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소규모학교 살리기 위해 꾸준한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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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소규모학교 살리기 위해 꾸준한 관심 필요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5.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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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소규모 학교가 살아야 지역도 살아난다 <4>

 

경기도 안성시 서삼초등학교 전경.

교육환경 개선하자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학교변모
정부지원을 통한 학교 시스템 강화 모범사례 불려
지원 끊기자 학생수 감소 이어져 꾸준한 지원 필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남풍리에 자리잡은 서삼초등학교는 학교 인근에 아름다운 고삼호수를 비롯해 드넓은 논과 밭이 펼쳐진 자연환경 속에 자리 잡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한때는 서울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불리기도 했으나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다시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서삼초는 1943년 삼죽초 동평분교장으로 출발해 1949년 지금의 서삼초로 승격했으며, 지금까지 26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농촌에 위치한 서삼초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학생수가 급격히 줄고 있어 폐교 대상 학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학과학체험 프로그램 모습.

 

수학과학영재교실.

서삼초는 지난 2004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정하는 돌아오는 농촌학교로 선정되면서 낡은 학교를 리모델링하고 학생위주의 교육자재 구축, 교과 프로그램 강화 등을 추진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고삼호수 철새 조망대로 아름다운 고삼호수의 경관과 철새의 모습을 학교에서 관찰할 수 있어 철새 조망으로 유명한 학교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또 2009년에는 안성에서는 유일하게 정부가 추진한 농산어촌 전원학교로 선정돼 연간 4000~6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서삼초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연체험 학습장·생태연못·산책로 등 자연친화적 시설과 전자칠판 등 첨단 e-러닝 교실을 갖춰 자연과 현대적인 교육시설이 조화된 환경에서 학생들이 학습을 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추진해 우수한 강사들을 초빙해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영어교실과 한자교실 등 교과학습을 비롯해 발레, 피아노, 오카리나, 가야금, 로봇과학부 등 다양한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별밤체험 프로그램.

이러한 서삼초의 변모는 곧바로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내 아이는 시내로 보내야지’라는 생각을 ‘내 아이는 서삼초로 보내야지’로 바꾸게 한 것이다. 서삼초의 좋은 환경과 우수한 방과후 프로그램 등이 입소문을 타자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안성시 도심지역을 비롯해 서울에서도 전입학을 문의하거나 실제 전학 오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농촌지역의 소규모 학교로 불렸다. 서삼초는 외부의 지원에 안주하지 않고 학교 자체적으로 ‘호산들교육연구소’를 만들교 교사와 대학교수, 지역주민 등이 함께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교육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지식을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지원과 학교 및 지역사회 인식 변화에 힘입어 학생수는 2009년 49명, 2010년 51명, 2011년 56명으로 서서히 늘어나며 소규모 학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사례로 손꼽히기도 했다.

서삼초 탐조전망대.

서삼초가 소규모학교 통폐합이라는 어려움을 이기고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통해 ‘가고 싶은 학교’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정부지원을 통한 학교 시스템 강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규모 학교를 위한 각종 지원이 이어지며 서삼초는 지역에서 있으나 마나한 학교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학교로 변모했다. 그러나 서삼초의 부활은 금세 멈출 수밖에 없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전원학교 지원사업이 3년 만에 중단된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자 영향은 즉시 나타났다. 특색 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폐지되거나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도심지역과 달리 교통이 불편한 농촌지역에서 우수한 강사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지만 지원이 중단되면서 우수한 강사를 초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특성화 프로그램이 축소되자 학생 감소가 이어졌다. 지원이 중단된 2012년부터 학생이 서서히 줄어들어 올해는 35명으로 40%정도 줄어들었다.

경기도의 경우 서삼초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모두 22곳으로 대부분 2009년 지정돼 3년간 지원을 받았으나 대부분 지원이 끊긴 상황이다. 당초 교육부는 경기도지역 전원학교를 42곳으로 확대 운영키로 했으나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지원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정부의 일회성 지원에 학교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삼초 조정배 교장은 “소규모 학교에는 작은 지원금도 절실하고 또 그 지원금을 투입한 효과도 큰데 지금은 소수 학교를 단기적으로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농촌지역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설개선과 방과후 프로그램 등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한데 예산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농어촌 학교 살리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고민 없이 일회성 지원만 하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관 관계자는 “지원이 중단되면 학생수가 다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특별교부금사업의 특성상 계속해서 같은 학교만 지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육성하기 위해 스마트교육 활성화를 통한 ICT 사업 및 거점학교 지정 지원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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