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달빛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것을:月欲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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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달빛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것을:月欲落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5.01.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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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50>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하면서 놀던 달의 모양을 월방중(月方中)의 단계라 했다. 약 2~3일간 모습으로 동네 어귀를 비추던 달은 그믐달로 향해가는 하현달(下弦月)인 반달 모양을 갖추는 단계를 거친다. 이 달을 보고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쪽배에’라 하는 동요를 불렀다.

이 하현달의 단계가 지나면 달이 점점 기울면서 이제 월욕낙(月欲落)의 단계가 되면서 합삭 되어 간다. 시인은 산이 비끼니 이제 피리 소리마저 그치고, 찬 달빛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것을 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月欲落(월욕락)

푸른 안개 스러지고 학이 잠든 언저리에
비스듬히 산이 비껴 피리소리 그치고
찬 달빛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걸.

松下蒼煙歇 鶴邊淸夢遊
송하창연헐 학변청몽유
山橫鼓角罷 寒色盡情收
산횡고각파 한색진정수 


찬 달빛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것을(月欲落)로 번안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소나무 아래 푸른 안개 스러져 가고 / 학이 잠든 언저리에 노닐었던 맑은 꿈이여라 // 산이 비끼니 이제는 피리 소리마져 그치고 / 찬 달빛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것을]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푸른 안개 스러지고 학이 잠든 맑은 꿈만, 피리 소리 그치니 달빛 걷혀 아쉬운 것을’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달이 합삭이 되고자하네]로 번역된다. 달이 월욕생(月欲生)하더니, 다음 단계인 월초생(月初生)의 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지나고 나면 반달인 상현달(上弦月)이 되더니만 보름달이 변하면서 이를 월방중(月方中)이라고 했다. 다음 단계는 다시 반달이 되는데 하현달(下弦月)이라 했으니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하여 새벽까지 지켜주면서 같이 놀았다.

 

 

 

 

 


이어서 달은 서서히 그믐달을 향하더니만 한 달이라는 기약을 지키기 위해 합삭되고자 하니 시인은 월욕락(月欲落)이라고 했다. 이러한 달의 순환과정을 시인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달의 합삭됨을 떨어짐이라 하면서 아쉬워한다. 달이 떨어지니 소나무 아래 푸른 안개가 스러지고, 학마저 고요하게 잠든 언저리에서 노닐고 있는 맑은 꿈들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럴 즈음이었다.

다음에 초저녁에 뜨는 실 같은 초승달로 만나자는 듯이. 화자는 그믐달이 스러져 가는 모습이 산이 점점 비껴간다고 하면서, 피리 소리마저 점차 그치고 있다고 했다. 달이 합삭(合朔)해 가고 있으니 세상 모든 이치가 멈추고 있다는 시상이다. 그래서 화자는 [찬 달빛이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것을]이란 심회 한마디로 부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눌려 보려는 참는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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