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더 남기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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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더 남기지 마시라
  • 장희구<시조시인>
  • 승인 2014.03.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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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0>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황현은 1901년 한일합방의 부당성에 의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했다. 장지연은 1905년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의 사설을 실었다.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000만 동포여,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기자 이래 4000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황성신문 2101호)]라고 했다. 시인은 끝나지 않는 황매천의 한 남기지 마시라, 큰 위로와 괴로운 충성 사람들은 절로 알리니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黃梅泉(황매천)
의로운 길 객을 따라 영원히 보국하사
부릅뜬 눈 새 꽃으로 만고에 피어나리
큰 위로 괴로운 충성 사람들은 절로 알리.

就義從容永報國 一瞑萬古劫花新
취의종용영보국 일명만고겁화신
莫留不盡泉臺恨 大慰苦忠自有人
막류부진천대한 대위고충자유인


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더 남기지 마시라(黃梅泉)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의로운 길로 객을 따라 영원히 보국하시니 / 한번 부릅뜬 눈, 만고에 새 꽃으로 피어나시리 // 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남기지 마시라 / 큰 위로와 괴로운 충성 사람들 절로 알리]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객을 따라 보국하니 부름뜬 눈 피어나리, 매천의 한 남기지 마시라 충성 절로 알리’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매천 황현을 기리며]로 번역된다. 매천 황현(黃玹:1855-1910)은 한일합방의 소식을 접하고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분연히 자결한 조선의 선비다. 1905년 51세에 을사늑약의 비통한 현실을 당하자, ‘문변3수(聞變三首)’를 지어 망해가는 나라의 서러움과 울분을 토했고, ‘오애시(五哀詩)’를 지어 매국노를 성토하고 애국지사들을 애도했다.
을사년 10월 변란에 정승 3공(조병세·민영환·홍만식)이 자결함에 분을 사기지 못하면서 사모의 정을 느껴 두보의 8애시를 모방한 시를 지었다고 했다.
시인은 이러한 올곧은 선비 정신을 듣고 그냥 스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의로운 길로 객을 따라 영원히 보국하시니, 한번 부릅뜬 그 눈 만고에 새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 하며 위로의 정한을 담은 시심이다. 이렇게 보면 매천은 애(愛)보다는 의(義)를 존중했을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화자에게는 끝나지 않는 매천의 호소가 잔잔하게 남아 있음을 아직도 마르지 않는 먹물의 흔적이 감돌고 있음을 실감하는 시심을 담아냈다. [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을 남기지 마시라]라는 호소는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화자는 매천을 향해 큰 위로와 괴로운 충성은 먼 훗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절로 알게 될 것이라는 너그러운 시심을 담아냈다.

<한자와 어구> 
就義: 의롭게 나감. 從容: 얼굴을 따라. 객을 따라. 永: 영원히. 報國: 보국하다. 一瞑: 한번 부릅뜬 눈. 萬古: 만고에. 劫: 억겁. 花新: 새롭게 피어나리. // 莫留: 남기지 마시라. 不盡: 끝나지 않다. 泉: 황매천. 臺恨: 쌓인 한. 大慰: 큰 위로. 苦忠: 괴로운 충성. 自有人: 사람이 저절로 알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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