔았다. 아버지는 열심히 짚신을 삼고 처녀는 장날마다 아무리 짚신을 팔아도 어려운 살림살이는 늘어날 줄 몰랐다. 그래서 처녀는 장날이 아닌 날에는 이집 저집 찾아다니며 빨래도 하고 밥도 지었으며, 동네 잔칫집을 찾아다니며 궂은일을 하면서 집안 살림을 보탰다. 그러던 어느 날 밤새워 짚신을 삼고는 날이 밝기가 무섭게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던 아버지가 산비탈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다친 채 돌아오고 말았다. 처녀는 아버지의 다친 허리가 하루빨리 낫도록 천지신명께 빌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다친 허리가 쉽사리 낫지 않자 처녀의 걱정은 태산 같았지만 갖은 정성을 다해 간호를 했다. 하늘도 이를 알았을까? 조금씩 건강이 회복되면서 아버지는 또다시 짚신을 삼기 시작했고, 처녀는 또다시 짚신을 내다팔 수 있게 됐다. 처녀의 그런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효성 또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칭찬이 자자했다.

처녀의 몸으로 장에 나가 짚신을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처녀는 짚신을 또다시 팔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의 진지상을 차려놓고 짚신을 팔러 장터거리를 향했다. 그런데 이날은 여느 때처럼 짚신이 잘 팔리지가 않았다. 

“짚신 사셔유, 짚신 사셔유”를 목청을 돋워 외쳤으나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장터거리의 술집에는 사람들로 득실거렸고, 술 취한 사람들의 농과 투정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이집 저집을 드나들면서 짚신을 팔았다. 이미 해는 기울어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고 어두워졌다. 처녀는 어둠을 뚫고 정신없이 집을 향햐 달렸다. “얼마나 아버지께서 기다리실까?”를 되뇌이면서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겨우 숨을 돌렸다. 추워지는 밤 날씨임에도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산기슭의 오막살이에 불빛이 보이자 처녀는 긴 숨을 내쉬었다.

“이아구, 처녀 이제서 집에 오는구먼?” 뒤를 돌아보니 마을의 부잣집 주인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처녀의 손목을 잡아끌면서 안에 들어가 팥죽이나 한 그릇 먹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제야 처녀는 오늘이 바로 동짓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순간 뱃속에서 꼬로록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주저하는 처녀에게 “집에서 기다리는 아버지 때문에 망설이는구면? 걱정마, 아버지 드릴 팥죽 한 사발 줄테니까…” “밖의 날씨가 보통 추운게 아녀, 자, 식기전에 어서 먹어!” 그저서야 처녀는 수저를 들고 팥죽을 먹고는 일어섰다. 

처녀는 아주머니가 안겨준 팥죽 한 그릇을 안고 쏜살같이 집으로 향했다. 두 손으로 팥죽사발을안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처녀는 그만 집을 몇 발자국 앞에 두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팥죽사발은 순식간에 산산조각나고 팥죽은 고개위에 쏟아지고 말았다. 처녀는 흩어진 죽이라도 쓸어 담으려 했으나 헛된 일이었다. 처녀는 오막살이의 불빛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튿날 고개를 넘나들던 사람들은 고개가 온통 팥죽색으로 변한 것을 보고 깜짝놀랐다. 처녀의 이야기는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처녀의 효성이 땅과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구먼!” 그 이후로 이 고개를 자경동마을의 ‘팥죽고개’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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