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비결은?
상태바
폐교 위기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비결은?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7.27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촌의 소규모 학교가 살아야 지역도 살아난다 <8>

학생 수 감소로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의 통폐합 문제가 매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작은 학교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된 제주 해안초등학교의 사례는 작지만 의미있는 사례다. 인구가 급감하는 농어촌에도 학교 통폐합이 아닌 다른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한 해안초등학교는 지난 1961년 도평초등학교 해안분교장으로 출발해 1969년 해안국민학교로 개교했다. 그러나 학생수가 점차 줄면서 1983년 노형초 해안분교장으로 격하됐으며, 통폐합 대상교로 지정받은 2007년에는 6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해안분교장은 해안초등학교로 승격되며 폐교 대상 지정학교는 물론 분교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 아동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꾸준히 학생 수가 유지되면서 현재 119명의 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마을주민·학교동문 합심해 생존 전략 고민
교육 환경 개선 및 우수 프로그램 유치 등
입소문타고 제주 도심과 육지 전학생 증가 

해안초가 본교로 승격될 수 있었던 것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2007년 마을회를 비롯해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장, 해안초총동창회, 해안초학부모회 등을 비롯한 마을 자생단체들이 모였다. 이들은 ‘해안교사랑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며 학교 생존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한 끝에 본교 승격이라는 값진 결실을 얻어냈다. 도심지역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학생들을 유치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학교살리기 기금과 제주시청 보조금 5600여만 원을 투입해 29인승 스쿨버스를 도입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과 동문들은 흔쾌히 기금을 보탰으며 인근 지역에 사는 동문들은 자녀를 모교로 보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제주 해안초등학교.

 해안교사랑위원회는 도심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차별화된 교육을 위해 학교에 조류 체험장을 만들고 텃밭을 조성하는 등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으며, 주민들이 직접 천연잔디운동장을 조성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또한 KT와 협약을 맺어 멀티미디어 기반의 온라인 학습 시스템과 접목한 전자참고서 서비스를 무상으로 도입하고, 방과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어린이 야구단을 창단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유치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다시 늘어 2009년에는 85명이 됐다. 폐교가 되는 것을 주민과 동문들이 막아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해안교사랑위원회는 분교에서는 본교와 같은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없기에 본교 승격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제주도교육청은 “정부의 학교통폐합 계획에 따라 100명 이하 학교는 통폐합대상 학교로 분류돼 현재로선 본교 승격은 부적절하다”고 거절했다.

오성룡 마을회장은 “분교 학생들이 ‘다슴애기(서자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 취급 받는 상황에서 평등한 교육환경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본교 승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해안교사랑위원회는 본교 승격을 위해 제주도교육청을 찾아가 예산의 불이익, 시설 및 교육환경의 낙후 등 분교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교육감과 교육청 관계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마침내 학생수 100명 이상 될 때 본교로 승격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해안교사랑위원회는 지속적으로 학생을 유치했다. 마침내 2011년에는 학생 수가 128명이 돼 본교로 승격됐다. 1983년 3월 노형초 분교로 개편된 지 28년 만의 일이다.

제주시 동지역 도심개발 인근지역에 위치해 100명 규모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점이 호재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지역사회 및 동문의 노력과 차별화된 교과과정을 선보이면서 그 효과가 드러난 셈이다.
해안초는 특색있는 친환경 교육을 지향한다. ‘자연과 함께 꿈을 키우는 사랑의 학교’라는 교육지표를 내걸고 전 학년에 주 1시간의 환경교육을 실시한다. 곶자왈, 기후변화 등 매번 특정 주제와 관련한 전문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한다. 생태체험 학습장과 동물농장을 통한 환경 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학교 뒤편에 위치한 텃밭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키우는 옥수수, 상추, 치커리, 고구마, 가지 등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키운 채소들을 보며 곡식의 소중함과 농부들에 대한 고마움을 배운다. 해안초는 정성껏 보살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토끼와 닭, 비둘기 등을 분양하고 있다. 학생들은 동물들을 보살피고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해 학교 뒤편 텃밭에 거름으로 주는 방법을 익힌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 이어지는 생태 순환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이다. 친환경 교육 이외에도 한자, 미술, 바이올린, 기타, 중국어 전문강사를 초빙,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등 사교육을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 넣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해안초의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면서 인근 지역은 물론 육지에서 전학해 오는 학생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제는 과밀학급이 우려돼 해안초는 2012년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급당 25명 수준까지만 전입생을 받도록 학교규칙을 개정하기도 했다.


 “학교 장점 살리면 학생 찾아든다”
해안교사랑위원회 하경수 공동위원장

해안초등학교가 본교로 승격될 수 있었던 것은 해안동 마을 자생단체를 비롯해 총동창회 등으로 구성된 ‘해안교사랑위원회’가 큰 역할을 했다. 해안교사랑위원회는 본교 승격 이후에도 매년 1000만~2000만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후원하며 학교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해안교사랑위원회 하경수 공동위원장<사진>을 만나 본교 승격의 비결을 들어봤다.
 
-분교로 격하된지 24년이나 지난 뒤에야 본교 승격을 추진한 이유는?
예전에는 교육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분교와 본교의 차이를 몰랐다. 그러나 폐교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분교는 교육장이지 학교가 아니다”라는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분교는 학교장의 관심이나 예산, 교사, 수업의 질 등 모든 부분에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심한 경우에는 지병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 없는 교사까지 발령 받는 등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 폐교 위기를 벗어나도 분교 상태라면 학생들이 평등한 교육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학교 승격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역과 동문이 적극적으로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해안동은 행정구역상 노형동에 속해있는데 250여 가구 정도가 거주하는 자연부락이다. 마을 주민들 가운데 해안초 출신이 많고 부모와 자식 간에 동문인 가정도 많고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해안초를 다니지 않았지만 자녀들을 위해 토지를 기부하고 손수 학교를 세웠던 분들인데 폐교가 된다면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수포가 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셨다. 특히 마을 구심점은 학교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마을에 학교가 없다면 더 이상 젊은 세대가 마을에 남을 이유가 없어져 마을이 쇠락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어떤 것들을 추진했나?
해안초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알리기 위해 장동훈 전 도의원 등 지역구 도의원을 초청해 문제점을 공유했다. 장 전 도의원을 통해 도교육청으로부터 앞으로 학생수 현황이나 본교 승격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에서 못하는 교육프로그램과 교육환경을 갖춰 도시 학생을 유치할 것을 결의하고 타 지역 학교의 모범사례를 수집해 적용했다. 이러한 것을 추진하는데는 마을주민과 동문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 1억 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하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손수 잔디를 심어 천연 잔디 운동장을 조성했으며 동창회 차원에서 자녀 모교보내기운동 등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인근의 도평 분교와 함께 연대해 본교 승격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했던 것도 본교 승격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분교에서 본교로 상승한 이후 변화된 점이라면?
타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제주도도 학생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우리 마을처럼 도시 외곽지역 학교는 학생수가 100명에 못 미치는 곳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우리 마을은 좋은 교육환경을 갖춘 해안초가 있어 전·입학을 위해 마을에 정착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덕분에 마을이 젊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좋은 교육프로그램과 환경을 구축하면 먼 지역이라도 학생들이 찾아온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강화하면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