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젓갈’ 부보상에 의해 전국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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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젓갈’ 부보상에 의해 전국 유통
  • 주향 편집국장
  • 승인 2015.04.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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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젓갈의 생존전략 공생이 답이다<1>

한국젓갈의 기원, 발효에서 시작되다

삼국사기, 신라 신문왕 3년 폐백음식 ‘해’사용기록
고려시대 ‘젓갈’신분을 가리지 않고 먹던 보편적 음식
한국 세계적으로 드물게 ‘육젓’과 ‘액젓’이 고루 발달


젓갈은 멸치나 새우 또는 생선의 살, 알, 창자 따위를 소금에 짜게 절여 삭혀 만든 음식으로 자가 소화 작용을 일으켜 독특한 풍미가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 식품이다. 젓갈은 요긴한 밑반찬으로 새우젓·조기젓·밴댕이젓·꼴뚜기젓·멸치젓·연어알젓·명란젓·어리굴젓·조개젓·창난젓·방게젓 등 종류가 많다. 김치와 더불어 한국음식 가운데 매우 뛰어난 저장 발효식품이다. 젓갈의 기원은 상하기 쉬운 어패류를 소금으로 저장해 오래 두고서 먹을 수 있도록 한 데서 비롯됐으며,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탄수화물의 소화를 돕는 식품으로 젓갈이 발전했다. 서늘한 지역에서는 젓갈 원료를 그대로 섭취하는 육젓이 발달했고, 따뜻한 지역에서는 젓갈을 찌거나 분쇄해 액화시킴으로써 부패를 방지하는 액젓이 발달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아주 드물게 액젓과 육젓을 고루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젓갈을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 부터일까?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젓갈은 중국을 중심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동양 여러 나라의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만들어왔다. 우리나라 문헌에서 젓갈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이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에서는 궁중 의래 음식으로 ‘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젓갈의 최고 기록인 ‘해’란 오늘날의 젓갈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라 신문왕 3년에 신문왕은 왕비를 맞이하기 위한 폐백음식으로 ‘해’를 사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기록으로 이미 신라시대에는 젓갈이 주요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들어오면서 젓갈은 매우 보편적인 우리의 음식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도경>은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상용하던 음식이 젓갈”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으로 보아 제조법이 발달함으로써 궁중뿐만 아니라 일반 민가에서도 젓갈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젓갈 담그는 법은 소금에만 절인 것, 소금과 술에 기름과 천초 등을 섞어서 담근 것, 소금과 누룩에 담근 것, 소금 엿기름 찹쌀밥 등을 섞어서 담근 것 등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선시대 후기에 가장 많이 잡힌 어종은 명태, 조기, 청어, 멸치, 애수다. 이렇게 많이 잡힌 어류는 건조시키거나 젓갈로 만들어서 전국에 널리 유통 보급했다. 젓갈은 예로부터 반찬으로 이용됐으며 궁중뿐 아니라 일반 민가의 크고 작은 제사상에도 올랐다. <농가월령가 8월령>에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명일 쇠어보세” 라는 대목으로 미뤄 추석 차례상에도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조선시대에 오면 젓갈은 널리 보급되기에 이른다. 해안지방의 젓갈이 부보상들에 의해 전국 각지로 유통되었고 거의 모든 어종이 젓갈의 원료로 사용되어 젓갈의 종류가 무려 150종에 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젓갈로는 새우젓을 꼽을 수 있다. 새우는 옛말에 사이, 사요, 새오 등으로 불렸으며 한자로 하(蝦)로 썼다. 조선후기 백과전서인 <임원경제지> 중 전어지에 따르면, “동해에는 새우와 그것을 소금에 담근 것이 없고, 소금에 담가 한국 전역에 흘러넘치게 한 것은 서해의 젓 새우이며 속어로 ‘세하’라하고, 슴슴하게 말린 것을‘미하’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새우젓의 종류는 주로 어획 시기와 종류에 따라 나뉘며 대표적으로 5월에 수확한 새우로 담그는 오젓, 6월에 수확한 산란기의 새우로 담그는 육젓, 초가을에 특정 지역에서 소량 어획되는 자하로 담근 자하젓, 가을에 수확한 작은 새우로 담근 추젓, 2월에 수확한 새우로 담근 동백하젓이 있다. 이밖에 풋젓, 곤쟁이젓, 차젓, 동젓, 토하젓, 자젓, 댓대기젓이 있다. 젓갈류는 크게 김치에 넣는 젓갈과 밥반찬에 쓰이는 젓갈로 나눌 수 있다. 김치에는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갈치젓 등이 많이 쓰이고 찬품으로 쓰이는 젓갈로는 명란젓, 오징어젓, 창란젓, 어리굴젓, 조개젓, 대구모젓 등이 있다.

 

 

 

 

 

▲ 문헌상 가장 오래된 젓갈기록인 삼국사기 신라본기<사진 왼쪽>와 임원경제지.

 

 


젓갈의 종류는 지방마다 말투가 다르듯 젓갈도 그 종류가 다르다. 각 지방의 대표적인 젓갈로 서울, 경기도는 비웃젓, 조기젓, 오징어젓, 새우젓이며 충남, 대전은 어리굴젓, 꼴뚜기젓, 새우젓, 소라젓, 밴댕이젓, 꽃게젓, 낙지젓, 까나리젓, 멸치젓, 홍합젓, 곤쟁이젓, 박하젓 등 다양하다. 강원도는 명란젓, 창란젓, 조개젓, 방게젓을 비롯해 명태포식해, 북어방식해, 도루묵식해, 명란식해, 멸치식해 등 식해문화가 매우 발달돼 있다. 생선을 밥과 소금·고춧가루·엿기름 또는 누룩으로 버무려 담근 것이다. 고추는 조선시대 중기 이후에 도입되었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는 천초·박하와 같은 향신료를 썼다.

경상도의 대표적인 젓갈은 오징어젓이며 이밖에 멸치젓, 꽁치젓, 성게젓, 대구포젓, 전복젓, 조기젓, 뱅어젓, 갈치속젓, 해삼창자젓, 굴젓, 대구알젓 등이다. 전라도는 굴젓이 유명한데 고흥석화젓, 대합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전복창자젓, 밴댕이젓, 고노리젓, 조기젓, 뱅어젓, 백하젓, 민새우젓, 콩게젓 등이며 제주도는 자리젓, 고등어젓, 깅이젓, 명치젓, 개웃젓이 있다. 충청도의 대표적인 젓갈은 새우젓이다. 새우젓은 각종 김치를 담그거나 음식의 양념 또는 밑반찬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충청도의 젓갈문화는 매우 발달돼 있고 대중적인 맛을 유지하고 있어 전국 젓갈시장 판매량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광천의 토굴새우젓은 그 맛과 품질면에서 전국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도 어리굴젓, 멸치젓, 꽃게젓, 밴댕이젓, 소라젓, 꼴뚜기젓, 박하젓, 곤쟁이젓, 낙지젓, 까나리젓, 홍합젓, 조기젓 등 다양한 젓갈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새우젓은 강화도와 전남 신안 앞바다가 주산지이다. 오젓과 육젓은 대부분 이곳에서 경매를 하게 되며 전국 각지로 퍼진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생물이 나고 신안에 거대한 염전이 있기 때문이다. 새우젓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싱싱한 생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소금과 알맞은 숙성이 가장 중요하다. 적정한 숙성온도는 섭씨 13도이다. 13도의 온도에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새우젓을 풀 때 코에 단맛이 돌며 입에 침이 돋게 된다.

국내 젓갈시장은 크게 5개로 분류된다. 국내 젓갈판매량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충남의 강경젓갈을 비롯해 토굴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젓갈, 그리고 강화도 외포리젓갈, 인천의 소래포구젓갈, 전라도 곰소젓갈 등이다. 강경은 전통적으로 금강의 발달로 인해서 젓갈시장이 발달된 곳이다. 한때 주춤했었지만 지자체로 바뀌면서 적극적인 마케팅과 강경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우리나라 젓갈시장의 중심에 위치한 곳으로 젓갈유통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곰소는 영화 ‘식객’에서 유일하게 소개한 천일염 생산지로써 주변의 칠산바다와 변산반도 그리고 곰소소금이 조합된 곳으로 새만금방조제 개통과 더불어 새롭게 부상하는 곳이다. 광천은 저장실이 없었던 과거에 토굴에서 숙성을 시켜서 가장 맛난 새우젓을 생산했던 곳으로 그 명성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전통의 숙성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로 가을이면 늘 붐비는 곳이다. 다음호에는 광천포구의 역사와 토굴새우젓 그 맛의 비법을 알아본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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