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로 뜨는 부산 국제시장 구제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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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로 뜨는 부산 국제시장 구제골목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7.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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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골목상권 경쟁력 테마로 승부한다<4>

남포동은 부산시를 대표하는 상권 중 한 곳으로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제시장은 현대사의 애환이 담긴 부산의 얼굴로 불린다. 국제시장은 광복 이후 미군정의 구호물자를 몰래 빼돌려 팔던 돗대기시장에서 1948년 자유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듬해 지금의 국제시장으로 바뀌었다. 국제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없는 게 없다는 만물시장으로 자리 잡은 것은 6·25전쟁 때부터다. 국제시장 일대는 피난민들의 거대한 판자촌을 이루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국제시장은 피난의 종착점이자 새 삶의 출발지였다. 빼돌려진 미군의 물자와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상품들이 이곳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국제시장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구제골목’이다. 국제시장은 50~60개의 대규모 구제옷 가게 등이 자리 잡은 구제골목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국제시장 구제골목은 캐나다, 미국, 일본 등 각지에서 유명 브랜드의 옷도 함께 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구제골목은 최근에는 ‘빈티지’패션 골목으로 차츰 모습을 바꿔가며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구입하려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30개 이상의 이색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으며 구제옷 가게에서 빈티지 가게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수시로 이뤄진다.

 

장당 1000원짜리 구제 옷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구제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가득 쌓인 의류 속에 나만의 보물 찾는 즐거움
옛 구제시장과 트렌디한 빈티지 골목의 공존

구제골목 안에 있는 빈티지 가게는 국내에서 1, 2위를 다투는 최대 규모로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의류와 액세서리 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유행에 맞춰가는 빈티지 가게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옛 구제 옷가게의 모습도 그대로 공존하고 있다. 또 의류, 액세서리에 그치지 않고 시계, 안경, 전자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다른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 펼쳐진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예림(22) 씨는 “평소 빈티지를 좋아하는데 국제시장은 서울의 광장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아 충동구매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제골목의 가장 큰 묘미는 물건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한 장에 1000원 혹은 1㎏에 얼마라는 식으로 무더기로 파는 옷 속에서 숨은 보물을 찾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구제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가게들은 옷을 가득 쌓아두고 한 장에 1000원, 1장에 3000원 등의 표지판을 내놓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옷 외에도 모자, 넥타이, 머플러 등을 1000원짜리 두 세장이면 구입할 수 있다. 방대한 양의 옷이 쌓여 있는데다 의류 외에 액세서리들도 종종 섞여 있어 의외의 보물을 발견 할 수 있는 곳이다. 친구와 함께 옷 고르기에 열중하던 김혜주(17) 양은 “여기는 하나 밖에 없는 개성적인 옷을 구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해 용돈으로 원하는 옷을 살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류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파는 곳도 있지만 관광객과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늘어나며 빈티지 가게가 모여 있는 곳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쌓인 옷들을 모두 뒤져서 좋은 아이템을 찾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귀찮은 사람들은 구제골목 곳곳에 있는 빈티지 가게를 찾는다. 빈티지 가게는 거리에서 쌓아놓고 파는 것에 비해 좀 더 정돈돼 있다. 빈티지 가게는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으로 꾸며진 가게들이 많은데 대부분 빈티지의 매력에 빠진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와 운영하는 곳으로 스타일 코칭도 받을 수 있다.

 

구제의류를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왼쪽 사진).구제의류 이외에도 엔틱가구와 소품 등 다양한 상품을 볼 수 있다(가운데 사진). 구제골목에 위치한 프리마켓 자유롭게 구제물품을 사고 팔수 있다.

한 프리마켓의 대표인 임성호 씨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것으로 나만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고 유명 디자이너들의 아이템을 3만~4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은 큰 매력”이라며 “빈티지 마니아층은 개성이 강해 번화가 상점보다는 구제골목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제골목을 돌다보면 구제 의류 상점 외에도 길에서 재봉틀을 ‘드르륵~ 드르륵~’ 박거나 한 땀 한 땀 손바느질하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구제 의류는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유행하는 패션 경향과 거리가 있어 리폼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길거리 곳곳에 있는 이러한 수선집에서 즉시 수선할 수 있다.

최근 구제골목이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명소로 뜨기 시작한 것은 다른 곳의 발전을 따라가지 않고 구제골목이 갖고 있는 특색을 잘 살린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다른 곳과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 온 것이 구제골목만의 강점이 됐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제, 빈티지는 트렌드의 반대말이었고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었다. 헌 옷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유행도 바뀌었다. 가죽을 길들이고 스니커즈도 일부러 더 낡게 만든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제골목이 젊은층의 특색 있는 쇼핑 거리로 새롭게 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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