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님도 원래는 보통사람만 생각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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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님도 원래는 보통사람만 생각했으리
  • 홍주일보
  • 승인 2014.03.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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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9> 獄中感懷(옥중감회)

 

불전(佛典)에서는 석가의 존재 범위에 대해 가르친다. 석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고 했고, 석가는 보통 사람의 가슴에 있다고도 가르친다. 맞는 것 같으면서도 선뜻 고개가 갸우뚱거렸다면 부처의 참뜻을 모른다고도 말한다. 옥중에서도 예불을 드리면서 대자대비의 진실한 가르침은 선자(禪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가슴이 있는 한 가르침을 살핀다. 시인은 근심과 즐거움은 근본이 빈 것(空)이요 오직 마음만이 있거니, 석가님도 원래는 보통 사람만 생각했으리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獄中感懷(옥중감회)
한 생각 깨끗하고 달빛만은 곱고 고와
공덕은 우락(憂樂)인데 마음만 가득하네
원래는 석가님께서도 보통 사람 생각했네.

一念但覺淨無塵 鐵窓明月自生新
일념단각정무진 철창명월자생신
憂樂本空唯心在 釋迦原來尋常人
우락본공유심재 석가원래심상인

석가님도 원래는 보통 사람만 생각했으리(獄中感懷)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다만 깨닫기를 한 생각 깨끗하여 티끌도 없었는데 / 철창으로 새로 돋는 달빛만 고와라 // 우락은 근본이 공이요, 오직 마음만 있거니 / 석가님도 원래는 보통 사람만 생각했으리]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한 생각 깨끗하여 티끌 하나 없었거늘, 우락은 공일지니 석가도 보통사람 생각뿐’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옥중 감회는 남다른데]로 번역된다. 일제는 대선사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시인의 입이 군중의 심리요, 시인의 글이 민중의 대변이며, 시인이 두드린 목탁 소리가 민족의 함성이었으리. 그래서 철저한 감시 감독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 아니겠는가. 독립선언서 서명 33인 중 한 사람이었고, 그 말미에 공약3장을 초안한 한 사람이었는으니. 이래저래 청일전쟁 즈음에 다시 옥중 신세를 지면서 남다른 감회를 탄원에 가깝게 상상의 나래로 시를 읊었다.
시인은 다만 깨닫기를 한 생각 깨끗하여 티끌도 하나 없었는데, 철창으로 새로 돋는 달빛만이 고와라라고 음영했다. 앞 기구는 깨끗하고 맑은 자신을 일컫고 있지만, 뒤 승구는 그랬음에도 철창을 등에 짊어진 영어(囹圄)의 신세가 되었음을 한탄하는 시상이다. 침략자들의 눈에는 지도자는 외롭지 않아 늘 눈에 가시로 보였음이 분명했으리라.
화자는 인간의 우락(憂樂)은 근본이 아무 것도 아닌 텅 빈 공(空)의 세계요, 오직 진실한 마음만이 있거니 라고 하면서 [석가님도 원래는 보통 사람만 생각했으리]라는 상상의 시심을 쏟아내었다. 높은데 있는 대자대비가 아니라 가장 어두운 곳에, 가장 그늘진 곳에 있으셨음을 마음에서 우러나와 쏟아내는 시상의 여운이겠다.

<한자와 어구> 
一念: 한 생각. 但覺: 다만 깨닫다. 淨: 깨끗하다. 無塵: 티끌도 없다. 鐵窓: 철창. 감옥에 있음. 明月: 밝은 달. 自: 스스로. 生新: 새롭게 생기다. // 憂樂: 근심과 즐거움. 本: 본래. 空: 비다. 唯: 오직. 心在: 마음에 있다. 釋迦: 석가모니. 原來: 원래. 尋: 생각하다. 찾다. 常人: 보통사람(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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