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막자 마을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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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를 막자 마을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5.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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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소규모 학교가 살아야 지역도 살아난다 <3>

 

묘량중앙초 5~6학년 학생들의 모습.

지역과 학부모, 학교 함께 폐교 위기 학교 구해
학부모 의견 적극 반영 민주적 학교 운영 눈길
학교 입소문 타고 인근 마을에는 귀농인 몰려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 작은 초등학교가 지역공동체와 학부모가 하나로 뭉쳐 폐교위기에서 학교를 살려낸 이후 학생수와 지역인구가 함께 늘어 농어촌지역 작은학교 활성화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묘량면은 가운데 동서로 뻗어 있는 장암산을 경계로 두 지역으로 크게 나뉜다. 묘량중앙초등학교(이하 묘량중앙초)가 있는 북쪽 덕흥리, 삼효리, 운당리, 영양리의 옛 묘장면 지역과 삼학리, 월암리, 연암리, 신천리가 있는 남쪽의 옛 황량면 지역이다. 옛 황량면 지역에는 묘량초등학교(이하 묘량초)가 있었으나 폐교 됐다. 지난 2009년 8월경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위치한 묘량중앙초에는 교육청의 통폐합 예정 공문이 날아들었다. 당시 전교생은 14명. 이 학교는 지난 2002년 묘량중학교, 2004년 묘량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묘량면에 남은 유일한 학교다.

 

지난 2004년 폐교된 묘량초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쉬는 시간 해맑게 웃으며 친구들과 노는 묘량중앙초 학생들.

교사들은 명예퇴직한 60대 전후의 계약직 교원이나 잠시 인사 점수를 들러가는 곳으로 여겨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폐교 예정이라는 이유로 학교 시설이 낡아도 교체되지 않았다. 교육당국이 학교를 방치하자 학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읍내 학교로 아이를 보내기 위해 눈을 돌렸다. 폐교는 확정적인 것으로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같은 면에 위치한 농촌복지단체 ‘여민동락 공동체’ 였다. 현재 묘량중앙초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는 권혁범 여민동락 센터장은 “농촌의 문제는 어느 한가지로 풀어지지 않는다”며 “농촌이 살려면 젊은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그들의 자녀가 다닐 학교도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시 두 아이를 묘량중앙초에 보냈던 권 센터장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학부모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통폐합 대책회의에서 전원의 반대 의견을 모아 학교 살리기 모임을 만들어 대책을 마련했다. 꼼꼼하게 학부모의 욕구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저녁 8시까지 완전 개방하는 돌봄교실을 운영는 등 방과 후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했다. 다음해인 2010년 여민동락에서 15인승 중고 승합차를 통학차량으로 구입하고 등하교를 지원하는 등 본격적으로 학생 유치에 나섰다. 이렇게 주민들의 뜻이 모아지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통학문제가 해결되자 학생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9년 3개까지 줄었던 학급수가 2012년 2학기부터 6개 학급으로 늘어나 학년별로 1개 학급씩 정상적인 편성이 가능해졌다. 올해는 전교생이 59명까지 늘었다.

 

묘량중앙초 학부모교직원협의회 모습.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젊고 열의 있는 교사의 충원도 이어졌다. 작은 학교를 살려낸 경험이 있는 성향숙 교감의 합류도 큰 힘이 됐다. 성 교감은 “우리 학교는 부모가 희망하면 방과후 교실에서 모두 맡아 주는 등 학부모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와 행정직원 모두 학교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묘량중앙초의 방과후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이 입소문을 타자 영광군내 다른 학교에서도 속속 돌봄교실 등을 도입했지만 묘량중앙초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작은 학교 살리기가 성공했던 것은 지역, 학부모, 학교가 함께 협의하면서 민주적으로 진행했기에 가능했다. 모량중앙초 장용옥 교장은 “학교의 모든 운영사항을 학부모와 학교가 서로 공감하는 속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며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학부모의 관심과 참여가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운영을 논의하는 연석회의, 학생 자치 조직 강화 등 일상적인 소통구조를 마련하고 민주적인 학교 문화 형성에 노력한다.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도 의견수렴과 만족도 조사 등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월 1회 이상의 다양한 정기모임을 갖고 교육 강좌 개최, 재능기부 등 각종 지원을 논의한다. 학부모 몇몇에 의해 운영되지 않기 위해 학부모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여민동락은 각종 체험활동도 지원 및 무료 통학버스를 운영한다. 지난 2013년부토 교육청에서 통학버스 1대를 지원하고 있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해 여민동락에서는 여전히 등교와 방과 후 교실, 돌봄교실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의 등하교를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지역과 학부모, 학교의 노력에 학생들도 만족도도 높다. 2학년 최고운 양은 “가까운 곳에 사는 단짝 친구랑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해맑에 웃으면서 학교가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답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농어촌작은학교의 통폐합은 마을의 분열을 낳기 십상이다. 거액의 지원금을 미끼로 통폐합을 유도하고 주민들끼리 찬반을 다투는 와중에 주민 간에 골이 깊어진다. 묘량면도 마찬가지다. 처음 묘량충앙초의 통폐합이 예고되었을 때 마을 주민의 반응은 냉담했다. 과거 묘량중학교과 묘량초 통폐합 과정에서 겪은 갈등의 골이 깊게 파여 있었던 탓이다. 11년 전 묘량면 내 묘량초와 묘량중앙초 중 어느 곳을 폐교할 것인가를 두고 지역 내 다툼이 생겼다. 묘량초 학군 지역은 폐교를 결정하고 읍내에 있는 영광초로 학군을 옮겼다. 그로 인해 허물어진 공동체의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늘어나고, 웃음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가면서 마을에 활기가 돌았다. 젊은이들이 속속들이 귀농·귀촌을 하고 있다. 이제 학교가 다시 지역민들과 어우러지고 활력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묘량중앙초의 평판이 좋아지면서, 묘량중앙초 인근 마을로 귀농귀촌인들이 몰리면서 살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실제 덕흥리, 삼효리, 운당리, 영양리 옛 묘장면 쪽의 공식 인구 또한 2009년 1185명에서 올해 4월말 기준으로 1256명으로 71명 늘었다. 학교가 살아나자 지역도 함께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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