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홍성의 인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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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이다-홍성의 인맥을 찾아서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3.11.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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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 (홍동면 대영리)-(11)

서정을 담아내는 한국 대표 시인… 교사 재직하며 활발한 활동
충남을 빛낸 예술인·김수영 문학상·윤동주 문학 대상 등 수상
문화소외지 찾아 문예 실천… 홍성 문화예술학교 설립도 노력 

 

 

 

 

 

 

"시를 쓰겠다며 밖으로 소재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요. 내 삶의 일상에서 본 것들로 시를 만듭니다. 체험이 들어있지 않으면 그건 내 것이 아니죠."
이정록(49) 시인은 서정시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시인 가운데 주목받는 한명이다. 그의 시는 일상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상적인 것에서 소재를 찾지만 독특한 시선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구체적인 체험을 소재로 삼고 있어 구태의연하지 않고 실감을 준다. 이정록 시인은 홍동면 대영리 황새울에서 태어났다. 황새울은 그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때에야 전기가 들어왔을 정도로 벽지인 곳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벽지였던 탓에 어릴 적에는 수렵채취가 전문인 자연인이었죠. 당시 몸으로 부딪힌 많은 체험들이 언어의 살갗을 쓰다듬고 보듬는데 보탬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시인은 삶의 다양한 감정을 작은 사물과 평범한 일상을 보는 섬세한 관찰력, 충청도의 능청스러움이 배어 있는 어휘로 익살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이정록 시인은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농부일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혈거시대' 등의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는 금당초, 홍동중, 홍성고,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홍성여고 등에서 한문교사로 재직했으며 지금은 아산시 설화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집으로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의자' 등을 선보였으며 동화집으로는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 등이 있다. 올해 '충남을 빛낸 문화예술인' 100인 가운데 한명으로 선정된 이 시인은 2001년 '김수영문학상'과 2002년 '김달진문학상'을 받았으며 지난 6월에는 시 '영혼의 거처'로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을 수상했다.
이정록 시인은 처음부터 시인을 꿈꿔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학창시절에는 미술에 소질을 보여 미술 장학생 추천을 받기도 했다. 그가 시에 빠져들게 된 것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누나가 선물해 준 '한용운의 명시'를 접하면서부터였다. 이 시인은 "누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대신 태안여상의 보라색코트를 선물로 받았는데, 보라색 코트를 입고 밭일을 하는 누이의 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슬펐다"며 "지금도 보라색은 가장 슬픈색"이라고 말했다. 모든 말의 태반은 어머니로부터 나온다는 이 시인의 글에는 어머니가 자주 등장한다. 시 '꽃벼슬'에서 한식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묘를 찾아 간 자리에서 어머니는 무덤에 난 쥐구멍에다 술을 따르며 "새끼들이 술 갖고 올 줄 알고/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있구나"라며 익살을 부린다. 아들이 "무덤 안에서 뭔 소리 들려요"라고 너스레를 떨자 어머니는 "그랴 니 불알 많이 컸다고 그런다"라며 농한다. 그의 시에서는 이렇게 사람의 살내음이 풍긴다.

사람 속에서 진실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 시인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소외 받은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 시인이 홍성에서 한문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연극, 미술, 문학, 음악 등 각 분야의 예술인들과 함께 '홍성청년문화예술인모임'을 결성해 지역주민과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학교, 청소년문화학교, 찾아가는 예술여행 등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현재는 폐간된 청소년신문 'TONE' 등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청소년과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이 시인은 "당시 학생들과 연극을 하기도 하고 청소년수련회관을 빌려 문학 강연이나 예술학교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며 "힘든 일이긴 했지만 자긍심과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홍성을 떠나 있기 때문에 홍성청년문화예술인 모임의 '준회원' 신분이지만 문학강연 등을 통해 여전히 고향의 주민과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또한 지역의 폐교를 활용한 문화예술학교 설립을 위해 출향인들과 함께 고민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시인은 "비록 고향을 떠나 있기는 하지만 고향을 생각하면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늘 홍성을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고 고향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찾아 힘을 보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향에서의 활동 외에도 이 시인은 무명 가수와 배우 등과 '함께 가요. 시아버지', '함께 가요. 시어머니'라는 토크 놀이판을 벌이고 있다. '함께'는 더불어, '가요'는 노래 중에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 '시'는 시와 문학 등을 의미한다고 귀뜸했다.
지난해 홍대 앞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문화예술로부터 소외 받는 시골 마을회관 등을 돌면서 트로트와 연극, 시와 이야기를 통해 마을의 어르신들을 만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 시인은 "공연 전에 일찍 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마을사람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정록 인은
홍성고 35회
공주사대 한문교육과
대전일보 신춘문예 1989
동아일보 신춘문예 1993
김수영문학상 수상 2001
김달진문학상 수상 2002
한국작가회의 충남지회 회장 2012
윤동주문학상 수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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