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은 인구감소와 청년층의 유출이 심각해 지역 공동체의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전통적인 농민과 농업 지원으로는 지역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소멸, 지방소멸의 주요 화두는 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지역 활성화 등을 꼽는다. 농촌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로컬콘텐츠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창출 능력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지역소멸, 인구감소 대안의 화두는 로컬콘텐츠가 답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로컬리즘은 인구갈등을 풀어낼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으기 때문에 지역의 특색을 살린 로컬콘텐츠의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도시의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다 놓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 역사, 자연, 특산물 등 지역의 역사, 문화, 음식, 특산품 등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 로컬콘텐츠타운 조성 등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소멸 대안, 청년·문화가 뜨는 로컬콘텐츠가 답이다>라는 공동주제로 홍주신문 등 지역신문발전기금우선지원대상사 10개사 연합으로 기획취재를 통해 국내 및 해외(일본 도쿄 도시마구, 군마현 가와바무라 등)의 사례 등을 8회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 청년이 살리는 군산, 로컬와이즈 프로젝트 ‘술 익는 마을’
전북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갯벌 위에 일제가 조성한 신도시다. 신도시가 건설되자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리면서 본토 군산 사람들보다는 타향에서 온 사람들이 군산시의 주류가 돼 애향심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들 한다.
1920년대 산미증식계획(일제의 식민지 농업정책)으로 쌀 수탈량이 급증하면서 부를 축적하게 된 일본인 지주들이 많았고, 쌀을 가공하는 산업도 번성했는데 그곳이 정미소와 양조장이다.
특히 양조업은 어느 도시보다도 번성해 군산은 양조산업 본고장으로 부상했다. 명절이나 제사 등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면 빼놓을 수 없었던 ‘백화수복’이 군산의 양조산업체 백화양조의 대표 상품이었다.
1940년대 설립된 조선양조가 모태인 백화양조는 일찌감치 국내 청주 업계를 석권했으며 국산 양주 제조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켜온 업체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경영권이 바뀌면서 지금은 롯데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군산의 양조산업 역사를 지역의 콘텐츠로 주목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양조산업에 관심을 가졌던 지역관리회사 ㈜지방의 조권능 대표는 농업회사법인 ‘흑화양조’를 만들었다. 조 대표는 일찌감치 군산을 청주의 도시로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2017년 영화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영화타운 프로젝트’도 양조산업을 다시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이 바탕이었다고 한다.
영화타운에는 술집을 중심으로 빵집, 화장품 가게 등을 조성했다. 단순히 영화시장 살리기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영화시장을 활성화하면서 군산이 가진 콘텐츠를 엮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대규모 단지는 아니지만 테마파크 형식을 도입, 인근 상점과 협업하면서 마을을 군산의 색깔로 채워나가겠다는 목표였다고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술익는마을’을 만들었는데, 이곳에는 양조장과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등이 조성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군산 술 살리기 위해 만든 ‘흑화양조’
조 대표는 영화타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으로 군산의 양조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군산 술인 ‘청주’에 주목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명사와 같은 ‘백화수복’의 역사에 관심을 보였다.
1917년 무렵 설립된 ‘백화양조’가 만든 청주인 ‘백화수복’은 이미 군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청주로 국민들 사이에도 기억되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명절이나 제사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술인 ‘백화수복’은 ‘백화(白花)양조’가 만든 군산 술로 국민적 사랑을 받아 성장했으나 1970년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더니, 1985년 두산그룹에 팔린 뒤 다시 롯데주류가 인수해 지금도 이름만 바뀐 군산공장(롯데칠성)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금도 사랑받고 있지만 대그룹이 생산하면서 백화수복을 더 이상 군산 술로 여기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조 대표는 백화양조의 기술과 스토리에 새로운 색을 더한 또 다른 군산 술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백화양조에서 일했던 장인들을 찾아다녔고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옛 공장장으로부터 장인을 소개받아 지난 몇 년 어깨너머로 청주 빚는 법을 익히며 조심스럽게 새로운 술을 만들기 위한 농업회사법인 ‘흑화양조’를 세웠다.

■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모범이 된 ‘술 익은 마을’
조 대표는 2018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술 익는 마을’이 공모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식 가옥이 재현된 군산시 월명동에 자리를 잡았다.
군산을 다시금 청주의 도시로 되살리기 위해 ‘백화양조’라는 회사를 되살리려는 게 아니라 군산이라는 도시에 뿌리를 두고 있던 양조의 문화와 자긍심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되살리기 위한 로컬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흑화양조’라는 ‘청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한다.
5년째 맞이하는 ‘술 익는 마을’이라는 청년마을 사업은 공동체 구축에 주력하며 같은 마음과 같은 방향성을 가진 청년들을 모으는 작업부터 주력한 결과 시제품을 넘어 ‘군주’라는 막걸리와 진 스타일의 ‘무리’라는 제품의 상업적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술 익는 마을은 조 대표를 비롯한 4명의 구성원들이 흑화양조의 양조장을 거점으로 막걸리 만들기 체험, ‘모락’의 일본식 목욕 체험, 청주바 체험, 게스트하우스인 ‘청주스테이’ 등 18만 원 상당의 체험형 관광 서비스 상품도 운영 중에 있다.
조 대표는 군산의 대표적인 로컬브랜드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빵인 ‘이성당’을 뛰어넘는 술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로컬브랜드인 막걸리 ‘군주’, 청주식 진 ‘무리’를 10월 중에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앞두고 있음에도 조 대표는 순간의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정부나, 군산시 등 이른바 공적 자금인 보조금 지원사업을 경계할 정도로 피하고 어렵더라도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자립하는 자생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조 대표는 문화기획자로 출발해 소상공인을 거쳐 우리나라의 첫 지역관리회사를 창업하는 등 도전에 나서는 것은 ‘군산’, ‘술’이라는 ‘로컬콘텐츠’로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로도 만들 수 있다는 포부를 가지고 한 걸음씩 달려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그가 만들어 갈 군산의 미래와 도전의 성과들이 너무나 부럽고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 ‘청년친화도시’ 선포한 군산, 청년 축제장을 찾다
전북자치도 군산시가 지역의 청년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들을 개발해 추진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군산시는 제5회 청년의 날을 맞아 근대역사박물관 대형주차장 일원에서 지난 21일 2024년 군산시 청년의 날 기념행사인 ‘군산시 청년 축제’를 비가 오는 가운데도 성대히 개최했다.
군산시와 청년뜰(청년센터), 오말(청년단체)에서 공동주최하고 청년축제기획단에서 주관한 이번 행사는 ‘젊음으로 가득한 청년들이 바라던 하루’를 주제로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 한마당으로 펼쳐졌다.
1부에서는 예비 청년인 청소년들의 재능을 힘껏 발휘한 ‘2024 군산 새만금 댄스 페스티벌’이 열려 분위기를 달궜다.
군산 출신 전국 댄스 최강자 클루 씨의 댄스공연으로 문을 연 2부는 배우 겸 코미디언 김민교의 토크쇼를 진행했다.
김민교는 청년기 시절 자신의 경험담 등을 솔직하게 풀며 청년들과 함께 공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가수 케이시, 고유진, 체리필터의 무대가 펼쳐졌다.
특히, 공연 사이사이 주요 인사가 ‘청년이 청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낭독하고 청년에게 전하는 응원사가 이어져 많은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부대행사로 진행된 먹거리와 체험, 홍보 부스는 “젊음으로 가득한 청년들이 바라던 하루”란 주제에 맞게 청년 대표가 운영하는 먹거리 부스들이 눈길을 끌었다.
파스타, 족발, 막창 꼬치, 치킨뿐 아니라 디저트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해 청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페스티벌 메이크업, 보드게임, 에코백 만들기 등 청년 동아리가 제공하는 즐길 거리도 풍부했다.
이외에도 시간여행축제 뽑기 이벤트, 군산사랑 배달앱 배달의 명수, 취업 스킬 업, 외국인 주민 인식개선 캠페인 등의 시 정책 홍보도 함께 진행돼 방문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었다.
한편, ‘청년의 날은’ 2020년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법정기념일로 지정됐고 청년이 가지는 권리를 보장하며 청년발전의 중요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와 청년과 소통하고 청년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 청년이 당당한 군산 ‘청년뜰’ 청년·창업공간 ‘청년뜰’ 오픈
‘군산시 첫 청년·창업 공간인 ‘청년뜰’은 2019년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군산시 내항 1길 4(군산시 상공회의소)에 위치한 청년뜰은 ‘청년이 당당한 군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상공회의소 3~5층에 위치하며, 3층은 60석 규모로 강의나 행사를 추진할 수 있는 청년강당과 15석의 세미나실 2개, IT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는 20석의 교육실을 갖췄다.
4층은 공유주방과 카페를 갖춰 청년들의 자유로운 만남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자리정보센터와 해외취업지원센터가 있어 청년들이 취업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5층은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오픈 코워킹 공간과 개별 코워킹실,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자재를 갖춘 시제품제작실, 1인 제작자가 간편하게 동영상 제작이나 사진 촬영 공간으로 활용하는 멀티 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청년 역량 강화 교육, 취업 지원, 청년 활동과 교류 네트워킹 등 서비스 공간 운영, 창업 교육 및 컨설팅, 예비 창업가 육성, 아이디어 시제품 제작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군산대학교 산학렵력단에 민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조권능 (주)지방 대표 미니인터뷰>

“저희는 이 술을 ‘전통주’가 아닌 ‘정통주’라고 불러요. 군산의 양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첨가하는 재료를 바꿔 재해석을 곁들이죠. 이러면 다른 도시엔 없는 정통성이 제품에 담깁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군산을 술의 도시로 기억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전북 군산시 월명동 ‘술 익은 마을’ 흑화양조에서 1시간여 만난 ㈜지방 조권능 대표는 담담하면서도 자신감에 넘치고 있었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으로 시작한 ‘술 익는 마을’의 탄생기의 배경이 된 일제 강점기 군산시의 역사적 배경과 왜 술의 도시가 되었는지, ‘백화양조’의 현재까지의 흥망성쇠 과정을 공동취재단에 자세히 설명해 줬다.
‘청주’가 ‘전통주’라고 불리지만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과거의 흑역사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들은 받아들이고 대신에 우리의 형태로 다시 해석하기 위해 ‘정통주’라고 명명하고 그들만의 노력으로 막걸리 ‘군주’와 헤외를 겨냥한 진 스타일의 ‘무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과 10월 중에 시판을 앞두고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 대표는 “서울 중심에서 벗어날 대안으로 지방에 산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청년들에게 절실하다”며 “이를 이길 대안은 지역성을 담은 ‘로컬브랜드’ 만들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산시의 역사성과 군산시만이 갖는 강점을 담아 ‘술의 도시 군산’을 재현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이 새로운 ‘로컬브랜드’를 탄생시키기까지 20여 년을 달려온 조 대표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자생력’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제가 회사 이름을 ‘㈜지방’이라고 지은 것도 어쩌면 제 안에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이걸 극복하고자 지은 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지역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것을 ‘지방 도시’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 이런 다양한 헤리티지 또는 이런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발굴해서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청년’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