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돼지똥’은 어떻게 마을 재산이 됐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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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돼지똥’은 어떻게 마을 재산이 됐나? 〈3〉
  • 오마이뉴스, 글·사진 월간옥이네 한수진
  • 승인 2024.09.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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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립마을, 홍성군 결성면의 원천마을
원천마을 주민들이 조롱박 축제가 열린 조롱박 터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원천마을 주민들이 조롱박 축제가 열린 조롱박 터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주렁주렁 열릴 원천마을 조롱박
원천마을 마을회관 앞 논길에는 약 110m 길이의 넝쿨 터널이 있다. 조롱박, 수세미, 개구리참외, 여주, 호박, 수박 등 이곳에는 매년 여름이면 주민들이 심은 넝쿨이 주렁주렁 달린다.

원천마을 조롱박축제는 더운 여름 주민들이 어울려 놀고 활력을 더할 목적으로 시작된 축제로, 올해로 어느덧 11회째를 맞이한다. 조롱박을 활용한 공예체험, 전시, 박에 소원 쓰기 등 즐길 거리와 에너지자립마을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시(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하는 모습)와 체험 등이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도 찾는 축제로 자라나고 있다고.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바글바글했어요. 이 작은 시골 마을에 250명이 모였으니 많지. 회관 현관에 신발이 차고 넘치는 그 풍경이 어찌나 보기 좋았는지 몰라요.” (송영수 이장)

주민들은 조롱박공예 장인과 요리사를 초청해 함께 공예를 배우고 돼지고기 요리법을 익히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원천마을은 주민들 대부분이 조롱박공예가이자 요리사가 돼 축제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원천마을 주민들.
원천마을 주민들.

 ‘골칫거리’를 ‘마을의 재산’으로
원천마을의 골칫거리였던 축산농가의 분뇨가 이제는 마을의 소중한 자원이 돼 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천에너지전환센터를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모두가 마을의 일원이 되어 함께 마을의 성장 방향을 고민하고 미래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이제는 원천마을을 넘어 결성면 주민자치회에서도 ‘저탄소 농축산업으로의 전환’을 면 단위 주민자치비전으로 제시하고, 전국에서 에너지 자립 모범 사례로 찾아올 만큼 원천에너지전환센터의 존재도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시설이 됐다.

원천마을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자립을 통해 마을을 살리고, 그 혜택을 마을 주민들이 누리며 살아갈 날을 그려나간다. 송영수 이장은 “발전소 폐열을 활용한 마을사업을 고민 중”이라면서 “무엇보다 주민당 매월 100만 원가량의 배당금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다.

“농촌 마을의 인구가 줄어가는 시대, 우리 마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생겨나서 오래도록 공동체가 잘 유지되면 좋겠지요.” (송영수 이장)
 

농업회사법인 성우 전경.
농업회사법인 성우 전경.

잊지말아야 할 것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극복할 내일의 계획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 마을과의 협력을 통해 상생해나가고 있는 성우농장의 이도헌 대표. 그는 “농촌을 에너지 자립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마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건, 그것이 마을을 지속가능하게 할 거라 보았기 때문이에요. 에너지의 관점에서 농촌·농축산업을 대상화하면 그것이 오히려 농촌을 망칠 수 있어요. 에너지의 관점이 아니라 농촌 지속가능성의 관점으로 문제를 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에너지자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농촌의 지속가능성, 즉 마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좋은 해외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원천마을의 이야기는 오늘날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목적은 사람을 위하는 것임을, 농촌에도 그 혜택을 누려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머지않아 조롱박이 주렁주렁 자라고 원천마을 사람들은 그 그늘 아래에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릴 테다.<끝>
 

원천마을 조롱박 축제 홍보 현수막.
원천마을 조롱박 축제 홍보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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